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영광의 이면, 올림픽은 어떻게 선수의 몸을 망가뜨리는가 [춘추 이슈분석]

-화려한 메달의 이면에 감춰진 메달리스트 선수들의 상처와 고통

2024-08-03     스포츠춘추
올림픽에서 부상으로 좌절하는 선수의 모습(사진=Bing AI)

 

[스포츠춘추]

"내 관절은 80세가 넘은 노인의 것과 같다."

32살의 나이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BMX 레이싱의 전설, 콜롬비아의 마리아나 파혼이다. 그녀의 말에는 웃음기가 묻어있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뉴욕타임스'의 제임스 와그너 기자는 최근 '올림픽이 어떻게 선수들의 몸을 망가뜨리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숨겨진 고통을 조명했다. 그의 르포르타주는 화려한 메달의 이면에 감춰진 선수들의 상처와 고통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파혼은 자신의 성과를 이렇게 나열한다. 18번의 세계선수권 우승, 2012년과 2016년 올림픽 금메달, 2021년 도쿄 올림픽 은메달.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또 다른 '성과'를 언급한다. 25번의 골절, 12개의 나사, 8번의 수술,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인대와 힘줄의 파열.

"왼쪽 팔과 무릎에 들어간 의료 장비에 금속이 너무 많아서 예전엔 X레이 사진을 들고 다녔다. 문을 열 때도, 물 한 잔 따를 때도 아프다." 파혼의 말이다.

4살 때부터 경쟁적으로 레이싱을 해 온 파혼에게 이런 부상들은 삶의 일부다. 그녀는 이를 한탄하지 않는다. 운동선수에게는 당연한 일이라고 여긴다.

와그너 기자는 "자연스러운 노화도 인체를 퇴화시키지만, 레슬링이나 럭비, 체조와 같은 고강도 올림픽 종목에서 엘리트 수준으로 경기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더 큰 위험을 수반한다"고 지적한다. 어깨가 망가지고, 인대가 찢어지고, 어떤 이들에게는 금속 나사와 티타늄 플레이트가 금, 은, 동메달을 향한 평생의 여정에서 또 하나의 장비가 된다는 것이다.

파혼은 "꿈을 이루고 국가를 위해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바쳐야 한다"고 말한다. "파리 올림픽에서 경기 시간은 35초 남짓이다. 쉽고 빠르게 보이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수술실과 고통이 있다. 결코 쉽지 않다."

올림픽을 TV로 지켜보는 팬들은 선수들이 그 순간에 도달하기까지 겪은 고통을 알지 못한다. 더구나 그 고통이 올 여름이 지나고 나서도, 때로는 평생 동안 지속된다는 사실은 더더욱 모른다.

미국의 레슬링 선수 카일 데이크(33)는 "많은 올림픽 선수들이 자신의 한계를 알아보기 위해 몸을 한계점까지 밀어붙인다"고 말한다. 그는 도쿄 올림픽 74kg급 자유형 레슬링에서 동메달을 땄고, 이번 파리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수년간 인체의 경계와 한계를 찾으려 노력했다. 이제 그 한계를 알게 됐고, 어디까지 가야 하고 어디까지 가지 말아야 할지 안다. 하지만 우리가 각자의 종목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집단적으로 겪는 일들은 정말 놀라울 정도다. 모든 이에게 추천하고 싶진 않다."

BMX 레이싱에서는 자전거가 점프할 때의 충격 대부분을 몸이 흡수한다. 파혼은 "우리가 타는 자전거에는 서스펜션이 없다"며 "우리의 손목, 팔꿈치, 어깨, 등, 무릎, 발목 관절이 서스펜션 역할을 한다. 건강에 좋지만 동시에 해롭기도 한 스포츠"라고 말했다. 

체조에서는 관절에 지속적으로 큰 부담이 가해진다. 복싱에서는 펀치가 몸을 강타한다. 레슬링에서는 몸이 비틀리고 매트에 내던져진다. 7인제 럭비에서는 선수들이 최고 속도로 달리면서 서로 태클한다. 필드하키에서는 스틱에 손가락이 으스러져 절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승마 종목에서는 말에서 떨어지면서 선수들의 몸이 망가진다. 미국의 보이드 마틴(44)은 22번의 수술을 받았고 19개의 뼈가 부러졌다. 그의 몸 안에는 5개의 플레이트와 2개의 나사, 그리고 금속 막대가 들어 있다.

뉴질랜드의 7인제 럭비 선수 앤드류 뉴스텁(28)은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정말 아프다"라고 말한다. 그는 도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지만,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전방십자인대 파열을 두 번이나 극복해야 했고 왼쪽 무릎의 감염증도 이겨내야 했다.

파혼의 부상 목록은 그 범위와 극복 의지 면에서 가장 극적일 것이다. 2008년 고향 메데인에서 훈련 중 당한 왼팔 부상으로 심각한 개방성 골절을 입었고 동맥까지 손상돼 두 개의 핀을 심어야 했다. 2012년 충돌 사고로 갈비뼈가 부러지고 신장이 멍들었는데, 그녀는 이를 가장 위험했던 부상으로 꼽는다.

2018년에는 점프 후 아스팔트에 발이 부딪혀 왼쪽 무릎의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수술과 회복 과정에서 합병증이 너무 많아 은퇴까지 고려했다. 2019년에는 오른쪽 팔꿈치가 탈구되고 모든 인대가 찢어졌는데, 계속 경기에 출전하면서 상태가 더 악화됐다. 파리 올림픽 출전을 위해 지난해에만 3번의 수술을 받았고, 가장 최근 수술은 지난 12월이었다.

"더 책임감 있게 했어야 할 일들이 있다. 회복에 더 신경쓰고, 어릴 때 몸을 그렇게 혹사하지 않았어야 했다. 하지만 내 강한 승리에 대한 집착, 최고가 되려는 집착에 그러지 못했다. 한계를 정하고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데, 젊을 땐 그런 걸 생각하지 않았다. 모든 걸 바쳤다." 파혼의 말이다. 

데이크는 기술과 훈련, 의학의 발전으로 일부 부상은 예방할 수 있고 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훨씬 더 정교해졌고, 정말로 모든 사람의 필요에 맞출 수 있다. 도움을 구하면 누군가를 찾을 수 있고, 그래서 스포츠 인생이 훨씬 더 즐거워졌다"고 말한다. 

파혼은 이제 라이딩할 때 더 많은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더 많이 워밍업한다고 한다. 그녀는 젊은이들에게 자신과 같은 실수를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녀는 가장 힘든 순간을 이겨내기 위해 올림픽 BMX 선수 출신이자 현재 코치인 남편 뱅상 펠뤼아르, 정신력 코치 조나단 부스타만테 같은 이들에게 의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또한 매일 느끼는 고통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부상 때문에 달릴 때 운동선수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고, 계단을 오를 때 삐걱거릴 수 있지만, 그것은 모두 가치 있는 일이었다. 그녀는 계속 경쟁하고 싶어 한다.

"많은 것을 주고, 많은 것을 얻었다. 그리고 난 그 어떤 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다."

올림픽의 영광 뒤에는 숨겨진 선수들의 고통이 있다. 우리는 TV로 올림픽 경기를 보며 환호하지만, 그들의 몸이 겪는 고통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메달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그들의 희생을 기억해야 할 때다.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