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랜스젠더 선수 여자부 출전 금지 행정명령 서명...인권단체·선수 강력 반발 [춘추 이슈]
'생물학적 성별' 기준 강화...NCAA·LA올림픽 파장 예고
[스포츠춘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자부 출전을 전면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진행된 서명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여자 스포츠를 둘러싼 전쟁이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다.
'여자 스포츠에서 남성 배제'(Keeping Men Out of Women's Sports)라는 제목의 이번 행정명령은 연방정부 지원을 받는 고등학교와 대학에 즉각적인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법무부와 교육부는 타이틀 나인(성차별 금지법)을 '출생 시 지정된 성별'을 기준으로 재해석해 적용하게 된다.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행정명령은 타이틀 나인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운동부를 여성 전용으로 운영하지 않거나, 여성 전용 탈의실 사용을 보장하지 않는 학교와 체육협회에 대해 즉각적인 제재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서명한 이날은 '전국 여성·소녀 스포츠의 날'이었다. AP 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 '여자 스포츠에서 남성 배제' 공약이 당파를 초월해 호응을 얻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AP 보트캐스트 조사에서 과반수의 유권자들이 "트랜스젠더 권리 지지가 지나치게 나갔다"는 입장을 보였다.
NCAA(전미대학체육협회)도 영향권에 들어갈 전망이다. 찰리 베이커 NCAA 회장은 지난해 12월 의회 청문회에서 "51만 명의 대학 선수 중 트랜스젠더는 10명 미만"이라고 밝힌 바 있다. ESPN은 NCAA가 이번 행정명령을 반대하지 않으며 연방 정부의 지침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2028년 LA 올림픽도 파장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미국의 입장을 전달하도록 지시했다. 크리스티 노엠 국토안보부 장관은 "여성 선수로 위장한 남성의 입국 비자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랜스젠더 권리 옹호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허드슨 테일러 '애슬리트 얼라이' 사무총장은 "트랜스젠더 청소년은 이미 동년배보다 높은 폭력, 자살 충동, 주거 불안정을 경험하고 있다"며 "이번 행정명령이 이러한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로체스터공대 육상선수 새디 슈라이너는 "이는 트랜스젠더 체육이나 과학, '공정성'의 문제가 아닌 억압"이라며 "트랙 위에서든 밖에서든 그들의 공격은 계속될 것이고, 내가 경기를 중단하는 것은 수갑을 차게 될 때뿐"이라고 저항 의지를 밝혔다.
한편 이번 행정명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취임 첫날인 지난달 20일 서명한 '성별의 남녀 이분법적 정의' 행정명령의 연장선상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19세 미만 트랜스젠더의 성전환 의료 보험 지원 중단, 군 복무 제한 등 트랜스젠더 권리를 제한하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