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자가 미쳐 날뛰어야 한화가 산다 [춘추 현장]

최근 부진을 겪었던 한화 외국인 타자 페라자가 오랜만에 활발한 타격과 격렬한 세리머니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2024-04-19     배지헌 기자
크게 포효하는 페라자(사진=한화)

 

[스포츠춘추=대전]

“요나단 페라자 앞에서 출루가 돼야 하는데…”

4월 19일 대전 경기를 앞두고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은 최근 팀의 저조한 득점력에 아쉬움을 표했다. 고정 2번으로 나서는 외국인 타자 페라자 앞에 좀처럼 주자가 출루하지 못하면서 활발한 득점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페라자의 타격 부진에 리드오프 타자들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한화의 연패가 길어졌다. 

최 감독은 “1번 타순에서 출루가 너무 안 이뤄진다. 4사구도 잘 나오지 않는다”면서 “사실 페라자 앞에 나오는 타자들이 잘 해줘야 하는데, 출루가 너무 안 되다보니 계속 이 선수 저 선수를 기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최 감독의 위안은 이번주 들어 리드오프로 타순을 옮긴 좌타자 최인호의 활약이다. 최인호는 4월 16일 NC전에 1번타자로 나와 2타수 1안타 2볼넷을, 17일에도 1번타순에서 3안타로 활발한 공격을 펼쳤다. 최 감독은 “다행히 최인호가 출루를 잘 해주고 있어 한 시름을 덜었다”며 웃어 보였다. 

이날 삼성전에서 최 감독은 9번 타순에도 변화를 줬다. 최근 페이스가 떨어진 이진영 대신 발빠른 외야수 장진혁을 9번 중견수로 배치했다. 최 감독은 “우투수 상대로 장진혁을 올려봤다. 장진혁은 그린라이트가 가능한 발빠른 선수이고 높은 수준의 수비력을 갖추고 있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그런 면에서 19일 삼성전은 시즌 초반 한화 돌풍이 한창일 때의 이상적인 득점 공식을 오랜만에 재현한 경기였다. 이날 한화의 공격은 9번 장진혁부터 시작해 1번 최인호와 2번 페라자에서 대부분의 득점이 이뤄졌다. 

3회 선취점부터 9번 장진혁에서 시작됐다. 장진혁이 안타를 치고 나간 뒤 1사 2루에서 페라자가 좌전 안타로 찬스를 연결했다. 여기서 노시환이 삼성 선발 이호성에게 적시타를 날려 먼저 점수를 올렸다.

추가점도 페라자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4회말 2사후 장진혁이 몸에 맞는 볼로 1루에 나가고 최인호가 볼넷을 골라 1, 2루 찬스. 여기서 페라자가 우익선상 2루타를 때려 주자 두 명을 불러들였다(3대 0). 폭주열차처럼 2루로 돌진한 뒤 크게 포효하는 페라자의 세리머니는 개막 초반 한화가 잘 나갈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6회말엔 최인호가 한 건을 했다. 2사 1루에서 최인호가 3루타를 날려 주자를 불러들인 뒤, 상대 실책을 틈타 홈까지 파고들었다. 2점을 추가해 점수는 5대 0. 6이닝을 무실점으로 호투한 선발 펠릭스 페냐의 승리를 보장하기엔 충분한 점수차였다.

7회부터 이민우-한승혁-주현상 트리오를 투입한 한화는 6대 1로 삼성을 꺾고 주말 3연전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9번 장진혁이 3타수 1안타 1사구 2득점, 1번 최인호가 1안타 1볼넷 1타점 2득점, 2번 페라자가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했고 4번타자 노시환도 2안타 1타점을 올렸다. 한화 공격에서 페라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다시금 보여준 경기였다.

페라자의 호쾌한 스윙(사진=한화)

경기후 최원호 감독은 “페냐가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며 6이닝 무실점으로 선발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주었고, 불펜들도 상대타선을 단 1실점으로 잘 막아 주었다”고 총평을 남겼다.

이어 “장진혁이 안타 볼넷으로 출루하고 도루까지 성공시키며 기동력을 발휘해 득점 찬스를 만들어 준 것이 큰 힘이 됐다. 페라자, 노시환도 적시타로 중심타자다운 활약을 했다”고 말했다.

취재진과 만난 페라자는 “최근 부진했지만 오늘 안타 3개를 칠 수 있어서 기쁘다. 코치님들, 베테랑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최근 부진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폼이 다시 올라오는 걸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팬들의 사랑을 실감한다는 페라자는 “최근 부진에도 팬들의 따뜻한 응원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며 “덕분에 부진한 사이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페라자가 다시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한화가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