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눈치 보기? NFL, 엔드존 '인종차별 반대' 문구 삭제...거꾸로 가는 미국 사회 [춘추 NFL]

트럼프 취임 후 미 기업들 다양성 정책 잇단 철회...NFL도 트럼프 눈치 보나

2025-02-05     배지헌 기자
엔드존의 인종차별 반대 문구가 사라진다(사진=NFL)

 

[스포츠춘추]

미국 프로풋볼(NFL)이 슈퍼볼 경기장에서 '인종차별 반대(End Racism)' 문구를 3년 만에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주요 기업들이 다양성·평등·포용(DEI) 정책을 잇달아 철회하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어서 주목된다.

마이클 실버 디 애슬레틱 기자는 "NFL이 오는 2월 11일 뉴올리언스 시저스 수퍼돔에서 열리는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제59회 슈퍼볼에서 '인종차별 반대' 대신 '사랑을 선택하자(Choose Love)'라는 문구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202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슈퍼볼 엔드존에서 '인종차별 반대' 문구가 사라지는 것이다.

NFL의 브라이언 매카시 대변인은 "최근 뉴올리언스 프렌치쿼터 테러 공격, 로스앤젤레스 산불, 워싱턴 DC 근처 레이건 국제공항 항공기 충돌 등 비극적 사건들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NFL 고위 관계자들은 익명을 전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장을 찾을 예정인 가운데 내려진 결정"이라며 정치적 배경을 시사했다.

로저 구델 NFL 커미셔너는 5일(현지시간) 열린 슈퍼볼 기자회견에서 "다양성은 NFL을 더 나은 조직으로 만들었다"며 "다양성 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시즌 감독을 새로 선임한 7개 구단 중 소수인종 출신 감독은 뉴욕 제츠의 애런 글렌이 유일했다.

NFL은 2020년 미니애폴리스에서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사건 이후 '변화를 이끌자(Inspire Change)' 캠페인의 일환으로 엔드존에 '인종차별 반대' 문구를 도입했다. 이는 2016년 콜린 캐퍼닉 당시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쿼터백이 인종차별 항의로 국가연주 중 무릎을 꿇은 것이 계기가 됐다.

반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취임 직후 연방정부의 DEI 정책을 폐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메타, 아마존 등 주요 기업들도 소수인종 배려 정책을 철회하고 있다. 미국 인권단체들은 이러한 흐름이 과거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재건시대와 우드로우 윌슨 행정부 시기를 연상시킨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