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사건, 미국 유력 스포츠 매체 메인 장식…‘인기 기사’ 1위 [춘추 이슈]
* 디 애슬레틱 ‘황의조 스캔들' 다룬 칼럼 게재…19일 인기 기사 1위 차지해
[스포츠춘추]
노팅엄 포레스트 소속의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31)가 성관계 불법 촬영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뉴욕 타임스 계열의 유력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이 사건의 전말을 상세히 보도해 화제다.
‘디 애슬레틱’의 축구 담당 대니얼 테일러 기자는 19일(현지시간) “황의조 - 불법 성관계 동영상 혐의, 협박 그리고 가족의 기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의 복잡한 전모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19일 오후 기준 ‘인기 기사’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화제와 논란이 되고 있다.
황의조는 2022년 6월부터 9월 사이 두 여성과의 성관계를 동의 없이 4차례 촬영한 혐의로 지난주 기소됐다.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대 7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어 황의조의 선수 생활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6월, 한 인스타그램 계정에 황의조와 한 여성의 성관계 동영상이 유출되면서 시작됐다. 해당 계정은 자신을 황의조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하며 그가 여러 여성들과 관계를 맺고 동의 없이 성관계를 촬영했다고 폭로했다.
게시물 작성자는 “많은 여성들이 비슷한 패턴을 경험했다”며 “황의조는 연예인, 인플루언서, 일반인들을 동시에 만나고 있다.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폭로했다.
황의조의 매니지먼트사는 즉각 “근거 없는 소문과 비방”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후 다른 계정을 통해 협박이 이어졌고, “많은 영상이 있다”며 “공개하면 재미있을 것”이라는 메시지까지 등장했다.
황의조는 “나는 불법적인 일을 하지 않았다”며 “그 게시물엔 근거가 없다. 나는 게시물을 올린 사람을 모른다. 그 사람은 나를 비방하고 내 사생활 영상을 이용해 협박한 범죄자”라고 자필 성명서를 통해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협박 글을 올린 인물이 황의조의 형수로 밝혀진 것이다. 경찰은 IP 주소 추적을 통해 메시지가 황의조의 집에서 보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당시 그의 집에 있던 형수의 노트북에서 전송된 것으로 드러났다.
형수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하며 누군가가 자신의 계정을 해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증거가 계속 드러나자 결국 모든 것을 자백했다. “황의조가 우리 부부의 희생을 인정하지 않아 일을 계획했다”고 진술한 형수는 “남편과 난 한국에서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황의조의 성공을 위해 해외로 이주해 5년간 그를 돌봤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황의조가 (노팅엄 포레스트로) 복귀를 준비하는 동안 남편과 의견 충돌이 있었다”며 “남편의 노고를 인정하지 않는 황의조에게 배신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황의조의 형수는 결국 성폭력처벌법 위반 및 협박 혐의로 기소되어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녀는 법정에서 “복수심에 눈이 멀었었다”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경찰은 형수에 대한 수사와 동시에 황의조의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했고, 결국 기소에 이르게 된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 전문 변호사로 황의조 사건 피해자를 담당하는 이은의 변호사는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피해자는 영상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며 “황의조가 영상 유포자를 고소하는 과정에서 연락을 받고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또한 “피해자는 인생이 망가졌다고 생각하며 큰 절망감에 빠졌다”면서 “황의조가 사과하긴 했지만, 자신이 한 일이 불법이 아니라고 설명하려 했다”고 말했다. 황의조 측은 “영상은 황의조의 휴대전화로 촬영됐으며, 불법적으로 촬영된 것이 아니다. 황의조와 여성이 촬영 후 함께 영상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황의조는 지난해 11월부터 국가대표팀 선발 제외 조치를 받았다.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 선수는 높은 도덕성과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며 “사생활을 신중히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당시 한국 대표팀을 이끌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아직 유죄가 확정된 것이 아니며, 그때까지 황의조는 우리 선수”라고 옹호했지만, 결국 협회의 결정에 따라 황의조는 아시안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현재 황의조는 노팅엄 포레스트의 프리시즌 캠프에 참가 중이다. 구단은 아직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지만,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그의 향후 거취에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은의 변호사는 “황의조가 한국 국가대표팀의 주력 선수라는 이유로 특별대우를 받고 있는 것 같다”며 “피해자는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진실이 밝혀지기를 진심으로 희망하고 있다. 개인적인 영상이 웹상에 유포돼 누구나 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디지털 성폭력은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황의조의 재판은 다음 달 시작될 예정이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추가적인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황의조의 축구 인생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계 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스포츠계는 물론 법조계, 여성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번 사건을 주시하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