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호날두 이후는 잃어버린 세대? 1990년대생 선수들의 부진 [춘추 이슈]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선수들의 기대 이하 활약...축구계 세대교체 아쉬움
[스포츠춘추]
메시-호날두 후계자가 없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올리버 케이 기자가 축구계에 '잃어버린 세대'가 존재한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제기했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후,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선수들이 예상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 기자는 오는 10월 28일 파리에서 열릴 발롱도르 시상식에 주목했다. 그는 "올해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4세)나 로드리(27세)가 수상한다면, 각각 21세기 출생 선수 중 첫 수상자, 1990년대생 첫 수상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메시와 호날두가 지난 15년간 13차례나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독점해온 결과다. 두 선수와 동년배인 루카 모드리치(2018년)와 카림 벤제마(2022년)만이 그들의 독주를 잠시 멈추게 했을 뿐이다. 케이 기자는 "메시, 호날두, 모드리치, 벤제마는 모두 1980년대 중후반에 태어났다"며 "이들은 10대 때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았고, 30대 중반까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들 이후 세대, 특히 1994년에서 1997년 사이에 태어난 선수들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게 케이 기자의 지적이다. 그는 발롱도르 투표 결과를 분석해 "2008년 이후 발롱도르 투표에서 1994년에서 1997년 사이 출생 선수들의 성적을 보면, 로드리가 2022년 5위에 오른 게 유일한 톱5 진입 사례"라며 "같은 기간 베르나르두 실바가 2019년과 2023년에 9위에 오른 것 외에는 10위권 내 진입 사례도 없다"고 밝혔다.
반면 음바페(1998년생)는 이미 6년 연속 10위권에 들었고, 홀란드(2000년생)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000년생)도 각각 두 차례씩 10위권에 진입했다는 점이 1990년대 중반생 선수들의 부진을 더욱 부각한다.
케이 기자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메시와 호날두의 독보적인 활약으로 인해 그 다음 세대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축구 전술의 변화도 한 요인으로 꼽았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달라졌다"며 "공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의 압박과 수비 가담이 더욱 중요해졌고, 이는 1990년대 중반생 선수들이 프로에 데뷔할 무렵과 맞물린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해당 세대 선수들은 화려한 개인기보다는 팀 전술에 충실한 '시스템 플레이어'로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로드리나 베르나르두 실바 같은 선수들이 대표적인 예시로 거론됐다.
반면 음바페나 홀란드 같은 더 어린 세대의 선수들은 개인기와 득점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했다는 주징이다. "최근에는 '주연 에너지'를 가진 선수들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며 "음바페, 홀란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벨링엄, 무시알라 등은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독려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케이 기자는 또한 축구 시장의 변화도 1990년대 중반생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최근 6-7년 사이 시장의 논리가 바뀌었다"며 "클럽들은 이제 2000년 이후 출생 선수들을 찾는다. 23세 이상 선수들은 좋은 거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 결과 1990년대 중반생 선수들은 점점 더 출전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 실제로 프리미어리그 출전 시간을 분석한 결과, 1995년생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케이 기자는 "이러한 현상이 테니스에서는 더욱 두드러진다"며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의 독주로 인해 1989년에서 2000년 사이 출생 선수 중 티엠과 메드베데프만이 그랜드슬램을 획득했다"고 비교했다.
마지막으로 케이 기자는 "물론 1990년대 중반생 선수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며 "로드리가 올해 발롱도르를 수상한다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세대의 뛰어난 대표주자로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