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나가는 체육회...이기흥이 임명한 '스포츠불공정위원회', 이기흥 3선 도전 길 열었다 [춘추 이슈]
대한체육회장 이기흥, 비위 혐의로 직무정지까지 당했지만 측근들로 구성된 스포츠공정위원회서 3선 도전 승인받아
[스포츠춘추]
이기흥(69) 대한체육회장이 자신이 임명한 인사들로 구성된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3선 연임 도전 승인을 받아내며 한국 체육계의 공정성 논란이 최고조에 달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위원장 김병철)는 12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회관 13층 대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기흥 회장의 3선 연임 도전을 승인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내년 1월 14일 열리는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얻게 됐다.
현행 체육회 정관상 체육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임기를 한 차례 연임할 수 있고, 세 번째 연임을 위해서는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공정위는 지난 4일 소위원회를 열어 이 회장에 대한 사전 심의를 진행했고, 이 회장은 통과 기준 점수인 60점을 크게 웃도는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심의 과정은 처음부터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2019년부터 공정위를 이끌고 있는 김병철 위원장은 2017년부터 2년간 이 회장의 특별보좌역으로 활동했던 최측근 인사다. 나머지 공정위원들도 모두 이 회장이 임명한 인사들이어서 '셀프 심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구나 이 회장은 현재 각종 비위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 상태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은 지난 10일 직원 부정채용(업무 방해),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물품 사적 사용(횡령), 예산낭비(배임) 등의 혐의로 이 회장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11일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하지만 이 회장은 12일 오전 서울행정법원에 문체부의 직무 정지 통보에 대한 취소 소송과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 회장은 지난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와 11일 현안 질의에 잇따라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국내·외 출장을 이유로 모두 불출석했다. 특히 현안 질의 하루 전 사비 1천만 원을 들여 급히 해외로 떠난 사실이 드러나며 '도피성 꼼수 출장'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문체부는 이날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체육회가 문체부의 스포츠공정위원회 구성과 운영의 불공정성에 대한 지적을 수용하지 않고, 심의를 강행해 결과를 도출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특히 문체부는 "현재 심사 기준은 임원의 이사회 출석률, 징계 이력 및 범죄 사실 여부, 포상 경력, 임원의 대체 불가 정도 등 심사 지표의 약 70%가 정관과 무관하거나 관련성이 거의 없다"며 심사 기준의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이날 전체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대한체육회 노동조합 소속 노조원들은 대회의실 앞에서 '공정한 심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지만, 공정위는 '비공개 원칙'을 내세우며 심의를 강행했다.
현재 세계올림픽도시연합(WUOC) 스포츠 서밋 참석차 스위스에 체류 중인 이 회장은 오는 14일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