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핵주먹 타이슨, 유튜버 상대 졸전 끝 판정패...진짜 명승부는 여성 복서들이 펼쳐 [춘추 이슈]

'복싱 황제' 마이크 타이슨, 31살 어린 제이크 폴에 판정패... 테일러-세라노의 여자 복싱이 오히려 진정한 명승부

2024-11-16     배지헌 기자
제이크 폴과 타이슨.

 

[스포츠춘추]

'핵이빨' 마이크 타이슨(58)이 유튜버 출신 복서 제이크 폴(27)과의 대결에서 참패했다.

1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AT&T 스타디움에서 열린 타이슨과 폴의 8라운드 헤비급 매치에서 폴이 심판 전원 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심판들은 80-72, 79-73, 79-73으로 모두 폴의 손을 들어줬다. 화려한 조명과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NFL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홈구장은 화려했지만, 정작 경기 내용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ESPN의 마크 풀레오 기자는 "60초 동안은 타이슨이 1980년대와 90년대 초반의 전성기를 연상시키는 경기력을 보여줄 것 같았지만, 이후 19분 동안은 정확히 60세에 가까운 나이로 보였다"고 혹평했다. 타이슨은 겨우 18개의 펀치만을 성공시켰다.

이번 대결은 넷플릭스가 주최한 특별 이벤트로 진행됐다. 일반적인 헤비급 경기에서 사용하는 10온스가 아닌 14온스 글러브를 착용했고, 라운드 시간도 3분이 아닌 2분으로 축소됐다.

계체량 때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폴이 타이슨의 발을 밟은 것으로 보이자 타이슨이 폴의 뺨을 가볍게 때렸고, 폴은 "이제 개인적인 일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경기는 예상과 달리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폴은 손을 내린 채 링 주위를 자유롭게 움직이며 빠른 콤비네이션과 날카로운 레프트 훅으로 타이슨을 압도했다. 타이슨은 공격을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타이슨의 부진은 건강 문제와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6개월 전 그는 비행기에서 위궤양으로 피를 토하고 체중이 12kg이나 감소하는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었다. 이번 경기도 당초 7월 20일로 예정됐다가 이 문제로 연기된 바 있다.

27세의 폴은 이날 승리로 프로 전적 11승 1패를 기록하게 됐다. 그는 올해 초 베어 너클 파이팅 챔피언십(BKFC) 스타 마이크 페리를 녹아웃으로 제압했고, 최근 몇 년간 네이트 디아즈, 앤더슨 실바, 타이론 우들리, 벤 애스크렌 등 전직 UFC 스타들을 연이어 꺾었다.

타이슨의 프로 전적은 50승 7패가 됐다. 버스터 더글러스, 에반더 홀리필드, 레녹스 루이스, 대니 윌리엄스, 케빈 맥브라이드에 이어 폴이 여섯 번째로 타이슨을 꺾은 선수가 됐다.

이날 진정한 명승부는 오히려 메인이벤트 직전에 열린 케이티 테일러와 아만다 세라노의 여자 라이트급 타이틀전이었다. 2022년 4월 첫 대결에서 테일러가 승리한 데 이어 이번에도 논란의 판정승을 거뒀지만, 경기 내용은 최근 본 복싱 경기 중 가장 흥미진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라노는 테일러의 머리 박치기로 오른쪽 눈 위가 크게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고, 8라운드에서는 테일러가 반칙으로 1점을 감점당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라운드에서 세라노가 우세해 보였지만, 테일러가 마지막 4라운드에서 뒷심을 발휘하며 95-94 동일 점수로 판정승을 거뒀다.

세라노의 트레이너 조던 말도나도는 경기 후 인터뷰를 중단시키며 "3차전이 성사되려면 더 나은 레프리가 필요하다"고 항의했다. 그는 경기 도중 아리엘 헬바니와의 인터뷰에서 "테일러는 링 밖에서는 좋은 사람이지만, 링 안에서는 너무 더럽다. 그녀의 가장 큰 무기는 머리 박치기"라고 비난했다.

이날 경기는 넷플릭스가 추가 요금 없이 구독자들에게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스포츠 중계였다. 그러나 많은 구독자들이 버퍼링과 화면 멈춤 현상을 겪었다. 이는 이벤트의 높은 인기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넷플릭스의 스포츠 실시간 중계 서비스가 아직 안정화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시청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경기 내용은 좋았지만 중계 품질이 실망스러웠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화면이 멈췄다" 등의 불만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