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로봇심판 도입하면 중계방송 S존 사라진다? MLB 부사장 "챌린지 흥미와 긴장감 유지해야" [춘추 MLB]

"방송과 앱에서 표시하는 스트라이크존 박스, 챌린지 시스템과 일치하지 않아"

2025-02-20     배지헌 기자
MLB도 로봇심판 도입이 머지 않았다(사진=MLB)

 

[스포츠춘추]

메이저리그 로봇심판 시대를 앞두고 의외의 희생양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바로 TV 중계에서 20년 넘게 표시해온 스트라이크존 박스다.

MLB는 오는 2월 21일(이하 현지시간) 시카고 컵스와 LA 다저스의 시범경기에서 빅리그 경기 최초로 ABS 시스템을 가동한다. 이는 마이너리그에서 4년간 다듬어온 시스템으로, 카메라가 투구 궤적을 추적해 볼과 스트라이크를 자동으로 판정하는 기술이다.

모든 투구를 ABS로 판정하는 KBO리그와 달리 메이저리그는 '챌린지' 시스템을 운영할 예정이다. 각 팀은 경기당 2번의 챌린지 기회를 갖게 되며, 성공시에는 챌린지 기회가 유지된다. 마이너리그 테스트에선 각 팀이 평균 3.9회의 이의제기를 하며 경기당 17초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에반 드렐릭 기자는 ABS 도입으로 ESPN이 2001년부터 선보인 'K-Zone'과 같은 TV 스트라이크존 박스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모건 소드 MLB 야구 운영 부사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중계방송과 앱에서 표시하는 스트라이크존 박스는 챌린지 시스템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팬들이 사전에 그 투구가 스트라이크라는 것을 볼 수 있다면 챌린지의 흥미와 긴장감이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부정행위 가능성이다. 소드 부사장은 "경기장 곳곳에 게임 중계를 보여주는 대형 스크린이 있어, 스트라이크존 박스가 표시된다면 관중이나 누군가가 선수들에게 소리쳐 (챌린지를 신청하라고) 알려주기 쉽다"며 "이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ABS 챌린지는 기존 비디오 판독과 달리 투수, 포수, 타자가 투구 직후 즉시 요청해야 하며 팀메이트나 영상 확인을 통한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심판은 선수가 지나치게 시간을 끌거나 더그아웃에서 도움을 받는다고 판단할 경우 챌린지를 거부할 수 있다.

MLB는 TV 중계에서의 스트라이크존 표시 방식을 수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소드 부사장은 "몇 가지 아이디어를 테스트할 예정"이라며 "박스는 보여주되 공의 위치는 표시하지 않거나, 공의 위치는 보여주되 박스는 표시하지 않는 방식, 또는 박스의 가장자리만 표시하는 방식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릴리치 기자는 방송사들이 기술적으로 중계 방식의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지만, MLB 고위급의 요청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소드 부사장은 "방송사들이 표시하는 스트라이크존 박스는 MLB가 제공하는 데이터에 기반한다"며 "몇 주 전 뉴욕에서 방송사들과 이 문제를 논의했고, 그들도 동의했다"고 전했다.

드릴리치 기자는 K-Zone이 미식축구 중계의 노란색 퍼스트다운 라인만큼은 아니더라도, 야구 중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각적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방송사들은 야구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에게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참고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 기능의 가치를 인정해왔다.

MLB는 이르면 2026시즌부터 메이저리그에 ABS를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그 시점이 되면 모든 이닝의 야구 중계 방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20년 넘게 야구 중계의 표준으로 자리잡아온 스트라이크존 박스가 새로운 기술의 희생양이 될지, 아니면 변형된 형태로 살아남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