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명가' 맨체스터 더비, 아모림의 맨유가 과르디올라의 맨시티 잡았다 [춘추 EPL]
맨시티 11경기 8패 '최악의 부진'...승장 아모림 감독 "우리도 많은 문제 있어"
[스포츠춘추]
"(원래는) 두 팀이 타이틀을 놓고 다투는 게 정상인데..."
'맨체스터 더비' 승리에도 루벤 아모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은 마음껏 웃지 못했다. 16일(한국시간) 펼쳐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에서 맨유는 최악의 부진을 겪는 펩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상대로 극적인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리그 13위 맨유와 4연속 우승팀이지만 최근 11경기에서 8패를 당한 맨시티의 현실을 보여주는 '추락한 명가들의 더비'였다.
부진 속 경기에 나선 맨시티가 먼저 웃었다. 전반 36분 케빈 더 브라위너가 짧게 찬 코너킥을 일카이 귄도안이 받아 다시 넘겼고, 아마드 디알로를 맞고 굴절된 크로스가 요슈코 그바르디올의 머리에 맞고 골망을 흔들었다. 그바르디올의 시즌 4호골로, 엘링 홀란드(13골)에 이어 팀 내 득점 2위다.
맨유는 후반 들어 공세를 강화했다. 그러나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라스무스 호일룬의 패스를 받고도 결정적 기회를 놓치는 등 좀처럼 골문을 열지 못했다.
기적 같은 역전은 경기 종료 2분 전에 찾아왔다. 맨시티 수비수 마테우스 누네스의 백패스 실수를 놓치지 않은 디알로가 에데르손 골키퍼를 제치다 누네스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페르난데스의 동점골에 이어 54초 만에 디알로가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의 패스를 받아 에데르손을 살짝 넘기는 재치있는 슈팅으로 역전 결승골까지 터뜨렸다.
옵타 스포츠에 따르면, EPL 역사상 현 챔피언팀이 후반 88분까지 리드하고도 패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맨시티는 이날 패배로 승점 32점(10승 2무 4패)을 기록, 선두 리버풀(승점 41)과의 격차가 9점으로 벌어졌다.
맨시티의 추락은 수비진 붕괴에서 시작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 전 "수비수가 3명밖에 없다. 윙어를 풀백으로 쓰거나 누네스를 풀백으로 기용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 우려는 누네스의 치명적인 실수로 현실이 됐다.
선수단 전반의 체력 저하도 심각하다. 디 애슬레틱의 샘 리 기자는 "로드리의 부상이 컸고, 더브라위너는 10주간 결장했다. 필 포든도 부상과 복귀를 반복했다"며 "선수들이 지쳐있고 수비가 약해졌으며 골 결정력도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지난달 부임한 아모림 감독은 맨유에 3-4-2-1 포메이션을 도입하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6경기에서 3승 1무 2패를 기록한 그는 "맨시티의 어려운 시기를 말하기 전에 우리도 많은 문제가 있다"며 냉정한 시각을 보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올해는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 시기를 견뎌내면 우리를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재기를 다짐했다. 맨시티는 재정 보고서를 통해 이적시장 투자 여력을 확인했고, 과르디올라 감독의 재계약으로 재건 의지를 보였다.
최근 10년간 맨체스터 더비 전적은 맨시티의 13승 8패 2무다. 하지만 이번 패배로 EPL 4연패 도전은 큰 위기를 맞았다. 마크 크리츨리 기자는 "선수들과의 소통이 명확하고 경기 중 전술 변화도 적극적인" 아모림 감독의 맨유 재건에 기대를 보였다.
맨유는 19일 오전 5시(한국시간) 토트넘과 카라바오컵 8강전을, 맨시티는 21일 오후 9시 30분 아스톤 빌라와 원정 경기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