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누릴 나이에 또 ‘토미존 수술’…한화 김민우, 미래 위한 ‘쉼표’ 택했다 [춘추 이슈분석]

-한화 선발투수 김민우, 팔꿈치 통증에 결국 토미존 수술 결정 -2013년 이후 10년여 뒤 생애 두 번째로 받게 된 팔꿈치 수술 -최원호 한화 감독 “선수 본인은 재활보단 수술 받는 쪽 원했다” -어릴 때부터 큰 수술만 두 차례…김민우, 걸어온 길엔 많은 역경 -‘여전히 창창한 미래’ 김민우, 그렇기에 ‘재활 아닌 수술’ 택했다

2024-04-24     김종원 기자
한화 투수 김민우가 생애 두 번째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게 됐다(사진=한화)

[스포츠춘추=수원]

스물아홉, 한창 전성기를 누려야 할 시기에 부상 악재를 만나고 말았다. 10년여 만에 생애 두 번째로 팔꿈치 수술을 받게 된 한화 이글스 오른손 투수 김민우 얘기다.

한화는 4월 23일 수원에서 열린 KT 위즈전을 앞두고 김민우의 시즌 마감 및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소식을 전했다. 김민우는 앞서 13일 홈 대전 KIA 타이거즈전에 등판해 0.1이닝(4구)만 던지고 팔꿈치 통증으로 마운드를 내려온 바 있다. 시즌 3번째 등판에서 발생한 일이었고, 그전까지 2경기 동안 12이닝 평균자책 2.25로 무척 좋은 시작을 알렸기에 더 아쉬운 대목이다.

그 뒤 15일에 나온 첫 검진 결과는 우측 팔꿈치 굴곡근 염좌 소견이 나왔다. 이에 한화는 “1주일간 휴식을 취한 이후 캐치볼을 통해 상태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끝내 탈이 나고 말았다.

23일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최원호 감독은 “(휴식 후) 캐치볼 과정에서 통증이 재발했다”면서 “선수 본인의 의사를 반영해 팀도 수술로 방향을 잡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김민우는 2013년 마산용마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이어 또 한 번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김민우의 경우 10년쯤 전에 같은 수술을 받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인대 손상에 따른 염증이 생긴 것 같습니다. 선수 입장에선 그쪽으로 통증이 다시 찾아오면서 재활보단 수술받는 쪽을 선택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최 감독의 말이다.


어린 나이에 큰 수술만 두 차례…김민우의 길엔 역경이 많았다

지난 13일 대전 KIA전에서 0.1이닝 투구 만에 마운드에서 내려온 김민우(사진=한화)

김민우는 1995년생으로 동갑내기 선수론 롯데 자이언츠 에이스 박세웅, LG 트윈스 왼손 셋업맨 함덕주 등이 있다. 다만 이들과 같은 해 신인 드래프트를 참가하진 못했다. 바로 2013년 3월에 받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로 인한 유급 때문이다.

프로 무대 입성은 또래보다 1년이 더 늦었다. 하지만 2014년을 맞이한 뒤 김민우를 둘러싼 야구계의 기대는 매우 뜨거웠다.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김민우가 201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순위 지명을 받은 게 그 방증이다.

그런데 입단 첫해에 너무나도 가혹한 노동량이 김민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민우는 당시 한화 사령탑이었던 김성근 감독 지도하 1군에서 선발(8경기)과 불펜(28경기)을 오가면서 70이닝 동안 평균자책 5.14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등판 간격 자체가 고르지 않고 들쭉날쭉한 게 우려를 낳기도 했다. 불펜으로 등판해 하루 휴식 후 선발로 나오는 일이 두 차례나 있었을 정도. 퓨처스팀(2군) 기록까지 합치면 그해 공식전 투구는 88.1이닝에 달한다. 어쩌면 신인 선수론 둘도 없는 귀중한 기회를 받았을지 모른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그해 김민우는 신인이면서도 동시에 팔꿈치 수술로부터 복귀한 지 단 2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한화 우완 김민우는 2024년 반등을 목표로 바쁜 겨울을 보냈다(사진=스포츠춘추 DB)

결국 이듬해 어깨 관절와순 손상으로 공백기를 맞은 김민우는 2016, 2017년 9경기(5선발) 등판에 그치고 말았다. 팔꿈치에 어깨까지. 어린 나이에 큰 수술을 두 차례나 겪게 된 김민우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각고의 노력을 다한 끝에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2018년을 기점으로 한화의 1군 선발 한 자릴 꿰차더니 2020~2022년엔 한화 국내 1선발로 맹활약한 바 있다. 참고로 야구통계사이트 ‘스포키-스탯티즈’에 따르면 해당 기간 3시즌 동안 김민우가 쌓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는 10.02로 당시 한화 투수진 가운데 으뜸에 해당한다. 부상을 딛고 국가대표로 승선했던 ‘2020 도쿄 올림픽’의 서사 역시 남다른 울림을 주는 대목이다.

터널 속을 벗어나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던 김민우를 향해 또 어두운 그림자가 찾아온 건 지난해였다. 시즌 중인 6월 어깨 근육 부분 파열로 12경기 등판(평균자책 6.97)으로 시즌을 마치고 만 것. 잠시 마주한 공백기에도 김민우는 치열하게 움직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 겨울 사비를 들여 미국 시애틀 근교에 위치한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을 방문해 투구 매커니즘을 재정립하는 시간을 가진 게 대표적이다.

그 덕분이었을까. 김민우는 올 시즌 예년보다 빨라진 볼 스피드와 경쾌해진 투구 템포를 자랑했다. 이를 주목한 한화 벤치는 류현진-문동주-펠릭스 페냐-리카르도 산체스를 잇는 팀의 5번째 선발투수로 김민우를 낙점했고, 그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김민우가 개막 후 두 차례 등판에서 연이은 호투로 본인의 진가를 증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민우는 다시 찾아온 팔꿈치 부상으로 올 시즌을 마감하게 됐고, 내년 시즌까지 잠시 쉼표를 찍게 됐다. 그 어느 때보다 하늘이 야속한 상황. 최원호 한화 감독 역시 아쉬운 목소릴 감추지 못한 채 “2025년 4월 복귀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했다.


‘여전히 창창한 미래’ 김민우, 그렇기에 ‘재활 아닌 수술’ 택했다

한화 우완 김민우는 늘 그랬듯이 다시 일어설 것이다(사진=한화)

최근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은 실전 복귀까지 통상 10~12개월 소요되는 추세다. 이를 두고 최원호 감독은 “수술 후 8개월 후면 연습경기부터 시작해 본격적인 재활 등판 일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김민우의 경우 수술을 향한 선수 본인의 의지가 강했다고. 이에 최 감독이 “재활 중에 또 통증이 오면 다음 시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듯싶다”면서 “지금 수술을 빠르게 하게 되면 내년 4월 정도에 1군 복귀가 가능하다. 그런 부분까지 선수가 염두하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인 까닭이다.

최근 메이저리그(MLB)에선 ‘내부 부목(Internal Brace)’을 통한 방식의 새로운 수술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기존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과 달리 내부 보조기를 삽입하는 등 차이가 있다. 빅리그에선 제이콥 디그롬, 루카스 지올리토, 트레버 스토리 등이 해당 수술을 받았고, ‘이도류’ 스타 오타니 쇼헤이는 두 가지 방식을 합친 수술을 받은 뒤 투수 재활 중에 있다.

이와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최 감독은 “수술을 받을지 여부가 오늘(23일) 결정됐고, 어디서 수술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일단은 그 부분은 아직 고려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답했다.

커리어 통틀어 굴곡이 많았던 김민우이기에 팬들의 우려가 유독 깊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좌절하지 않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란 희망찬 전망도 있다. 23일 오후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이동현 SPOTV 해설위원이 대표적이다. 이 위원은 현역 시절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만 무려 3차례나 경험한 이로 ‘재기’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이번 소식을 들으면서 제가 다 안타깝더라고요. 다만 요즘 수술 기술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걸어온 길을 보면 어려운 수술들도 이겨낸 선수잖아요. 이번에도 충분히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겁니다.” 이 위원의 말이다.

김민우는 올 시즌 140km/h 중후반대 묵직한 공을 뿌리면서 많은 이로부터 깊은 인상을 주기도 했다. 이를 주목한 이 위원은 “건강한 몸으로 지금의 감각을 유지한 채로 던지면 김민우는 정말 무서운 투수로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이어 이 위원은 “선수 본인이 재활이 아닌 수술을 선택한 건 ‘미래’를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면서 “김민우는 당장 1, 2년이 급한 게 아니라 미래가 여전히 창창하다. 지금 이 수술은 앞으로 더 건강하게 던지기 위해 내린 판단일 것”이라고 했다.

‘오뚝이’는 아무리 계속해서 눕혀도 끊임없이 일어난다.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역경을 헤쳐낸 김민우의 모습과 무척 닮았다. 다시 한번 부상을 딛고 일어설 김민우가 독수리군단에 복귀할 그날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