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유니폼 이제 안녕! 선수들 원성에 항복한 나이키, 유니폼 디자인 원상복구 [춘추 MLB]

선수들 반발에 2024시즌 도입한 '베이퍼 프리미어' 유니폼 폐기...2025시즌부터 이전 모델로 순차 교체

2025-02-11     배지헌 기자
2025년 신제품 원정 저지를 들고 미소짓는 프란시스코 린도어(사진=뉴욕 메츠)

 

[스포츠춘추]

지난해 메이저리그를 뒤흔든 '불량 유니폼 사태'가 마침내 해결됐다. 나이키와 MLB가 선수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유니폼을 이전 모델로 되돌리기로 결정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2월 10일(한국시간) "나이키가 MLB와 선수노조의 피드백을 수용해 2024시즌에 도입했던 '베이퍼 프리미어' 유니폼을 전면 수정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MLB 덴니스 놀런 소비자제품 수석부사장은 성명을 통해 "선수와 팬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그들의 의견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지난해 피드백을 바탕으로 선수들이 요구한 사항을 반영해 수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큰 변화는 유니폼 원단의 복원이다. 2024시즌 도입돼 '땀 범벅 유니폼' '시스루 바지'라는 오명을 얻었던 얇은 원단은 이전 공급업체인 마제스틱이 사용하던 것처럼 두꺼운 소재로 교체된다. 원정 유니폼은 올해부터, 홈 유니폼은 2026시즌부터 순차적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선수들이 가장 반기는 변화는 맞춤형 바지 제작의 부활이다. 지난해 나이키는 바지를 네 가지 사이즈로 규격화했으나, 선수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LA 에인절스의 마무리 투수 카를로스 에스테베스는 "남의 바지를 입은 것 같은 느낌"이라며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파나틱스 측은 각 선수의 개별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할 방침이다. 특히 투수들의 경우 투구 폼에 따른 어깨 부위 여유, 타자들의 타격 자세를 고려한 허리 라인 등 포지션별 특성까지 고려한 맞춤형 제작이 이뤄진다. 이밖에도 상의 뒷면의 선수 이름과 번호가 더 크게 제작되고, 소매 패치는 자수로 변경되며, 팀별 고유 폰트도 복원된다.

나이키는 MLB 선수노조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나이키 측은 성명을 통해 "MLB 유니폼의 전통과 품격을 지키면서도 선수들의 경기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니폼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자부심"이라며 "모든 선수가 자신감을 갖고 그라운드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카고 컵스 내야수 댄스비 스완슨은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는다는 건 특별하고 신성한 일"이라며 "타협할 수 없는 가치들이 있다. 나이키가 그것을 되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팀의 선발투수 저스틴 스틸은 과거 자신의 유니폼 사진과 새 유니폼을 비교하며 "흥미롭다"고 말했다. 

나이키는 2020년부터 2029년까지 MLB 공식 유니폼 공급업체 계약을 맺고 있으며, 계약 규모는 10억 달러(1조4000억원)에 달한다. 첫 4년 동안은 이전 공급업체인 마제스틱의 디자인에 나이키 로고만 부착했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자체 디자인을 선보였다가 대대적인 혼란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