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3조원 나눠서 나중에 준다...다저스의 연봉 이연 전략, 혁신인가 꼼수인가 [춘추 MLB]

총 10억 달러(약 13조 1000억 원) 연봉 이연 계약으로 슈퍼팀 구축... 오타니 6억 8000만 달러 등 7명과 장기 계약 체결

2024-12-07     배지헌 기자
마스코트가 왜 필요해, 오타니가 있는데(사진=MLB)

 

[스포츠춘추]

MLB 월드시리즈 챔피언 LA 다저스가 선수단 연봉 지급을 최대 20년 이상 미루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압도적인 최강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연봉 이연'이라는 독특한 계약 방식을 통해 3억 900만 달러(약 4050억 원)의 페이롤로 그 이상의 팀 전력을 만들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에반 드렐릭 기자는 12월 6일(한국시간) 다저스의 이연 계약 전략을 심층 분석했다. 다저스는 2028년부터 2046년까지 7명의 선수에게 총 10억 달러 이상의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 이 가운데 오타니 쇼헤이가 이 중 6억 8000만 달러(약 8조 9080억 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 다저스의 주요 이연 계약 현황

  • 오타니 쇼헤이: 계약 총액 7억 달러 중 6억 8000만 달러 이연
  • 무키 베츠: 3억 6500만 달러 중 1억 2000만 달러 이연
  • 블레이크 스넬: 1억 8200만 달러 중 6600만 달러 이연
  • 프레디 프리먼: 1억 6200만 달러 중 5700만 달러 이연
  • 윌 스미스: 1억 4000만 달러 중 5000만 달러 이연
  • 토미 에드먼: 7400만 달러 중 2400만 달러 이연
  •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2350만 달러 중 850만 달러 이연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 운영 부문 사장은 "이연 계약에 대한 비판은 피상적인 시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오타니의 계약을 제외하면 다른 선수들의 이연 계약은 많은 구단이 해왔던 일반적인 관행 수준"이라며 "이는 협상 과정에서 마지막 차이를 좁히는 수단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MLB 규정상 구단은 이연된 연봉의 '현재 가치'를 해당 시즌이 끝난 후 1년 6개월 이내에 별도 계좌에 적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오타니의 올해 연봉 7000만 달러 중 6800만 달러가 10년 후로 이연됐더라도, 다저스는 2026년 7월까지 그 금액의 현재 가치인 4600만 달러(약 603억 원)를 적립해야 한다.

이는 MLB의 사치세 계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오타니의 연간 사치세 기준 연봉은 4600만 달러로, 이는 현재 MLB 최고 기록이다. 최근 영입된 블레이크 스넬의 경우 5년 1억 8200만 달러 계약 중 6600만 달러가 이연됐지만, 5200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았다. 사치세 계산상 현재 가치는 1억 5700만 달러, 연평균 3140만 달러다.

스콧 보라스 에이전트는 "현재 가치로 계산하면 모든 게 명확해진다"며 "5200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는다면 연봉 이연은 오히려 좋은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넬은 다른 구단이 아닌 다저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가장 원하는 팀에서 시장 가치에 맞는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구단 입장에서도 이연 계약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MLB 규정상 구단은 적립한 이연 연봉을 투자할 수 있으며, 그 수익은 구단이 가져갈 수 있다. 글로벌 투자회사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공동 창업자인 마크 월터가 구단주인 다저스는 이러한 금융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연 계약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MLB 구단주들 중 4-5개 구단은 이런 방식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A 에인절스의 아르테 모레노 구단주는 오타니와의 계약 협상 과정에서 이연 계약 구조를 수용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이연 계약이 다저스만의 현상인지, 아니면 리그 전체로 확산될지 불확실하다. 에드먼의 사례처럼 초특급이 아닌 선수들도 이런 구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열려 있다. 에드먼은 7400만 달러 계약 중 약 3분의 1인 2400만 달러를 2044년까지 이연 지급 받기로 했다.

프리드먼 사장은 "우리 구단주들은 금융 전문가 출신이라 장기적인 자금 운용 계획이 잘 되어 있다"며 "2035년에 갑자기 '아뿔싸, 지급해야 할 돈이 있었지'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라스 역시 "스포츠에서는 혁신적 사고가 필요하다"며 "NBA나 NFL처럼 획일화되지 않은 것이 MLB의 매력"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