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안 뛰어서 편해요” 이러다 팀 도루 역대 꼴찌 신기록? 한화도 뛰어야 산다 [춘추 집중분석]

31경기를 치른 시점까지 팀 도루 9개로 최하위에 그치고 있는 한화 이글스. 뛸 선수도 없고 뛸 생각도 없는 한화와 상대하는 다른 팀들은 ‘주자를 묶을 필요가 없어서 편하다’고 이야기한다. 리그 트렌드를 역행하는 한화의 야구는 당장 올 시즌만이 아니라 내년 이후에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2024-05-01     배지헌 기자
한화에서 그나마 뛰는 야구가 가능한 선수 중 하나인 문현빈(사진=한화)

 

[스포츠춘추=대전]

4월 30일 대전 경기에서 8회 한화 이글스 이도윤이 2루를 훔쳤다. 올 시즌 아홉 번째 도루. 여기서 주의할 건, 개인 9호 도루가 아니라 한화 이글스의 팀 9호 도루라는 점이다. 

이 도루 성공으로 한화는 팀 도루 단독 최하위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공동 9위로 올라섰다. 팀당 30~33경기를 치른 5월 1일 현재까지 팀 도루가 한자릿수인 팀은 한화와 키움 둘 뿐이다.

다만 키움의 적은 도루 숫자는 의도적인 전략에 가깝다. 키움은 마음만 먹으면 한 시즌 50도루도 가능한 김혜성을 보유한 팀이다. 키움의 총 도루 시도 횟수는 11번, 이 가운데 9번을 성공해 성공률이 무려 81.8%나 된다. 못 뛰는 게 아니라, 안 뛰는 쪽에 가까워 보인다.

반면 한화는 총 21번의 도루 시도 가운데 9번만 성공하고 12번 실패했다. 성공률은 42.8%로 세이버메트릭스 연구가들이 ‘손익분기점’으로 칭하는 76%에 크게 못 미친다. 안 뛰는 게 아니라, 못 뛰는 쪽에 가깝단 점에서 키움과는 정반대다.

뛰고 싶어도 뛸 선수가 없다. 지난 5년간 한화에서 한 시즌 20도루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하주석(2차례)과 제러드 호잉(1차례) 둘 뿐이다. 이 가운데 호잉은 2021시즌을 끝으로 한국을 떠났고, 하주석도 잦은 부상 탓에 예전처럼 활발하게 뛰진 못하고 있다.

그외 선수 중에 그나마 20개에 가까운 도루를 한 선수는 2021년 정은원(19개) 정도. 이용규(2020년 17도루)은 팀을 떠났고 노수광(2022년 17도루)도 지난 시즌 방출 이후 소식이 끊겼다. 그나마 지난해 81경기 138타석의 제한된 기회 속에 13도루를 기록한 이원석이 있지만, 대주자-대수비로 팀 내 역할이 제한돼 있어 더 많은 도루를 바라긴 어렵다. 

퓨처스리그를 봐도 뛸 선수가 없긴 마찬가지. 지난해 한화 2군에서 두 자릿수 도루는 12개를 성공한 이원석이 유일했다. 2022년 10도루로 팀 내 1위에 오른 이상혁, 2021년 18도루로 팀 내 1위를 차지한 송호정도 당장 1군에서 뛸 전력과는 거리가 있다. 

한화 선수단에서 가장 뛰는 야구에 능한 이원석(사진=한화)

‘뛰는 야구’는 올 시즌 KBO리그의 트렌드다. 베이스 크기 확대에 맞춰 다른 팀들은 예년보다 공격적이고 과감한 도루로 상대 투수와 내야를 흔드는 야구를 하고 있다. 벌써 팀 도루가 55개인 LG 트윈스는 144경기 240도루 페이스로 1995년 롯데(220도루)의 한 시즌 팀 최다도루 기록을 뛰어넘을 기세다. 

이런 가운데 한화만 리그 트렌드와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이대로라면 한화는 팀 도루 42개로 시즌을 마치게 되는데, KBO리그 역사상 이보다 시즌 도루가 적었던 팀은 1983년 삼미(36도루)와 1985년 삼미/청보(35도루) 두 팀밖에 없었다. 야구 트렌드를 역행하는 걸 넘어 1980년대로 되돌릴 위기다.

시즌초 한화와 상대한 타 구단 코치는 “한화와 경기할 땐 투수와 포수, 내야수들이 편하다”고 말했다. “한화전에선 주자를 내보내도 크게 위협적이지 않다. 다른 팀과 경기할 땐 주자가 언제든 뛸 수 있다는 압박이 있는데, 한화엔 뛰는 선수가 없어 타자 상대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한화의 느림보 야구가 가져오는 문제는 올 시즌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 시즌 피치클락이 정식 도입되면 1루 견제 횟수 제한 규칙도 함께 적용된다. 투수가 주자를 묶어두기 어려워지면서 도루가 더욱 중요한 공격 옵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리그 환경에서 발 빠르고 위협적인 주자는 필수다. 빠른 선수가 없으면 있는 선수들이라도 더 잘 뛸 수 있게 훈련해야 한다. 실제 도루를 시도하지 않더라도 상대를 거슬리게 하고, 언제든 뛸  수 있다는 위협 정도는 가할 필요가 있다. 

불과 6년 전인 2018시즌 한화는 팀 도루 118개로 전체 1위 팀이었다. 그해 한화 주자들은 거침없이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공격적 주루로 상대를 흔들었다. 2018년은 한화가 마지막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한 시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