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골 폭발+A그룹 승격' 카슬리 시대 마감한 잉글랜드, 투헬 감독 시대 과제는? [춘추 이슈]
-잉글랜드, 아일랜드에 5대0 대승 거두며 UEFA 네이션스리그 A그룹 승격 -카슬리 임시 감독 유종의 미, 1월 부임하는 투헬 감독에게 선물 남겨
[스포츠춘추]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투헬 감독 시대를 앞두고 화끈한 골 잔치를 벌였다.
잉글랜드는 1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일랜드와의 2024/25 UEFA 네이션스리그 B리그 B2조 최종전에서 5대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잉글랜드는 6경기에서 5승을 거두며 1부리그 격인 A리그 승격을 확정했다.
이날 승리로 카슬리 임시 감독은 유종의 미를 거뒀고, 내년 1월 부임 예정인 토마스 투헬 신임 감독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게 됐다. 특히 네이션스리그 승격으로 2026년 월드컵 예선을 플레이오프 없이 치를 수 있게 됐다.
잉글랜드는 전반전에서는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상대의 빽빽한 수비에 막혀 유효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 6분 벨링엄이 페널티 지역에서 상대 수비수 리암 스케일스의 반칙을 유도해내며 흐름이 바뀌었다. 스케일스는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고, 해리 케인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균형이 깨졌다.
이후 앤서니 고든, 코너 갤러거, 재러드 보웬, 테일러 하우드-벨리스가 차례로 골맛을 보며 대승을 완성했다. 네 선수 모두 대표팀에서 첫 골을 기록하는 기쁨을 맛봤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잭 피트-브룩 기자는 케인의 활약에 관해 "잉글랜드의 가장 창조적인 선수이자 득점력도 최고"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케인은 이날 첫 골의 시작점이 됐다. 왼쪽 진영 깊숙한 곳에서 상대 페널티 지역으로 정확한 대각선 패스를 연결해 벨링엄의 돌파를 도왔고, 이 과정에서 페널티킥이 만들어졌다.
카슬리 감독은 경기 후 "승격이 예상됐지만 쉽지는 않았다. 어떤 팀도 우리에게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며 "전반전이 답답했지만 '득점 기회는 반드시 올 테니 참고 계속 밀어붙이자'라고 선수들을 독려했고, 5골을 넣을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내년 1월 1일 잉글랜드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투헬 감독의 임무는 분명하다. 2026년 월드컵 우승이 그것이다. 18개월이라는 짧은 계약 기간은 이 단 하나의 목표에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양측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유로 결승 진출이라는 성과를 남겼고, 카슬리 임시 감독이 6경기에서 5승을 거두며 A리그 승격을 이뤄냈지만, 투헬 감독에게 주어진 과제는 60년 가뭄 끝에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것이다.
ESPN의 제임스 올리 기자는 투헬 감독이 해결해야 할 다섯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케인의 활용법이다. 케인은 대표팀 통산 69골로 잉글랜드의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올리 왓킨스와 도미닉 솔랑케 등 빠른 공격수들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투헬 감독이 선호하는 전방 압박 축구와 케인의 플레이 스타일이 얼마나 조화를 이룰지가 관건이다.
팀의 레거시 유지도 중요한 숙제다. 사우스게이트 전 감독은 대표팀과 국민을 다시 연결하고, 선수들이 대표팀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만들었다. 케인은 "좋은 문화를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잃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원 장악력 강화도 필수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잉글랜드를 강호로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웠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의 경기 운영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2018년 월드컵 4강전에서 크로아티아를, 2020년 유로 결승에서 이탈리아를, 2024년 유로 결승에서 스페인을 상대할 때도 1대 0으로 앞서갔지만 공을 제대로 소유하지 못한 채 주도권을 내줬다.
특히 2024년 유로 결승전에서는 1대 1이 된 직후 잉글랜드가 공격 기회를 맞았지만, 코너 플래그 근처에서 공을 뒤로 돌리다가 결국 골키퍼 픽포드에게까지 패스가 갔고 그의 롱킥은 곧바로 상대 골킥이 됐다. 당시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그 지역에서 볼을 유지할 기회가 있었는데 뒤로 물러났고, 이후 한동안 공을 잡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ESP 출신의 프랑스 축구 레전드 미셸 플라티니가 "잉글랜드는 겨울의 사자지만 여름에는 양이 된다"고 표현했듯, 리그 일정의 피로도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스페인의 로드리, 네덜란드의 프렌키 더용, 이탈리아의 베라티와 조르지뉴처럼 경기 템포를 조율할 수 있는 미드필더가 없다는 점이다.
유망주 선발과 왼쪽 풀백 포지션 안정화도 과제로 꼽힌다. 카슬리 감독은 이번 대표팀 기간 동안 커티스 존스, 노니 마두에케 등 8명의 신예 선수들에게 데뷔 기회를 줬다. 특히 존스는 이번 2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루크 쇼의 부상으로 공석이 된 왼쪽 풀백은 레비 콜윌, 리코 루이스,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루이스 홀 등이 번갈아 기용됐다.
카슬리 감독은 "투헬 감독에게 내가 발견한 것들을 정리해서 전달할 것"이라며 "대표팀 풀을 넓히는 것도 성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투헬은 최고의 엘리트 감독이다. 우리가 보유한 선수들의 능력이 대표팀에서도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