타이거즈 강타선 상대로 1실점…더거의 KBO 생존기,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춘추 현장]

최근 2경기 연속 부진에 눈물을 쏟았던 SSG 랜더스 로버트 더거가 오랜만에 호투했다. 지난 등판과는 달라진 투구로 KIA 타이거즈 최강 타선을 5이닝을 1실점으로 잘 막았다. 

2024-04-18     배지헌 기자
SSG 더거가 5이닝 1실점으로 간만에 호투를 펼쳤다(사진=SSG)

 

[스포츠춘추=인천]

하마터면 조기종영할 뻔한 로버트 더거 주연의 드라마가 일단 다음편 방영 기회를 확보했다. 리그 최강팀 KIA 타이거즈 타선을 5이닝 1실점으로 막고 1경기 생명연장권을 얻었다.

4월 18일 인천 KIA 타이거즈 전은 더거의 KBO리그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였다. 어쩌면 더거의 마지막 등판이 될 수도 있었다. 더거는 90만 달러라는 적지 않은 몸값을 받고 SSG에 합류했지만, 이날 전까지 4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만 기록했다. 

4월 6일 NC전에선 3이닝 14실점(역대 한 경기 최다실점 타이), 12일 KT전에서 1이닝 4실점으로 무너지면서 평균자책은 14.40까지 치솟았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외국인 에이스에게 기대하는 압도적인 모습이나 이닝 소화능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만약 이날 경기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SSG가 빠른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충분했다. 선발진 사정이 좋지 않은 SSG로선 더거가 살아나길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 더거도 이번 등판을 앞두고 절치부심했다. 배영수 투수코치와 함께 문제점을 찾고 투구패턴에도 변화를 줬다. 이숭용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더거에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본인이 이렇게 저렇게 변화를 주고 있는데, 편안하게 더지고 싶은 대로 던져보라고만 했다”고 밝혔다.

일단 결과만 보면 지난 2경기보단 나은 투구를 펼쳤다. 1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았고, 2회에도 자신의 실책으로 위기를 자초했지만 후속타자를 잘 막아 무실점했다. 그사이 SSG 타선은 한유섬의 선제 2점 홈런과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3점 홈런으로 5점을 뽑아 더거를 지원했다.

3회를 다시 삼자범퇴로 막은 더거는 4회에 첫 실점을 내줬다. 선두타자 김도영과 10구 승부 끝에 안타를 맞은 뒤, 최형우의 볼넷으로 주자 2명. 1사 1, 3루에서 이우성의 느린 땅볼에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한 점이 들어왔다. 그러나 후속타자 서건창을 범타로 잡아내 추가점은 내주지 않았다. 

승리투수 자격이 달린 5회에도 선두 한준수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후속 세 타자를 범타로 잡고 5이닝을 채웠다. KIA가 득점력 극대화를 위해 3번 김도영 앞에 배치한 박찬호, 최원준을 완벽하게 막은 게 실점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SSG는 5회까지 81구를 던진 더거를 6회 조병현으로 교체했다. 1이닝 정도 더 던질 수 있는 투구수지만, 가급적 좋은 기분으로 투구를 마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 일찍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더거는 5이닝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이날의 투구를 마감했다. SSG 불펜은 7회 KIA에 5대 5 동점을 허용해 더거의 첫 선발승을 날렸다.

18일 KIA전에 등판한 더거(사진=SSG)

이날 더거의 피칭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변화구 구사율의 증가다. 이날 전까지 더거는 투심+포심 패스트볼 구사율이 전체 투구 중 60.5%로 빠른볼 승부가 많았다. 초구 패스트볼 구사율도 65.4%에 달했고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48.1%를 빠른 볼로 던졌다. 최고 150, 평균 145km/h 정도로 외국인 투수 기준 크게 위력적인 패스트볼이 아님에도 지나치게 빠른볼에 의존했다.

벼랑끝에 몰린 이날은 총 81구 가운데 55.5%에 해당하는 45구를 속구 계열로 던지면서 변화구 비율을 높였다. 초구에 슬라이더를 던져 카운트를 잡거나, 유리한 카운트에서 브레이킹 볼로 유인하는 변화도 눈에 띄었다. 이날은 초구 가운데 절반(20/10)만 패스트볼로 구사했고 결정구 20구 중에 9구가 변화구였다. 피해가야 할 때는 적절히 피해가면서 KIA의 강타선을 막아냈다.

다만 결과와 별개로, 여전히 외국인 투수치고 전체적인 구위와 투구내용에서 압도적인 맛은 떨어졌다. 일단 1경기 호투로 급한 불은 껐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이날 더거의 투구를 SSG 코칭스태프와 구단에서 어떻게 평가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