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7년 다니고 MLB 진출? 미 법원 판결이 가져올 판도 변화..."대학야구=마이너리그 될 것" [춘추 MLB]
주니어칼리지 재학 기간, 대학 선수자격 연한에서 제외될 전망... MLB 드래프트와 선수 육성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 예상
[스포츠춘추]
미국 대학 스포츠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MLB 선수 육성 체계에도 큰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카일리 맥다니엘 ESPN MLB 기자는 12월 24일(한국시간) "테네시주 연방법원이 반데빌트대 쿼터백 디에고 파비아의 NCAA(전미대학체육협회) 자격 연장을 허용했다"며 "이 판결이 유지되면 주니어칼리지(2년제 대학)를 거치는 선수들의 진로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파비아는 주니어칼리지에서 보낸 2년이 NCAA의 '5년 내 4시즌' 출전 제한에 포함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현재 MLB 드래프트 자격은 ▲고교 졸업생 ▲주니어칼리지 재학생 ▲4년제 대학 3학년 이상 ▲대학 졸업생 등 네 가지다. 특히 주니어칼리지는 1~2년 재학 후 즉시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어, 브라이스 하퍼(현 필라델피아 필리스)처럼 고교 졸업 후 더 높은 계약금을 노리는 초특급 유망주들의 '우회 진학' 코스로 활용돼 왔다.
하퍼는 2010년 17세의 나이에 검정고시로 고교를 조기 졸업한 뒤 네바다 주니어칼리지에서 1년을 보내고 전체 1순위로 지명돼 당시 신인 최고액인 985만 달러(138억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면 3년을 기다려야 했을 그가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의 조언을 받아 선택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주니어칼리지 재학 기간이 NCAA 자격(4년) 산정에서 제외되면, 선수들은 최대 7년까지 대학 야구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현재 메이저리거의 약 20%에 불과한 대학 출신 비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변수다.
한 ACC(애틀랜틱 코스트 컨퍼런스) 소속 대학 야구 코치는 "주니어칼리지 재학 기간이 포함되지 않으면 대학 야구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MLB 스카우트는 ESPN 인터뷰에서 "NCAA가 사실상 마이너리그가 될 것"이라며 "SEC(동남부컨퍼런스)는 톱 드래프트 유망주들과 26세 선수들의 혼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수들은 더 유연한 진로 선택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고교 졸업 후 낮은 드래프트 계약금을 거절하고(19세), 주니어칼리지 2년(20-21세)과 중위권 대학 1년(22세)을 거쳐 SEC 명문대에서 3년(23-25세)을 보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NIL(대학 선수의 초상권 수익 창출을 허용하는 제도) 수익도 올리고, 드래프트 시장 가치도 높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변화가 MLB 구단의 선수 육성 전략도 바꿀 것으로 예측했다. 기존엔 고교 졸업 후 50만~100만 달러(7억~14억원)의 계약금으로 유망주를 드래프트해 장기 프로젝트로 육성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대학 야구의 위상이 높아지면 이런 관행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맥다니엘 기자는 "MLB 드래프트 제도 자체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드래프트 상위 지명자들이 하이 싱글 A나 더블 A로 바로 진출하는 형태로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축구처럼 선수 임대 시스템이 도입될 수도 있고, MLB가 대학 야구에 더 깊이 관여할 가능성도 있다"며 "장학금 지원이나 칼리지월드시리즈 기간 중 드래프트 개최 등이 검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변화는 궁극적으로 NCAA 야구와 MLB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 야구가 단순한 선수 공급원이 아닌, MLB의 공식적인 육성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