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존, 하루 사이 달라졌다” 컴퓨터 제구 류현진, 왜 ABS에 불만을 쏟아냈을까 [춘추 이슈분석]

ABS를 향한 현장의 불만이 또 터졌다. 이번엔 한화 투수 류현진이 일관성을 두고 의문을 제기했다.

2024-04-26     김종원 기자
한화 투수 류현진이 ABS를 향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사진=한화, Bing Ai)

[스포츠춘추=수원]

올해 첫 시행 중인 ABS(자동 투구판정 시스템)를 두고 또 한 번 현장에서 불만이 터졌다. 이번엔 ‘메신저’부터 ‘메시지’까지 여느 때와는 다른 점이 있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진원지는 공교롭게 5연패 중인 한화 이글스다. 한화는 4월 23~25일 수원 원정에서 KT 위즈와 맞붙어 0승 3패 스윕을 당한 바 있다. 첫날 문동주부터 류현진, 펠릭스 페냐 등 에이스들이 총출동했지만, 결국 연패를 끊지 못했기에 뼈아픈 사흘이었다.

이 가운데 한화 선수단에서 ABS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25일 KT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최원호 한화 감독은 “선수들이 지난 이틀 동안 많이 혼란스러워했다”면서 “첫날엔 왼손 타자 기준 안쪽은 타이트하고, 바깥쪽에 후한 판정이 나와 선수들이 그에 맞춰 준비를 했는데, 이튿날 경기는 또 ‘그 존이 아니었다’고 하더라. 특히 류현진은 거기서 완전히 말렸다”고 밝혔다. 24일 경기 내내 답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팀 선수들의 불만을 사실상 대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날 더그아웃에서 취재진과 만난 류현진 역시 “시리즈 도중인데, 하루 사이에 스트라이크존이 달라졌다”면서 ABS를 향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에 앞서 홈팀 KT의 훈련 때 이강철 KT 감독과 대화를 나눈 류현진은 이때 ABS와 관련해 하소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BS 일관성 향한 류현진의 불만 “시리즈 도중 S존 변했다”

25일 수원 한화-KT전을 앞두고 홈팀 훈련 때 이강철 KT 감독과 만난 한화 류현진(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ABS가 KBO리그에 도입된 이후론 ‘구장마다 설치된 카메라 설정이 달라 스트라이크존이 다르다’는 불만이 현장에서 주로 제기된 바 있다. 이는 신예·베테랑, 투수·타자 등을 떠나 여러 목소리가 나왔단 점에서 단지 한두 명의 볼멘소리로 치부할 상황은 아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이를 두고 꾸준히 “그렇지 않다”면서 “ABS에 따른 스트라이크존 판정은 전 구장에서 정상적인 시스템하에 동일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한 만일 구단이나 미디어가 특정 판정에 대한 문의를 전할 시엔 ‘그에 따른 판정 근거 자료를 첨부해 답변하고 있다’는 게 KBO의 입장이다. 참고로 개막 후 이미 많은 구단과 그런 식으로 소통이 오가고 있다고.

다만 이번의 경우는 다르다. ABS 도입 후 ‘같은 경기장에서 열린 시리즈 도중에 스트라이크존이 수정됐다’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 그렇기에 골자는 문동주가 등판했던 23일과 류현진이 나온 24일, 같은 구장에서 열린 두 경기 사이에 ‘과연 스트라이크존 차이가 있었느냐’의 문제다.

한화 선수들은 수원 원정 첫날인 23일 경기에서 좌타 기준 몸쪽, 우타 기준 바깥쪽 판정을 두고 다소 타이트함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최원호 감독 역시 이와 관련해 “선발 문동주를 포함해 타자들도 그것 때문에 첫날 고전했다”고 말한 까닭이다.

23일 KT전, 문동주가 좌타자 천성호 몸쪽으로 투구한 공은 볼 판정을 받았다(제공=TVING(티빙)) 
23일 KT전, 문동주가 우타자 문상철 바깥쪽으로 투구한 공은 볼 판정을 받았다(제공=TVING(티빙)) 
23일 KT전, 문동주가 좌타자 김민혁 바깥쪽으로 투구한 공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제공=TVING(티빙))
23일 KT전, 문동주가 우타자 황재균 몸쪽으로 투구한 공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제공=TVING(티빙))

반면 첫날 좌타 기준 바깥쪽, 우타 기준 몸쪽은 후한 판정이 이어졌다는 게 한화 선수들의 판단. 특히 연패 중인 한화 선수단은 시리즈 두 번째 경기인 24일 KT전을 앞두고 피드백을 거쳐 전날 스트라이크존 맟춤 게임플랜을 들고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연패 스토퍼로 24일 선발 등판한 류현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날과 같은 기준이었으면 1회 초 선두타자 상대로 쓰리볼 카운트가 나올 수가 없어요.” 류현진의 항변이다.

실제로 이날 류현진은 마치 오목을 두듯 1회 말 선두타자 천성호 상대로 바깥쪽으로 연속 투구를 가져갔고, 모두 볼 판정을 받았다. 이때를 기억한 류현진은 25일 취재진을 향해 “(문)동주가 던질 때 기준이면 모두 스트라이크”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24일 KT전, 류현진이 좌타자 천성호 상대로 바깥쪽 투구로 3연속 볼 판정을 받았다(제공=TVING(티빙))
24일 KT전, 류현진이 좌타자 천성호 상대로 바깥쪽 투구로 3연속 볼 판정을 받았다(제공=TVING(티빙))
24일 KT전, 류현진이 좌타자 천성호 상대로 바깥쪽 투구로 3연속 볼 판정을 받았다(제공=TVING(티빙))

이어 류현진은 ‘일관성’에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그 구체적인 설명으론 3, 5회 조용호 타석을 든 류현진이다. 이때 류현진은 3회엔 볼넷을 내줬고, 5회엔 삼진을 잡은 바 있다. “위치상 찍힌 존과 달리 비슷한 코스로 날아왔는데 다른 판정이 나왔다”고 말한 류현진은 “같은 공인데 찍히는 건 아예 높낮이도 달랐다”고 덧붙였다.

당시 2회까지 연달아 삼자범퇴 이닝을 만든 류현진이지만, 3회부터 ABS 존에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운드 위 쓴웃음은 이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변했고 5회가 끝날 때쯤엔 강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류현진은 현시점 KBO리그 통산 100승에 도전 중이다. 그러나 두 번째 도전에 나선 이날은 ABS 적응 문제에 팀 수비까지 도와주지 못하면서 5이닝 7실점 투구 뒤 시즌 3패째를 기록했다.

한화 역시 뒤숭숭한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채로 선발 트리오 문동주-류현진-페냐가 차례대로 무너지면서 5연패 수렁에 빠졌다. 지난 20일 대전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포함해 내리 5경기를 진 것. 이와 동시에 개막 후 27경기 만에 시리즈 스윕패만 벌써 3번째다.

24일 KT전, 류현진이 3회 말 조용호 상대로 볼을 투구한 장면(제공=TVING(티빙))
24일 KT전, 류현진이 5회 말 조용호 상대로 스트라이크 삼진을 잡은 장면(제공=TVING(티빙))

26일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KT 베테랑 포수 장성우는 “ABS는 올해 첫 시행이다 보니 선수마다 받아들이는 게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며 “(류)현진이 형이 그렇게 느낀 부분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장성우는 “특히 오랜 시간 자신의 것들을 만들어 온 베테랑 선수들은 ABS에 더 힘들 수도 있다. 나 역시 그랬다”고 덧붙였다.

또한 장성우는 ‘구장마다 ABS 스트라이크존이 다르다’는 주장엔 “확실히 구장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다”고 하면서도 “다만 이번 시리즈 도중 첫날, 둘째 날이 달랐다는 건 (개인적으론) 못 느꼈다”고 답했다.

한편 이를 두고 한 야구계 관계자는 “선수들이 타석이나 마운드에서 느끼는 ‘감각’과 기계에서 측정되는 실제 위치는 다를 수 있고, 이 느낌적인 부분은 분리해서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릴 전했다. 25일 오후 KBO 측은 스포츠춘추와 통화에서 “구단이 ABS와 관련해 문의할 시엔 사무국에선 항상 트래킹 자료 등 판정 근거와 함께 답변한다. 지금 시점까진 문제 있는 판정은 없었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올해로 KBO리그에 도입된 새 규정만 수두룩하게 빽빽하다. 무엇보다, ABS는 한미일 프로야구 가운데 가장 빠르게 시행한 제도다. 급진적이기에 많은 이목을 끌었고, 이젠 야구의 ‘새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그런 ABS를 향한 팬들의 지지 역시 상당하다.

다만 선수들 역시 KBO리그를 함께 만들어가는 구성원임은 분명하다. 이들로부터 신뢰를 얻어내는 건 향후 KBO가 풀어가야 할 숙제다. ABS의 경우, 프로 선수로 치면 이제야 1년 차를 보내고 있는 신인인 셈이다.

동시에 선수들도 마음을 열고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의 볼멘소리가 밀려오는 파도를 막진 못한다. 이젠 ‘로봇 심판’이 없던 과거론 돌아갈 수 없기 때문. ABS가 더 완벽해지기 위해선 그 어느 때보다 소통과 교감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