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우→문동주→페냐→산체스까지…? 한화 선발진, 이러다 류현진만 남을라 [춘추 이슈분석]
시즌 개막 전만 해도 최강 선발 로테이션을 기대했던 한화 이글스가 잇따른 부상과 부진으로 선발 붕괴 위기에 봉착했다. 16일 경기에서 조기 강판당한 산체스마저 문제가 생기면 한화 선발진엔 류현진만 남을 수도 있다.
[스포츠춘추]
자고 일어나면 선발투수가 하나씩 사라진다. 부상으로 한 명, 부진으로 한 명씩 사라진 한화 이글스 선발진에 류현진 혼자만 남게 생겼다.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한화는 리그 최강의 선발진을 기대했다. 리카르도 산체스-펠릭스 페냐의 재계약 외국인 투수 듀오가 못해도 2, 3선발 역할은 해줄 것으로 보였다. 지난해 신인왕 문동주는 올해 리그 정상급 에이스로 성장이 기대됐다.
2년전만 해도 개막전 선발이었던 김민우는 겨우내 미국 드라이브 라인에서 맹훈련한 성과가 청백전과 시범경기를 통해 나타나고 있었다. 이 탄탄한 4인 선발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합세하면서, 선발 로테이션 하나는 어느 팀과 견줘도 꿀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3월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류현진은 명불허전이었고 산체스와 페냐도 국밥처럼 든든한 피칭을 선보였다. 김민우는 첫 등판에서 2021시즌의 포스를 재현했고, 문동주의 첫 등판도 나쁘지 않았다. 여기에 가벼운 부상으로 빠진 김민우 대신 나온 황준서가 역대 10호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을 따내자, 한화 미디어 브리핑 시간엔 ‘6선발 로테이션’ 질문까지 나왔다.
하지만 4월 들어 선발진에 균열이 시작됐다. 최고의 시즌이 기대됐던 김민우는 팔꿈치 인대 파열로 수술대에 올랐고, 문동주는 잇따른 부진 끝에 2군에 내려갔다. 문동주 대신 등판한 조동욱이 데뷔전 승리(역대 11호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를 기록했지만, 김민우의 자리를 대체한 황준서는 좀처럼 데뷔전 때의 임팩트를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 쪽도 문제다. 페냐는 3승 5패 평균자책 6.27로 외국인 투수 중에선 퇴출당한 로버트 더거 다음으로 부진하다. 15일 경기에선 2회 타구에 오른팔을 맞고 조기 강판당했다. 병원 검진 결과는 ‘타박상’으로 나왔지만, 한화는 16일 페냐를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대체 외국인 선수를 알아본다는 말도 나온다.
여기에 산체스마저 16일 경기에서 부상으로 빠지면서 ‘외국인 투수 백투백 조기 강판’이 벌어졌다. 왼 팔꿈치에 불편함을 호소한 산체스는 3회부터 윤대경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오늘 MRI 검사가 예정된 가운데, 결과에 따라선 외국인 투수 2명이 자리를 비우는 최악의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
만약 산체스마저 이탈하면 한화의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서 생존자는 류현진 하나만 남는다. 류현진은 9경기 2승 4패 평균자책 5.33으로 아직 ‘몬스터’ 이름값에 걸맞은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화가 기대한 시나리오는 강력한 4인 선발에 류현진이 가세하는 시너지 효과였지, 류현진답지 않은 류현진만 남고 나머지 선발이 초토화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나마 희망적인 대목은 작년 신인왕 문동주의 1군 복귀가 임박했다는 소식이다. 문동주는 14일 퓨처스 삼성전에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문동주의 투구 밸런스에 문제가 있다고 본 한화는 퓨처스에서 2이닝 정도 투구를 본 뒤 1군 복귀 시점을 정할 계획이었는데, 다음 외국인 투수 등판일에 맞춰 문동주를 불러올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화의 현장 리더십을 놓고 여러 흉흉한 소문이 떠돌았지만, 당분간은 현재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 방송 해설위원은 “올스타 브레이크까지는 지켜볼 것”이라 예상했고 다른 방송사 해설위원도 “일단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5월초 위험한 시기가 있었지만 구단주의 야구장 방문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게 한화를 잘 아는 이들의 증언이다. 여론과 모기업 눈치를 보느라 최원호 감독의 100승도 조용히 지나갔던 구단도 구단주 방문 이후 평소대로 움직이는 분위기다.
한 해설위원은 “당분간 트레이드 등으로 중견수 등 약점을 보완하고, 외국인 투수 교체 등을 통해 반등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단 눈앞에 닥친 선발진 붕괴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중요하다. 이번 주말 삼성 3연전엔 고졸 신인 좌완 듀오(황준서, 조동욱)과 역대 최고 좌완(류현진)이 등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