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추락 여객기에 '한국계 피겨 유망주' 스펜서 레인·지나 한 탑승 확인 "촉망받는 선수였는데..."
워싱턴DC 여객기 충돌 사고에서 한국계 중·고교생 피겨 선수 2명과 가족 사망
[스포츠춘추]
한국계 피겨스케이팅 유망주 2명이 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발생한 항공기 충돌 사고로 숨진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로드아일랜드주 지역 방송 WPRI는 31일(한국시간) "아메리칸항공 5342편에 탑승했던 스펜서 레인(16)이 한국에서 입양된 청소년"이라고 보도했다. 레인의 아버지 더글러스는 "아들이 2022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네이선 첸의 경기를 보고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다"며 "매일 보스턴까지 오가며 열정적으로 훈련에 임했다"고 전했다.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의 더그 제그히베 CEO는 "레인은 비교적 늦게 시작했지만 놀라운 재능으로 빠르게 성장했다"며 "동부 지역 중등부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촉망받는 선수였다"고 말했다. 레인의 어머니 크리스틴도 이번 사고로 함께 세상을 떠났다.
또 다른 한국계 피겨스케이터 지나 한도 모친 진씨와 함께 희생됐다. 제그히베 CEO는 "지나는 2020년부터 우리 클럽에서 훈련해온 뛰어난 선수였다"며 "지난해 11월 동부 지역 대회 초급부에서 4위를 차지하며 국가대표 육성 캠프에 선발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미국 피겨스케이팅 연맹이 위치타에서 개최한 유망주 발굴 캠프를 마치고 귀환하던 중이었다. 이 캠프는 미국 선수권대회 주니어·중등·초급부 대회 이후 차세대 유망주들을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1994년 세계선수권 페어 종목 챔피언 출신 예브게니아 시시코바(52)·바딤 나우모프(55) 부부도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2017년부터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에서 코치로 활동하며 레인과 한을 지도해왔다.
이번 참사는 1961년 2월 프라하 세계선수권대회 참가를 위해 이동하던 미국 대표팀 전원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비극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선수 18명과 코치 6명, 임원 4명이 희생됐고, 국제빙상연맹(ISU)은 대회를 전면 취소했다.
현재 시신 수습 작업이 진행 중이며, 여객기 탑승객 64명과 군용 헬기 탑승 군인 3명 등 총 67명이 전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방항공청(FAA)은 사고 원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관제탑과 두 항공기 간의 교신 기록 및 비행 데이터 분석 결과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