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OUT!' 체육계 변화 열망은 유승민을 선택했다...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 [춘추 이슈]
탁구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네거티브 공세 뚫고 이기흥 회장의 3선 도전 저지
[스포츠춘추]
변화를 바라는 체육인들의 열망이 대세론과 네거티브 공세를 잠재웠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유승민(43)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제42대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됐다. 이기흥(70) 현 회장의 3선이 유력했던 선거 구도에서 38표 차의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유 당선인은 1월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된 선거에서 유효표 1209표 중 417표(34.5%)를 획득해 379표를 얻은 이기흥 후보를 제치고 대한민국 체육계 수장에 올랐다. 역대 최다인 6명의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강태선(216표), 강신욱(120표), 오주영(59표), 김용주(15표) 후보가 그 뒤를 이었다.
'체육계 대권'을 향한 6파전의 초반 판세는 이기흥 현 회장의 우세가 점쳐졌다. 문체부와의 갈등, 각종 비리 의혹, 직무정지 징계에도 불구하고 8년간 다져온 조직 장악력과 지방체육회 중심의 탄탄한 표밭이 3선 성공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체육계 젊은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기흥 회장의 3선을 저지하기 위한 단일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반 이기흥 연대를 이뤄내야 할 다른 후보들은 오히려 이기흥 후보보다 유승민 후보를 겨냥한 공세에 집중했다. 이기흥 후보를 이롭게 만드는 네거티브 공세 속에 단일화 논의가 무산되면서, 이기흥 대세론이 더욱 굳어지는 듯 보였다.
유 당선인은 타 후보들의 네거티브 공세를 "체육인답지 못한 비겁한 행동"이라며 일축하고, 정책과 비전 제시에만 집중했다. "올림픽 준비할 때보다 더 힘을 쏟았다"는 그의 진정성 있는 행보는 결국 많은 체육인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정책보다 경쟁 후보 헐뜯기에 치중한 일부 후보들은 체육인들로부터 싸늘하게 외면받았다.
유 당선인은 ▲2036년 하계올림픽 등 메가스포츠 이벤트 유치 ▲지방체육회 및 종목 자립성 확보 ▲선수·지도자 케어 시스템 도입 ▲학교체육 활성화 ▲생활체육 전문화 ▲글로벌 중심 K스포츠 ▲체육회 수익 플랫폼 구축 등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며 표심을 모았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IOC 선수위원으로 활동하며 쌓은 국제 스포츠계 네트워크와 탁구협회장으로서의 행정 경험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특히 현역 시절부터 보여준 리더십과 소통 능력, 그리고 43세의 젊은 나이는 체육계 변화를 갈망하는 이들의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이제 유 당선인 앞에는 체육인들의 변화 열망에 부응해야 하는 과제가 놓였다. 2029년 2월까지인 임기 동안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8 로스앤젤레스 하계올림픽 등 주요 국제대회도 앞두고 있다. 체육계의 고질적 문제 해결과 함께 정부와의 관계 개선이라는 묘수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