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체위, 정몽규·홍명보 난타...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집중 추궁 [춘추 이슈]

[스포츠춘추]

9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을 상대로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정당성과 공정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날 질의에는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 외에도 이임생 기술총괄이사, 정해성 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의원들은 먼저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11차 회의의 적법성 여부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전력강화위원회 업무를 겸임하며 감독 선임을 주도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임생 이사에게 전력강화위원장 역할을 병행토록 한 것은 축구협회 정관 위반"이라며 "동네 계모임이나 동아리만도 못하다"고 질타했다.

정몽규 회장은 이에 대해 "축구협회가 음모를 꾸미거나 실상을 감출 것은 없다"며 "전력강화위원회의 추천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홍 감독이 최다 득표를 받지 못했음에도 1순위 협상 대상자로 결정된 점 등을 지적하며 선임 과정의 불공정성을 거듭 제기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전력강화위원회 10차 회의 자료를 근거로 "홍명보 감독과 바그너 감독이 강화위원 내부 투표에서 나란히 7표를 받아 공동 최다 득표를 기록했다"며 "단독으로 최다 득표를 받지 못한 홍 감독을 1순위 협상 대상자로 결정한 건 사전에 논의한 결과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홍명보 감독은 "전력강화위원회가 저를 1순위로 올렸기에 감독 자리를 받았고, 2·3순위였다면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불공정하거나 특혜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이임생 이사가 자신의 집 앞에 찾아와 감독직을 제안한 것을 두고 "부탁이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의원들은 또한 정몽규 회장의 4선 연임 가능성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이어갔다.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협이 현대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사슬을 끊어야 한다. 회장님은 이제 떠나야 할 때"라고 지적했고, 조계원 의원은 "축협이 현대가의 전유물은 아니죠"라며 응답자 64%가 정 회장의 사퇴를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심사숙고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다 열어놓고 생각해보겠다", "여러 가지를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겠다", "오직 축구발전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의원들은 현대그룹이 축구협회 운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천안축구센터 건립 공사현장 소장에 현대산업개발(HDC) 출신이 파견되는 등 현대그룹이 축협 실무 전반의 내용을 공유하고 심지어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전혀 몰랐다"며 "전반적인 (축협) 감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다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 감독기관으로서 허점이 많았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현안 질의에서는 축구협회의 자료 제출 미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대표 감독 선임 관련한 전력강화위원회의 회의록 등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는데, 축구협회의 보도자료 링크 한 줄을 보냈다"며 "이는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고 이 사안에 협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도 "질의자료 129건 중 절반 이상이 개인정보 보호나 비밀 약정 등으로 인해 아예 (자료가) 제출되지 않고 있다"며 "특히 홍명보 감독의 계약 기간, 연봉 등 기본적인 자료나 외국인 감독 후보에게 제시한 연봉 등이 전혀 제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몽규 회장은 "여러 개인 정보가 포함돼서 변호사와 상의한 후에 제출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전재수 문체위원장은 "개인정보를 이유로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부분은 가려서 제출하면 된다"며 오후까지 성실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이번 현안 질의를 통해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과정과 운영 전반에 대한 문제점들이 여실히 드러났다. 의원들은 축구협회의 불투명한 운영과 절차적 문제, 그리고 현대그룹과의 유착 의혹 등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정몽규 회장의 4선 연임 가능성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향후 축구협회는 이번 질의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