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논란’ 극복한 이마네 칼리프, 파리올림픽 여자 웰터급 금메달 획득 [춘추 올림픽]
-알제리 복서 이마네 칼리프, 파리올림픽 여자 웰터급 금메달 획득
[스포츠춘추]
알제리의 복서 이마네 칼리프(26)가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여자 웰터급(66kg급) 금메달을 획득했다. 칼리프는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중국의 양 리우를 상대로 5대 0 판정승을 거뒀다.
칼리프의 금메달 획득은 단순한 스포츠 승리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그녀는 이번 대회 기간 내내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과 온라인 상의 괴롭힘에 시달려야 했다.
논란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시작됐다. 국제복싱협회(IBA)는 칼리프와 대만의 린 유팅을 여자부 경기 출전 자격 미달로 대회에서 실격시켰다. IBA는 두 선수가 "다른 여성 선수들에 비해 경쟁적 우위"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IBA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IOC는 IBA의 자의적인 성별 검사가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지적하며, 칼리프와 린의 올림픽 출전권을 보장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직접 나서 두 선수를 옹호하며 비판을 "혐오 발언"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칼리프는 파리올림픽에 출전했고, 예선전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그녀의 첫 상대였던 이탈리아의 안젤라 카리니는 46초 만에 경기를 포기했는데, 이는 칼리프의 펀치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칼리프에 대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J.K. 롤링 작가 등 유명 인사들까지 나서 여자 스포츠에 남성이 출전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칼리프는 이에 굴하지 않고 경기에 집중했다. 그녀는 8강, 4강전을 모두 판정승으로 통과했고, 결승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칼리프는 양 리우를 상대로 3라운드 내내 우위를 점하며 심판 전원 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경기 후 칼리프는 "8년 동안 이것이 내 꿈이었고, 이제 올림픽 챔피언이자 금메달리스트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녀는 자신을 향한 의혹에 대해 "나는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살아왔고, 이 대회에 출전할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칼리프의 금메달은 알제리 복싱 역사상 첫 여자 금메달이다. 알제리는 1996년 호신 솔타니 이후 28년 만에 복싱 금메달을 획득했고, 이는 알제리 올림픽 역사상 7번째 금메달이다.
칼리프의 승리는 알제리 국민들에게 큰 환호를 안겼다. 알제리 수도 알제와 다른 도시들의 광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결승전이 생중계됐다. 칼리프의 고향 지역인 티아레트에서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작업자들이 그녀가 복싱을 배운 체육관 벽에 켈리프의 벽화를 그렸다.
ESPN에 따르면, 칼리프의 스토리는 단순한 스포츠 승리를 넘어 사회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녀의 승리는 성 정체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맞선 투쟁의 상징이 됐다는 분석이다.
디 애슬레틱은 칼리프의 금메달이 여성 스포츠의 공정성과 포용성에 대한 논의를 더욱 활발하게 만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참가 자격을 둘러싼 논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칼리프와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섰던 대만의 린 유팅은 10일 여자 57kg급 결승전에 출전한다. 린 역시 금메달을 노리고 있어, 두 선수의 활약이 여성 스포츠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