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미 월드컵 성공, 미국 대선 결과에 달렸다? [춘추 이슈]
트럼프 행정부 시절 성사된 월드컵 유치...비자·입국 정책 등 운영 방향에 정권 교체 영향 주목
[스포츠춘추]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 여부가 2026 FIFA 월드컵의 운영 방향을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5일(한국시간) 2026 FIFA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역할, 그리고 향후 대선 결과가 대회 운영에 미칠 영향을 상세히 보도했다. 32년 만에 미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멕시코, 캐나다와 공동 개최하게 되는데, 대회 기간 중 미국의 정책 기조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7년 4월 시작된 북미연합 유치 활동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진행됐다.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공약, 무슬림 국가 입국 금지 등 트럼프의 강경 발언들은 유치위원회에 큰 부담이 됐다. 특히 아이티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비하하는 발언이 FIFA 회원국들의 반발을 샀다.
211개 FIFA 회원국의 투표로 개최지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멕시코·캐나다 간의 무역 분쟁도 '북중미 연합 유치'의 성공을 위협했다. 그럼에도 2018년 6월 모스크바 FIFA 총회에서 134표를 얻어 65표에 그친 모로코를 제치고 개최권을 따냈다.
유치 성공의 숨은 주역은 트럼프의 사위 쿠슈너였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구단주이자 유치위원회 명예회장인 로버트 크래프트의 소개로 백악관과 유치위원회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 백악관에서 유치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나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문의했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때는 직접 경기장을 찾아 월드컵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쿠슈너의 영향력은 트럼프 퇴임 후에도 이어졌다. 뉴저지 출신인 그는 2026년 결승전 개최지를 뉴욕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으로 유치하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 2월 발표를 앞두고 FIFA 회장 잔니 인판티노와 직접 대화하고, 뉴저지 주지사와 뉴욕 유력 기업인들이 참석한 만찬을 주선했다.
FIFA와 트럼프의 관계도 돈독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세 차례나 백악관을 방문했고, 뉴저지에서 골프를 치거나 다보스 포럼에서 오찬을 함께하는 등 친분을 쌓았다. 인판티노는 "트럼프 대통령은 진정한 스포츠맨이며, 축구계 최고의 선수들과 같은 섬유질을 가진 경쟁자"라고 치켜세웠다.
대회 성공을 위한 핵심 과제는 입국 비자 문제다. 트럼프는 2018년 5월 인판티노에게 보낸 서한에서 "모든 선수와 임원, 팬들이 차별 없이 입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 멕시코 주요 도시의 미국 비자 인터뷰 대기 시간이 250일, 콜롬비아 보고타는 710일, 터키 이스탄불은 713일에 달해 FIFA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유치위원회는 트럼프의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투표권을 가진 국가들에게 "트럼프가 진심으로 한 말이 아니다"라고 설명하거나, "2026년에는 대통령이 아닐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누구도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 다시 도전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쿠슈너는 2017년 여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 직접 지지를 요청했고, 사우디는 바레인 등 중동 국가들의 지지도 이끌어냈다. 이후 사우디는 2034년 월드컵 개최가 사실상 확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유치위원회는 NFL 경기장들을 활용해 140억 달러의 수입과 110억 달러의 FIFA 수익을 약속했다. 이는 FIFA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회원국들에게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디 애슬레틱은 "이번 주 미국 대선 결과가 2026 월드컵 운영 방향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비자 발급과 입국 정책, FIFA와의 관계 설정 등이 새로운 행정부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대선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