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비하·마약 파문이 성 정체성 탓? 커밍아웃한 쿠트 심판 "축구계 마초 문화가 날 무너뜨렸다" [춘추 EPL]

각종 논란 끝에 해고당한 쿠트 심판, '더 선'과 인터뷰에서 커밍아웃

2025-01-28     배지헌 기자
데이비드 쿠트 심판(사진=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스포츠춘추]

"축구계의 '마초' 문화 속에서 내 정체성을 숨기며 살았던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지난해 12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악의 심판 스캔들로 해고된 데이비드 쿠트가 7개월 만에 입을 열었다. 1월 28일(한국시간) 영국 더 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며, 성 정체성을 숨겨온 것이 스캔들의 한 원인이었다고 고백했다.

인터뷰에서 쿠트는 21세에 부모님에게, 25세에 친구들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혔지만 "축구계의 마초적 분위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심판으로서 감정을 숨기는 것이 필요했지만, 그것이 결국 나 자신을 파괴했다"이라며 "일련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이어졌다"고 변명했다.

쿠트는 지난해 11월 위르겐 클롭 전 리버풀 감독을 "독일 놈"이라고 비하하는 영상이 유출된 데 이어, 유로 2024 준준결승전 다음날인 7월 6일 백색가루를 흡입하는 영상이 공개되며 프리미어리그 심판기구(PGMOL)로부터 해고됐다. 당시 그는 리버풀과 아스톤 빌라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112경기의 프리미어리그 심판 경력을 마감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쿠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깊은 수치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특히 마약 사용과 관련해 "매일, 매주, 매달 의존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스트레스와 직무의 압박감으로부터 도피하는 수단이었다"고 시인했다. 지난해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삼촌의 루게릭병 진단이 겹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는 변명도 내놨다.

쿠트는 현재 잉글랜드축구협회(FA)로부터 2019년 리즈-웨스트브롬 경기의 옐로카드 판정과 관련한 도박 의혹도 조사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어떤 대가도 받지 않았다"며 "심판으로서 나의 능력을 의심받을 수 있지만, 인간으로서 나는 항상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했다.

쿠트의 폭로는 프리미어리그 심판계의 구조적 문제들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는 "2023-24시즌에만 전 세계에서 90경기 이상을 담당했고, 유로 2024와 올림픽까지 이어졌다"며 과도한 일정을 지적했다.

여기에 심판을 향한 위협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6일 아스널-울버햄프턴전의 마이클 올리버 심판이 살해 위협을 받은 것처럼, 쿠트 역시 재임 시절 어머니까지 협박을 당했다고 한다. 그는 "응급상황에 대비해 경찰과 직통으로 연결되는 장치를 집에 설치해야 했다"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처럼 빡빡한 일정과 신변 위협이라는 이중고는 심판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쿠트는 "이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라면서도 "가족과 동료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오늘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며 "내가 그랬듯 고립되지 말고 누군가와 대화하라. 억눌린 감정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표출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