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야마모토·글라스나우·스넬이 한 팀에...이 로테이션, 사기 아닌가요 [춘추 MLB]

스넬, 다저스와 5년 계약 전격 합의...오타니·야마모토와 '드림 로테이션' 완성

2024-11-27     배지헌 기자
블레이크 스넬(사진=스넬 SNS)

 

[스포츠춘추]

LA 다저스가 사이영상 2회 수상자 블레이크 스넬 영입으로 '슈퍼 로테이션' 구축을 완료했다.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이자 최강팀이 내년 시즌 2연패를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다저스는 11월 27일(한국시간) 스넬과 5년 1억8천2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일부 금액이 이연 지급되며 옵트아웃 옵션은 없는 조건이며, 스넬은 5천200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는다. 경쟁균형세(사치세) 계산액은 연간 3천200만~3천300만 달러 수준이 될 전망이다.

디 애슬레틱의 파비안 아르다야 기자는 "스넬 영입은 필연적 수순이었다"며 "앤드루 프리드먼 다저스 구단 야구 운영 총괄 사장이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부터 스넬의 영입을 원했고, 최근 몇 년간 여러 차례 영입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스넬의 합류로 다저스는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타일러 글래스나우와 함께 막강한 선발진을 구축했다. 여기에 클레이턴 커쇼의 재계약과 일본인 투수 사사키 로키의 영입도 추진 중이다.

다저스 특급 선발진의 관건은 건강이다. 오타니, 더스틴 메이, 토니 곤솔린은 팔꿈치 수술에서 복귀하는 중이다. 야마모토는 지난 시즌 오른쪽 회전근개 부상으로 3개월을 놓쳤고, 글래스나우는 8월 이후 팔꿈치 염증으로 등판하지 못했다. 커쇼도 왼쪽 발가락과 무릎 수술 후 7경기 출전에 그쳤다. 스넬에 대해서도 부상이 잦고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선입견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스넬에 대한 이런 평가는 실제 데이터와 차이가 있다고 디 애슬레틱의 에노 새리스 기자는 지적했다. 그는 "시즌마다 등판 수의 변동이 있고 부상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5년 넘게 팔꿈치나 어깨에 문제가 없었다"며 "사타구니와 복근 부상으로 경기를 거르긴 했지만 한 시즌을 통째로 놓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4년간 540이닝을 소화한 스넬은 46명의 투수에게만 뒤지는 이닝 수를 기록했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이 46명 중 스넬보다 평균자책이 낮은 투수가 4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스넬은 정규시즌 평균 114이닝을 던졌는데, 이는 선발투수 순위 100위권 밖이지만 다저스의 현재 전력 구상에는 적합하다는 평가다.

스넬의 높은 볼넷률도 제구 불안이 아닌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의 분석에 의하면, 스넬의 제구력은 양호한 수준이다. 다만 타자들이 공략하기 쉬운 한가운데 구역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선발투수 중 한가운데 투구 비율이 하위 15%에 속하며, 지난해에는 이른바 '실투'를 가장 적게 기록했다.

스넬의 구위는 여전히 강력하다. 지난해 그의 변화구 3개(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모두 40% 이상의 헛스윙을 유도했고, 패스트볼 구속도 시속 150km 중반대를 유지했다. 스넬 본인도 자신의 투구 전략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다.

스넬은 "슬라이더가 잠시 안 됐던 것이 오히려 좋은 계기가 됐다. 4개 구종을 모두 사용하는 투수가 되는 계기가 됐다"면서 "좌타자를 상대할 때는 커브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좌타자들은 그의 커브를 상대로 타율 0.150에 그쳤다.

다저스는 스넬 영입으로 코빈 번즈나 맥스 프리드 같은 다른 선발 투수 영입에선 물러날 전망이다. 켄 로젠탈 기자는 "다저스의 다음 과제는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의 재계약, 키케 에르난데스 잔류, 불펜 보강"이라고 전했다. 후안 소토 영입전에도 뛰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경쟁 구단의 몸값 인상용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스넬은 보스턴 레드삭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과도 접촉했지만 시애틀 출신으로서 서부 해안 잔류를 선택했다. 연평균 3천640만 달러의 연봉은 오타니를 제외한 투수 중 5위에 해당한다.

2024 시즌 스프링캠프가 한창이던 3월에야 자이언츠와 계약해 시즌 초반 고전했던 스넬은 이번에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한 소식통은 디 애슬레틱에 "스넬이 가능한 한 빨리 계약하길 원했다"고 전했다. 스프링캠프부터 차근차근 새 시즌을 준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