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과 싸운 '반항아' 앨런, 파킨슨병 투병 파커와 함께 명예의 전당 입성 [춘추 MLB]

앨런 81.3%, 파커 87.5% 득표로 쿠퍼스타운 입성 확정

2024-12-09     배지헌 기자
딕 앨런과 데이브 파커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다(사진=MLB.com)

 

[스포츠춘추]

메이저리그의 두 전설적인 타자가 마침내 야구의 전당에 입성한다. 클래식 야구 시대 위원회(Classic Baseball Era Committee)는 12월 9일(한국시간) 딕 앨런과 데이브 파커의 명예의 전당 입성을 공식 발표했다.

폴 몰리터, 에디 머레이, 토니 페레스, 리 스미스, 오지 스미스, 조 토레스 등 명예의 전당 선수들과 구단 임원, 언론인으로 구성된 16인의 위원회에서 진행된 이번 투표에서 두 선수는 입성 기준인 75%를 크게 웃도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파커는 16명의 위원 중 14명의 지지를 얻어 87.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앨런은 13표를 얻어 81.3%를 기록하며 쿠퍼스타운 입성 티켓을 확보했다. 앨런은 2020년 78세로 타계했으며,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었다. 그는 2015년과 2022년 투표에서 단 한 표 차이로 선정이 좌절된 바 있다.

1963년부터 1977년까지 필라델피아 필리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등에서 활약한 앨런은 통산 타율 0.292, 351홈런, 1,119타점을 기록했다.

디 애슬레틱의 제이슨 스타크 기자는 "앨런의 11년 간 전성기(1964-1974) OPS는 0.940으로, 같은 기간 행크 애런의 0.941에 이어 2위였다"고 분석했다. 앨런은 이 기간 OPS+ 165를 기록해 리그 1위를 차지했다. 1964년 내셔널리그 신인왕, 1972년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하며 양대 리그에서 모두 정상급 선수로 인정받았다.

앨런은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시대를 관통하며 수많은 편견과 싸워야 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늦게 흑인 선수를 영입한 팀이었고, 그곳의 첫 흑인 스타였던 앨런은 1963년 마이너리그 아칸소 시절부터 시작된 극심한 차별과 맞서야 했다. 당시 '반항아'로 낙인찍혔던 그의 행보는 오늘날 인종 정의를 위한 투쟁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데이브 '코브라' 파커는 1973년부터 1991년까지 19시즌 동안 피츠버그 파이리츠를 중심으로 활약했다. 통산 타율 0.290, 339홈런, 2,712안타, 1,493타점을 기록했다. 1978년 내셔널리그 MVP와 함께 두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1979년 파이리츠, 1989년 오클랜드)을 경험했다.

파커는 특히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최정상급 선수로 활약했다. 1977년과 1978년 연속 타격왕을 차지했고, MVP 시즌이었던 1978년에는 타율 0.334, 30홈런, 117타점을 기록했다.

현재 파킨슨병과 싸우고 있는 파커는 1980년대 초반 약물 문제와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1984년 고향팀 신시내티 레즈에서 재기에 성공했다. 1985년에는 타율 0.312, 34홈런, 리그 1위 125타점을 기록하며 MVP 투표 2위에 올랐다.

현대 통계학적 관점에서도 두 선수의 가치는 빛난다. ESPN에 따르면, 앨런의 조정 OPS+(156)는 1900년 이후 5,000타석 이상을 기록한 타자 중 프랭크 토머스와 동률 16위를 기록했다. 이는 윌리 메이스(155)와 행크 애런(155)보다 높은 수치다.

파커의 경우 역대 메이저리그에서 2,712안타, 339홈런 이상을 치면서 타율 0.290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15명에 불과하다. 이 중 최근 은퇴한 미겔 카브레라, 알베르트 푸홀스와 스테로이드 논란에 휘말린 배리 본즈,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이들의 입회식은 2025년 7월 27일 쿠퍼스타운에서 열린다. 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를 통과한 선수들과 함께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