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선수 찾고 영상으로 검증하고... 빅클럽들의 '하이테크 스카우팅' 비결 살펴보니 [춘추 EPL]

데이터 분석과 영상 스카우팅의 결합으로 진화하는 축구 선수 발굴 시스템... 프랑스 모나코·독일 홀슈타인 킬 등 유럽 클럽들의 성공 비결

2024-11-19     배지헌 기자
데이터를 통한 분석은 이제 기본인 시대다(사진=Bing AI)

 

[스포츠춘추]

현대 축구에서 선수 발굴은 더 이상 '감'이나 '눈대중'이 아닌 '과학'이 되어가고 있다. 유럽 축구계가 선수 영입을 위해 도입한 첨단 데이터 분석과 영상 스카우팅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이 19일(한국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프랑스 리그1의 명문 AS모나코를 비롯한 유럽 각국의 프로축구클럽들이 데이터 사이언스와 영상 분석을 결합한 새로운 스카우팅 방식을 도입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들 클럽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1차 필터링한 뒤, 영상 분석과 현장 스카우팅을 거쳐 최종 영입 대상을 선정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스카우팅 방식의 진화는 현대 축구의 필연적인 결과다. 과거에는 스카우트들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했던 선수 발굴이 이제는 빅데이터와 첨단 기술의 영역으로 확장된 것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데이터와 '눈'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이 더 이상 대립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AS모나코의 스카우트인 타이 구든은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이는 반드시 적절한 맥락에서 '눈'과 함께 활용돼야 한다"면서 "우리는 먼저 데이터를 통해 주목할 만한 선수들의 명단을 받은 뒤 영상으로 검토하고, 가능성이 보이면 직접 현장에 나가 지켜본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기반 스카우팅의 핵심은 효율성이다. 전 블랙번 로버스의 데이터 리크루팅 컨설턴트였던 앤디 왓슨은 "일단 적합한 선수들을 찾아내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이들을 포지션별로 분류해 별도의 리스트를 만들 수 있다"며 "여기에 추가적인 데이터 필터를 적용한 뒤 영상 분석 대상을 선정하게 된다"고 전했다.

왓슨은 또한 특정 선수 유형이 많이 나오는 리그를 찾아내는 데도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클럽이 특정 프로필의 선수를 찾고 있다면, 그런 유형의 선수들이 많이 나오면서도 시장가치가 낮은 리그를 주목할 수 있다. 물론 그 선수들이 다른 리그에서도 성공적으로 적응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데이터 컨설턴트로서 왓슨의 역할은 시즌 내내 매주 데이터가 제시하는 주목할 만한 선수들을 평가하고, 이들이 클럽이 필요로 하는 프로필에 맞는지 확인한 뒤 리스트를 작성해 비디오 스카우트나 책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타깃이 정해지면 이들은 영상으로 연구되고, 핵심 타깃의 경우 직접 현장 관찰도 이루어진다.

"대형 클럽들은 보통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라고 왓슨은 말한다. "특히 비디오 스카우트들이 선수 영입을 고려하기 18개월 전부터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주전 선수가 떠날 경우에 대비해 대체자를 미리 물색해두기 위해서다."

비디오 스카우트의 역할도 진화하고 있다. 클럽들은 보통 스카우트를 현장에 보내기 전에 여러 차례 영상으로 선수를 관찰하지만, 상황에 따라 신속한 대응이 필요할 때도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와 잉글랜드 챔피언십에서 스카우트로 일한 루페시 포팟은 "클럽의 상황이 얼마나 시급하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결정한다"라며 "보통 큰 클럽들은 시간적 여유가 있다. 결국 그들은 재정적 경쟁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비디오 스카우트들은 대개 필요한 선수 프로필을 기반으로 한 기술적 특성 목록을 받아 평가를 진행한다. 또한 이러한 자질이 실제 경기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도 분석한다.

"모든 것은 선수 프로필로 돌아간다. 이것이 무엇을 관찰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라고 포팟은 말한다. "그래서 동일한 선수라도 클럽마다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각 구단이 원하는 선수 유형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례는 독일 분데스리가에 처음 승격한 홀슈타인 킬이다. 이 클럽의 프로축구 디렉터인 얀 우푸에스는 데이터, 영상, 현장 스카우팅, 네트워킹이라는 4가지 요소를 통합한 독자적인 영입 시스템을 구축했다. 홀슈타인 킬은 데이터 분석 기업 '임펙트'가 제공하는 컴퓨터 모델을 활용해 유사한 스타일의 팀들을 찾아내고, 그 리그들을 중점적으로 스카우팅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우리는 전 세계를 다 볼 필요가 없다"라고 우푸에스는 강조한다. "에이전트들의 제안이 있으면 검토하지만, 우리의 스카우팅은 우리가 타깃 마켓으로 확인한 제한된 수의 리그에서 시작된다. 각 비디오 스카우트는 소수의 리그를 배정받아 주로 그 시장들을 관찰한다."

이러한 체계적인 접근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킬은 지난 여름 일본 J리그의 쇼난 벨마레에서 마치노 슈토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우푸에스는 "우리 스카우트들은 해당 리그의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며 "마치노의 경우 처음에는 독일축구의 강한 피지컬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1대1 상황에서의 경쟁력을 보고 잠재력을 확신했다"고 밝혔다.

현대 축구에서 스카우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세리에A의 한 스카우트는 "더 이상 현장 관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선수의 개인적인 프로필뿐만 아니라, 그가 뛰고 있는 팀의 전술적 맥락과 그것이 우리 클럽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스카우트는 특히 유소년 축구의 경우 여전히 현장 관찰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소년 축구는 고품질의 데이터나 영상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 시간 대비 효율성이 높다."

스카우팅 과정의 순서는 고정적이지 않다. 스카우트가 업무 외적으로 본 경기에서 선수를 발견할 수도 있고, 스포츠 디렉터가 에이전트나 다른 클럽으로부터 정보를 받을 수도 있다.

우푸에스는 "완벽한 방법을 말하자면, 데이터에서 선수를 찾고, 영상으로 보고, 경기장에서 직접 보고, 에이전트와 다른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때로는 반대 방향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에이전트로부터 먼저 정보를 받고, 그 다음에 데이터와 영상을 확인하는 식으로 말이다. 반드시 데이터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지만, 네 가지 요소가 모두 과정에 포함되어야 한다."

데이터와 영상 분석의 결합은 전 세계 시장을 효율적으로 탐색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클럽들이 동일한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는 만큼, 결국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느냐가 성공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이는 현대 축구에서 스카우팅이 단순한 인재 발굴을 넘어 과학과 예술이 결합된 전문 영역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