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목숨걸고 했지만…지금은 웃으며!” 한일 프로야구 레전드 대결 [춘추 이슈]
김인식-하라 감독과 이종범-이나바, 한일 드림 플레이어즈 게임 앞두고 현지 기자회견
[스포츠춘추]
한일 프로야구 역사를 빛낸 레전드들의 친선 경기 '한일 드림 플레이어즈 게임'이 22일 일본 홋카이도 키타히로시마시의 에스콘필드 홋카이도에서 펼쳐진다. 경기를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양 팀의 선발 라인업이 공개되어 야구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이번 친선경기는 양국 프로야구 발전에 기여한 선배들을 향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기획됐다. 또한 야구를 통한 한일 간 국제교류 활성화를 도모하는 의미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한국 김인식 감독과 일본 하라 다쓰노리 감독이 직접 발표한 선발 라인업에는 양국 야구계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의 이름이 즐비했다.
한국팀은 이혜천이 선발 투수로 나서는 가운데, 타순은 이종범(중견수)-이대형(좌익수)-양준혁(지명타자)-김태균(1루수)-박경완(포수)-박석민(3루수)-손시헌(유격수)-박한이(우익수)-박종호(2루수) 순으로 구성됐다.
일본팀은 우에하라 고지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고, 타순은 니시오카 츠요시(2루수)-우치카와 세이치(좌익수)-오가사와라 미치히로(1루수)-이나바 아츠노리(지명타자)-조지마 겐지(포수)-후쿠도메 고스케(우익수)-이토이 요시오(중견수)-마쓰다 노부히로(3루수)-도리타니 다카시(유격수)로 짜였다.
양 팀의 라인업을 살펴보면, 한국의 '바람의 아들' 이종범과 일본의 '미스터 4번타자' 이나바 아츠노리의 대결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이나바는 경기 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신 구단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 멀리서 오신 한국팀도 감사드린다. 선수로서 뜨겁게 멋진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가지고 있는 실력 다 보여드리고 좋은 경기 했으면 좋겠다. 선수들과 오랜만에 만나는 것도 있기 때문에, 만나서 인사하고 교류하는 것도 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한일전에 대한 추억을 묻자 이나바는 "수준은 똑같다고 생각했다. 실수 하나에 승부가 결정되는 그런 긴장감 있는 상황 속에서 했다"며 "일본 대표팀으로 선수도 하고 감독도 했는데, 항상 집중해야 한다는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 오늘은 친선경기지만 서로 다치지 않고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맞서는 이종범은 "나도 미국에서 온지 얼마 안 됐다. 다들 은퇴했지만 본인이 갖고 있는 일에 대해 충실한 선수들이다. 단체 운동은 어제 처음이라고 들었다"며 "현역 선수가 아닌 은퇴를 하고 나서 일본 레전드들과의 경기다. 한일 관계에 있어 좋은 생각을 갖고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이종범은 경기에 임하는 각오에 대해 "은퇴를 했기 때문에, 오늘은 즐거움과 웃음으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부상 당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 게임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한일전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며 "어렸을 때부터 일본과의 승부는 목숨처럼 생각하면서 했다. 일본은 강적이었고, 그 강적 물리치기 위해서 팀워크로서 경기를 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은퇴를 해서 다들 배도 나오고 머리도 벗겨지고 그런 모습도 있다 보니, 그런 점들도 즐거움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인식 감독과 하라 감독은 각자의 각오와 한일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김인식 감독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나 프리미어12 등에서는 당연히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늘 경기도 잘해야 된다는 생각은 있다. 긴장도 되고, 사실 걱정도 많이 된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건 일본, 한국 두 나라 야구팬들에게 훌륭한 경기를 보여드리는 것"이라며 "과거 훌륭했던 선수들이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 잘하는구나, 녹슬지 않은 기술을 갖고 있구나를 보여드리며 이런 경기를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라 감독은 "처음 들었을 때 한-일 뿐 아니라 전 세계 야구팬들이 주목할 수 있는 경기라 생각했다"며 "일본 선수들은 은퇴했지만, 한국과 대결하면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이 있다. 열심히 하고 훌륭한 경기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한-일전은 목숨 걸고 경기를 했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이런 친선경기가 열리니 그때보다는 마음 편하게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좋은 플레이 나오면 박수 쳐주시고, 나쁜 플레이도 웃으면 넘어가주셨으면 한다. 웃으면서 야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두 감독 모두 이번 경기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되기를 희망했다. 김인식 감독은 "이런 경기를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하라 감독 역시 "좋은 경기 하고 내년, 내후년 또 이런 경기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한일 드림 플레이어즈 게임'은 단순한 친선경기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양국 야구의 역사를 함께 써온 레전드들의 만남은 야구팬들에게 향수와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 경기를 통해 한일 양국의 야구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고, 양국 관계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