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믿지마” 데자뷔? ‘4연패’ 한화, 이젠 류패패패패도 힘겹나 [춘추 이슈분석]
-최근 16경기 3승 13패 부진 중인 한화, 연패 스토퍼가 없다 -24일 수원 KT전에선 선발 류현진 5이닝 7실점으로 시즌 3패 -류현진의 가장 큰 난조 원인, ABS가 아니라 불안한 수비였다 -‘지킬&하이드’ 문동주 등 믿었던 선발진 부진 계속되고 있어
[스포츠춘추=수원]
그 어느 때보다 마운드 위 코리안 몬스터는 매우 고독해 보였다. 제아무리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어본 류현진이라지만, 쏟아지는 실책엔 당해낼 재간이 없다.
한화 이글스가 4월 24일 수원 원정에서 KT 위즈 상대로 1대 7로 패했다. 현시점 4연패다. 이뿐만 아니라, 4월 5일 대전 키움 히어로즈전을 기점으로 치뤄진 6번의 3연전에서 단 한 번도 위닝시리즈를 기록하지 못한 한화다. 이 기간 3승 13패로 저조한 성적을 낸 까닭에 개막 초 7연승을 질주하던 팀이 이젠 리그 8위에 머무르고 있다.
KBO리그 통산 100승에 도전 중인 류현진을 앞세운 24일 KT전은 마치 ‘데자뷔’를 보는 듯했다. 과거 메이저리그(MLB) 진출 전 한 휴먼다큐 프로그램에 출연한 류현진이 어린이 학생선수에게 들려준 “수비 믿고 던지면 안 되지”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이날 류현진은 ABS(자동 투구판정 시스템), 수비 불안 등 이중고에 시달린 끝에 5이닝 7실점 투구로 시즌 3패째를 기록하고 말았다.
류현진을 괴롭힌 건 ABS가 아닌 동료들의 수비였다
류현진은 경기 시작과 함께 좋은 투구를 펼쳤다. 2회까지 첫 여섯 타자를 출루 허용 없이 24구만 던져 잠재운 것. 타선에선 1회 초 요나단 페라자의 솔로포로 1대 0으로 리드하는 선취 득점을 올렸다. 문제가 생긴 건 그 이후부터다. 3회 초 예기치 못한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평소 ‘컴퓨터 제구’로 정평이 난 류현진이 ABS 존에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한 것. 이에 조용호, 김상수 상대론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공 한 개 차이로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공들이 나오면서 마운드 위 류현진의 표정에도 어느새 웃음기가 사라졌고,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다. 이때 현장 중계 방송을 맡은 서재응 SPOTV 해설위원은 “류현진이 9구 연속 볼 판정을 받은 건 아마 처음일 것”이라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난조를 겪고 있는 류현진을 동료들의 수비도 돕지 못했다. 특히 4회 초엔 실책(2루수 1, 유격수 1)으로 내야안타를 두 차례나 내줬을 정도. 우익수 이진영의 송구는 베이스에 나간 KT의 주자들을 전혀 억제할 수 없었고, 최근 문현빈을 제치고 주전 2루수로 낙점된 김태연은 연거푸 불안정한 수비로 계속되는 위기를 자초했다. 서재응 해설위원은 류현진이 3, 4회에만 무려 7점을 허용한 배경이다.
한화는 올 시즌 내야수 안치홍, 채은성의 공존을 위해 지명타자 자릴 둘이 번갈아 가면서 수행 중이다. 당장 23, 24일 경기만 봐도 그런 방식의 운용을 가져가고 있다. 그렇기에 타격감 좋은 김태연의 활용 폭이 극도로 좁다. 김태연은 타격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4월에만 42타석을 소화해 OPS(출루율+장타율)가 0.988에 달한다. 하지만 2루 수비는 지난 30.2이닝 동안 수비율이 90.5%에 그치는 등 아쉬움이 많았다.
이를 두고 경기 전 최원호 감독은 “지금 내야수 가운데 수비는 이도윤이 풋워크나 포구에 있어 가장 좋다”면서 “경기 중 1점 차 승부에선 2루수 수비를 강화할 때 이도윤이 나가는 게 현재로선 최선의 선택”이라고 했다. 아이러니하게 24일 KT전은 경기 초부터 수비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타격 강화 차원의 라인업이 이날만큼은 패착으로 돌아온 셈이다.
“오늘(24일) 같은 경기는 144경기를 치르면서 충분히 나올 순 있어요. 실수는 다 합니다. 하지만 이런 플레이들이 한 이닝에 나왔다는 건 (한화 선수들이) 한 번 정도는 생각해 봐야죠.” 4회 말 한화가 와르르 7점을 내준 뒤 서재응 해설위원이 남긴 쓴소리다.
7실점 후 5회 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장성우에게 좌중간으로 빠지는 안타를 내주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내 아웃카운트 3개를 잡고 추가 실점 없이 등판을 마무리했다. 최종 기록은 5이닝 동안 79구를 던져 7피안타 2볼넷 4탈삼진 7실점(5자책)이다. 속구는 최고 145km/h까지 나온 가운데 시즌 평균자책은 5.33에서 5.91로 치솟았다. 100승 도전은 지난 17일 창원 NC 다이노스전(7이닝 3실점)에 이어 두 번째 도전도 ‘아홉수’에 막히고 말았다. 향후 예정된 30일 홈 대전 SSG 랜더스전 등판에서 다음 기회를 노릴 전망이다.
한화, 최근 16경기에서 위닝시리즈 0회 및 3승 13패 부진
한화가 가장 뼈아픈 건 믿었던 선발진의 부진이다. 한화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현역 빅리거 류현진을 복귀시키면서 문동주-펠릭스 페냐-리카르도 산체스-김민우로 이어지는 막강한 선발진을 구축한 바 있다.
한화의 하락세가 시작된 최근 16경기(3승 13패) 기간 중 선발진의 기록은 총 76이닝을 소화해 평균자책 5.09에 그쳤다. 평균 5이닝(4.75)에 안 되는 전자의 경우 같은 기간 리그 9위에 해당하고, 평균자책은 10개 구단 가운데 하위 8번째로 부진했다.
더 발전된 모습을 기대했던 우완 에이스 문동주는 마치 ‘지킬과 하이드’를 오가는 기복으로 널뛰기를 거듭하고 있다. 16일 창원 NC전에선 5.1이닝 3실점(1자책)으로 안정세를 찾은 듯했으나, 당장 23일 수원 KT전에선 4.2이닝 5실점(4자책) 투구로 아쉬운 모습을 남긴 게 대표적이다. 참고로 문동주는 올 시즌 5경기에서 1승 1패 12볼넷 20탈삼진 평균자책 6.56을 기록하고 있다. 퀄리티스타트(QS)는 단 한 차례도 없다.
선발진에선 뜻밖의 부상 이탈 역시 변수가 됐다. 개막 후 3경기 등판 만에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 우완 김민우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결정하면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것. 불펜 자원으로 몸을 만들던 좌완 루키 황준서가 급하게 다시 선발에 맞춰 보직을 이동한 까닭이다. 특히 김범수, 김기중 등 기존 왼손 불펜 자원들이 부진한 상황에서 새 셋업맨 역할로 가능성을 보였던 황준서였기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간 불펜에서 몇 주 동안 던졌잖아요. 지금은 선발에 적응하는 단계고, 투구 수는 천천히 올려야 합니다. 한동안 70~100구 사이로 투구 수를 올리는 건 시간이 좀 필요해요. 한꺼번에 확 올리는 건 오버페이스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최원호 한화 감독은 향후 황준서가 정상적인 선발 투수처럼 투구 수를 소화하기 위해선 ‘서너 경기 등판은 기본이고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급작스러운 마운드 운용 계획 변경인 만큼 어쩔 수 없는 대목이다.
한편 일련의 부진 속에서 독수리군단을 향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24일 KT전을 앞두고 원정팀 더그아웃에서 취재진과 만난 최 감독은 “반등 기회는 온다”고 힘줘 말했다. 그 전제조건은 선발과 중심타선의 ‘건강함’이다. 이와 관련해 설명을 이어간 최 감독은 “주축 선수가 부상당하면 팀 분위기가 크게 흔들린다”면서 “(김)민우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황)준서가 그 자릴 메꿨다. 또 타선에선 채은성이 복귀했다. 지금 이 구도가 부상 없이 잘만 돌아가면 상승세를 탈 타이밍이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류현진도 팀의 하락세를 끊지 못했다. 이제 배턴은 기수를 바꿔 외국인 우완 페냐로 향한다. 5연패 갈림길에 선 한화는 25일 수원에서 선발 투수 페냐를 내세워 스윕패 위기 극복에 도전한다. 여기서 페냐마저 무너진다면 ‘연패 스토퍼’의 무거운 짐은 막내 황준서에게 돌아간다. 무엇보다, 분위기 반전이 시급한 한화가 이번 경기에선 승전고를 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