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타이밍’ 홈런왕 부상으로 기회 잡은 뉴페이스, SSG 2루수 대안 될까 [춘추 이슈분석]
내야수 세대교체가 시급한 SSG에 범상찮은 신인 선수가 나타났다. 수준급 컨택과 선구안, 빠른 발과 수비까지 5툴을 자랑하는 신인 내야수 박지환이 주인공이다.
[스포츠춘추=인천]
올시즌 SSG 랜더스는 성적과 육성의 두 갈래 길을 동시에 가는 중이다. 기존에 주전이었던 노장들이 하나둘 팀을 떠나고 선수 생활 후반에 접어들면서, 야수진 세대교체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이에 이숭용 감독은 시즌 초부터 1루수, 2루수, 포수 자리에 나이 어린 신예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며 테스트하고 있다. 성공작도 나왔다. 1루수 고명준이 공수에서 견실한 활약을 보이며 새 주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루수 자리에도 주목할 만한 뉴페이스가 나타났다. 202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뽑은 박지환이 주어진 기회를 잘 살리면서 기대치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박지환은 17일과 18일 KIA전에서 이틀간 다섯 차례 1루를 밟았다. 연이틀 안타를 치고, 볼넷도 3개나 골라내며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다. 수비에서도 착실하게 제 몫을 해내며 벤치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기회는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17일 경기에서 역대 최다홈런 신기록 도전에 나선 최정이 1회 몸에 맞는 볼로 교체되는 악재가 터졌다. 이숭용 감독은 전날 콜업한 박지환을 대주자로 투입했고, 2회부터 김성현이 3루로 이동하고 박지환이 2루수로 나섰다.
비록 팀은 3대 11로 대패했지만, 박지환에겐 데뷔 첫 안타와 타점을 기록한 의미 있는 경기였다. 박지환은 1대 8로 뒤진 7회말 공격 1사 1, 2루에서 KIA 박준표를 상대로 중전 안타를 날려 주자를 불러들였다. 볼넷도 2개 골라내 이날 경기에서만 세 차례 출루에 성공했다.
최정이 결장한 18일 경기에선 데뷔 첫 선발 출전 기회까지 잡았다. 이숭용 감독은 경기 전 “어제 박지환이 첫 안타도 쳤고, 플레이하는 모습이 괜찮게 보여서 과감하게 기용했다”면서 “타순도 좀 (위로) 올려볼까 했지만, 편안하게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9번에 넣었다”고 밝혔다.
주포 최정의 부상 악재가 신인 선수에겐 기회로 돌아온 셈이다. 이를 두고 이 감독은 “타이밍인 것 같다”면서 “어제(17일) 같은 경우 출전하는 경기가 아니었는데, 최정이 다치면서 박지환을 기용했다. 그 타이밍에 마침 본인이 잘 해줬다”고 말했다. 퓨처스에서 12연타석 안타 신기록을 세운 김창평은 1군 외야에 자리가 없어서 콜업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박지환에겐 1군 콜업과 함께 바로 기회의 문이 열렸다. 이숭용 감독의 말처럼 ‘타이밍’이 중요하다.
세광고 시절 박지환은 뛰어난 컨택과 선구안으로 ‘고교 이용규’란 평가를 들었다. 간결하고 날카로운 스윙과 남다른 컨택 감각, 2스트라이크 이후 대처 능력이 뛰어나 웬만해선 삼진을 당하는 법이 없었다. 한 프로구단 스카우트는 “배트스피드가 빠르고 준비자세에서 스윙으로 연결하는 메커니즘이 좋다. 배트컨트롤도 발군”이라고 평가했다.
18일에도 안타 1개와 볼넷 하나를 기록한 박지환은 현재 1군 4경기에서 5타수 2안타 타율 0.400에 출루율 0.625를 기록 중이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난 공에 스윙한 비율은 8.3%, 전체 투구 대비 헛스윙률도 8.3%로 수준급이다. 볼넷 3개를 골라낼 동안 삼진은 하나밖에 당하지 않았다. 스몰샘플이긴 해도 인상적인 기록이다.
이와 관련해 박지환은 “1군 경기였지만 2군에서 준비한 만큼 보여 드리자는 생각으로 임하니 긴장되진 않았다”면서 “전력분석에 맞춰 준비한 타이밍에 타격을 가져가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는 소감을 말했다.
수비능력과 빠른 발도 박지환의 장점이다. 군산남초등학교 시절부터 지역에서 천재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고 세광고에서도 유격수로 활약했다. 운동능력과 강한 어깨를 겸비해 내야 어느 포지션에서도 제 몫을 해낼 수비수로 평가받는다. 타석에서 1루까지 달리는 시간도 3초 후반대로 빠르다. 고교 입학 이후 한 번도 팀 내 도루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18일 경기에서도 멋진 수비로 결정적인 아웃카운트 2개를 만들었다. 7대 5로 앞선 8회말 1사 1루에서, 한준수의 1-2간 강한 타구를 잡아내 병살타로 연결했다. 미리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가, 빠르게 날아와 강하게 튀어 오르는 타구를 침착하게 잡은 뒤 유격수에게 연결했다. 더블플레이에 성공하고 더그아웃에 들어올 때 활짝 웃으면서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와 관련해 박지환은 “안타를 기록한 것도 기쁘지만 수비에서 팀에 도움이 된 것이 더욱 만족스럽다”면서 “오늘 8회 병살 플레이는 손시헌 2군 감독님과 함께 2군에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던 상황인데, 그간의 노력들 덕분에 오늘 상상만 했던 플레이가 나올 수 있었고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모두가 걱정한 최정의 부상은 갈비뼈 골절이 아닌 단순 타박이라 공백이 길지는 않을 전망이다. SSG는 3~4일 정도 상태를 지켜본 뒤 최정의 출전 시기를 조율할 예정으로, 다음주부터는 다시 경기에 나설 전망이다. 그러나 박지환이 지금처럼 좋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앞으로 SSG 내야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감독은 “나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와 모든 사람이 좋게 평가하는데 스타팅으로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박지환에겐 굉장히 좋은 기회가 왔다. 감독으로선 잘하는 선수를 쓰는 게 맞고, 팀이 무한경쟁을 하는 상황이니까 잘하면 계속 기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항상 내야수에 목말랐던 SSG가 오랜만에 키워볼 만한 신인 야수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