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워라, 그러면 넘어갈 것이다’ 갸쿠냐의 거포 향기, 꽃감독은 알아봤다 [춘추 집중분석]

홈런 7개로 단숨에 홈런랭킹 3위로 치고 올라온 김도영. 이범호 KIA 감독은 신인 시절 김도영을 보고 일찌감치 거포의 잠재력을 감지했다.

2024-04-19     배지헌 기자
김도영은 지난해보다 월등히 빠른 타구속도와 향상된 타구질을 자랑한다(사진=KIA)

 

[스포츠춘추=인천]

‘꽃감독’은 ‘갸쿠냐’에게서 거포의 향기를 느꼈다. 

요즘 KBO리그에서 최고로 ‘핫’한 타자는 단연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다. 김도영은 4월 14일부터 17일까지 3경기 연속 홈런을, 17일 경기에선 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려 3경기 4홈런을 날렸다. 

4월 들어 때린 홈런만 벌써 7개. 리그 홈런 공동 선수 최정-한유섬(9홈런)과 2개 차 공동 3위로 치고 올라왔다. 18일 인천 SSG 랜더스 전에선 홈런을 치진 못했지만, 연신 잘 맞은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때려내며 상대에게 공포를 선사했다. 

19일 현재 김도영은 타율 0.303에 7홈런 18타점 8도루 OPS 0.917을 기록 중이다. 144경기로 환산하면 48홈런 55도루를 기록할 기세다. 메이저리그 최초로 40홈런-70도루를 달성한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에 빗대 ‘갸쿠냐(KIA+아쿠냐)’란 찬사가 절로 나오는 활약이다.

물론 2022년 프로 입단 당시에도 미래 파워히터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긴 했다. 2021년 기자는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쓴 리포트에서 프로구단 스카우트들의 평가를 반영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고교 최고 유격수 김도영은 ‘이종범의 재림’이란 찬사를 받는 유망주다. 우타자인데도 1루까지 3초대에 끊는 빠른 발과 뛰어난 타격 감각, 폭발적인 운동 능력을 한몸에 갖췄다. 현재는 컨택트 히터에 가깝지만 빠른 배트 스피드와 허리 회전에 손목을 활용하는 감각이 있어 앞으로 장거리 타자로 성장도 기대할 만한 선수다. 연습경기 때는 우중간과 우측으로 밀어서 홈런을 날리는 장면도 자주 나온다. 밋밋한 KIA 라인업에 스피드와 에너지를 더해줄 재목이다.”

레전드 3루수 출신인 이범호 KIA 감독 역시 신인 시절 김도영을 보고 일찌감치 거포의 잠재력을 감지했다. 이 감독은 18일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김도영의 장점은 타구 스피드다. 타격 훈련이나 경기 때 보면 나성범 정도의 타구 스피드가 나온다”면서 “공만 띄운다고 하면 홈런 2~30개는 충분히 칠 수 있는 선수라고 처음 입단했을 때부터 생각했다”고 밝혔다.

타격 훈련을 지켜보는 이범호 감독(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데뷔 초기엔 장타보다 단타와 도루에 특화된 선수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사령탑의 생각은 달랐다. 이 감독은 “이전까지 김도영 하면 안타 치고 도루를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난 반대로 생각했다. 타구 속도가 빨라서 충분히 홈런도 칠 수 있는 선수라고 봤다”면서 "웬만하면 타구를 띄우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타구를 띄우면 더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시즌 김도영은 감독의 조언대로 공을 외야로 띄우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48.2%였던 김도영의 뜬공 비율은 올 시즌 59.5%로 매우 증가했다. 뜬공 가운데 외야플라이 비율이 지난해 41.5%에서 올해 52.7%로 늘었고, 뜬공 타구가 홈런이 된 비율도 5.1%에서 15.9%로 급상승했다.?많이 띄운 만큼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도 자주 나오는 효과다.

대신 부상의 위험성이 상존하는 도루는 적절한 수준에서 자제했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 감독은 “도루는 어느 정도 개수만 정해놓고 했으면 한다. 도루를 너무 많이 하면 부상을 입을 확률이 높다”면서 “도루를 조금 아끼더라도 장타 등 다른 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팀에 훨씬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 감독이 보는 김도영은 “팀의 중심타자도 충분히 가능한 선수”다. “김도영처럼 장타를 치면서 도루도 하는 선수는 훨씬 더 값어치가 크다. 최근엔 야수 중에 많은 타점과 홈런을 기대할 만한 선수가 자주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한 이 감독은 “김도영 같은 선수를 중심타선에 배치해서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비록 18일 경기에선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이 감독은 앞으로도 종종 김도영을 3번에 배치한 타순을 사용할 계획이다.
 
“지금의 방향성대로 좋은 스윙을 가져가고 공을 띄운다는 느낌으로 친다면, 아마 올 시즌이 끝났을 때는 기대한 것 이상으로 좋은 성적이 날 거라고 생각한다.” 3루수 레전드 이범호 감독은 KIA 핫코너 후계자의 성공을 예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