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100승과 함께 잔인한 4월 끝 “한화, 5월부터 치고 올라갑니다” [춘추 이슈분석]
국내 에이스 듀오의 부진과 타선 침체 속에 잔인한 한달을 보낸 한화. 하지만 4월의 마지막 날 류현진 통산 100승과 함께 대승을 거두면서 희망찬 5월을 예고했다.
[스포츠춘추=대전]
“4월이 31일까지인가요?”
4월의 마지막 날 대전 홈경기에서 만루포를 터뜨린 노시환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확인하듯 되물었다. ‘30일까지’라는 답을 들은 한화 이글스 4번타자는 그제야 안심한 듯 “내가 듣기론 5월이 좋다고 하더라. 4월엔 아쉬운 성적을 냈지만 5월엔 분명히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4월이 30일까지라서 다행인 건 노시환 하나만이 아니다. 악몽 같은 4월 한 달을 보낸 한화 팀 전원에게 안도감을 주는 소식이다. 3월에 7승 1패로 단독 선두를 질주한 한화는 4월 한 달간 6승 17패로 바닥이 보이지 않는 추락을 경험했다. 한 차례 5연패와 다시 한 차례 6연패를 경험했고 28일 경기에선 일요일 만원 홈 관중 앞에서 상대에게 17점을 내주는 수모도 겪었다. 단독 선두였던 팀 순위는 지난해 최종 순위(9위)와 비슷한 8위까지 내려앉았다.
그러니 4월이 30일로 마지막인 것도, 그 마지막 날 승리를 거두면서 5월을 기약하게 된 것도 한화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슈퍼 에이스 듀오 부진, 타선 빅 4 침체에 잔인한 4월 보낸 한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 T.S. 엘리엇 ‘황무지’
4월은 잔인했다. 한화가 시즌 전에, 그리고 3월에 7연승을 달릴 때 기대한 것과는 모든 게 반대로 흘러갔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는 강력한 국내 선발진을 앞세운 선발야구를 꿈꿨다. 8년 170억 원의 블록버스터 계약을 맺고 한화로 돌아온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을 비롯해 지난해 신인왕이자 국가대표 에이스 문동주, 그리고 2년 전 개막전 선발이었던 김민우가 있는 선발진이라면 경쟁 구단을 압도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슈퍼 에이스’를 기대한 류현진은 경기마다 심한 기복을 보였고,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했던 김민우는 몇 경기 던져보지도 못하고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지난해보다 공의 회전수가 줄고 회전축도 기울어진 문동주는 지지부진한 투구를 거듭하다 한 경기 3피홈런 9실점으로 무너져 충격을 안겼다.
타선에선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만 펄펄 날았다. 지난해 MVP급 활약으로 올해 몬스터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던 노시환은 2년 전으로 돌아갔다. 채은성과 안치홍은 받는 몸값에 비해 아쉬운 성적에 그쳤다. 최인호와 ‘묵이 베츠’ 황영묵이 기대 이상으로 활약했지만 한화 라인업의 수많은 구멍을 메꾸기엔 한계가 뚜렷했다.
3월의 7연승 질주로 기대감이 커지긴 했지만, 사실 한화는 아직 그 정도로 전력이 탄탄하고 안정적인 팀은 아니다. 마운드는 류현진과 문동주라는 두 명의 특급 재능을 제외하면 평범한 선수들로 채워졌다. 두 에이스가 무너지면 한화 마운드의 수준은 평균 이하로 내려간다.
라인업도 1군 커리어가 부족하고 ‘에버리지’가 없는 선수가 절반 이상이다. 이 때문에 최원호 감독도 매 경기 하위타선을 갈아 끼워가며 경기를 꾸려가고 있다. 한화 라인업에서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이 기대되는 타자는 외국인 타자와 노시환, 채은성, 안치홍까지 4명뿐이다. 이 4명이 타선을 이끌면서 나머지 타자들이 분전하길 바라야 하는 선수진이다. 이들 중에 간혹 최인호, 황영묵처럼 기대치를 뛰어넘는 선수가 나오면 최상의 시나리오가 된다.
결국 한화가 잘하려면 류현진-문동주가 잘 던지고, 타선의 빅 4가 파괴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한화가 다른 강팀과 대등하게 싸우고 이기면서 위로 올라갈 추진력이 생긴다. 하지만 4월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류현진 호투+노시환 홈런, 4월의 마지막 날 희망 보여준 한화
팬들이 기대한 최상의 시나리오는 4월의 마지막 날이 돼서야 실현됐다. 30일 경기에서 류현진은 지난 2경기의 악몽을 씻고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7피안타 2볼넷 1삼진으로 완벽하거나 압도적이진 않았지만 효과적인 투구를 펼쳤다.
“100승이란 게 좀 신경 쓰이긴 했지만, 편안하게 마음을 먹으려 했습니다. 대전 홈 팬들 앞에서 100승을 해서 더 뜻깊은 것 같습니다.”?경기 후 류현진이 밝힌 소감이다.
시즌 초반 140km/h 초반대에 머물던 구속이 이날 최고 149km/h, 평균 145km/h로 올라오는 조짐을 보인 것도 고무적이다. 본인은 물론 팀 전체가 신경을 곤두세운 ‘100승’ 부담에서 벗어난 만큼, 5월부터는 MLB 출신 몬스터다운 모습을 기대할 만할 듯하다.
국내 선발 2옵션 문동주는 29일 자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재정비 기간을 가진다. 최원호 감독은 “최근 경기 내용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몸 회복도 하고, 재정비한 뒤에 돌아오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 한 턴 빼주기로 했다. 다음 턴에 맞춰서 준비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4월 6일을 마지막으로 홈런이 없던 노시환은 30일 경기에서 만루홈런을 날렸다. 이날 히팅포인트를 앞에 놓고 치는 데 주력한 노시환은 특유의 드러눕는 타격폼으로 오랜만에 그다운 파워를 발휘해 보였다. 시즌 6홈런으로 선두권(11개)과는 아직 5개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몰아치기에 능한 노시환이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격차다.
이날 경기에선 페라자도 1안타 1볼넷으로 활발한 공격을 펼쳤고 -9회 부상으로 인한 교체가 걱정이지만- 안치홍도 멀티 히트와 3타점으로 활약했다. 채은성의 여전한 부진이 신경 쓰이지만, 이것도 5월엔 달라지길 기대할 뿐이다.
노시환과 한화에 다행스럽게도 4월은 30일로 끝났다. 오늘부터는 달력의 새로운 페이지, 5월이 시작된다.
노시환은 “4월엔 페이스가 안 좋았지만 5월엔 분명히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오늘 같은 경기가 5월에 많이 나와서 팀 순위가 올라가고,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찬 5월을 기원했다.
반드시 그래야 할 것이다. 4월 부진은 일시적인 ‘사고’로 생각할 여지가 있지만, 만약 5월에도 계속 부진하면 그때는 실력이 된다. 한화가 수렁에서 허우적대는 동안에도 대전 홈팬들은 16경기 연속 매진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한화에겐 4월보다 더 좋을 경기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5월의 첫날이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