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로봇심판 도입, '첫 피해자' 먼시도 만족했다 "완벽하진 않지만...멋진 아이디어" [춘추 MLB]

시카고 컵스 투수 포티트, 맥스 먼시 타석에서 MLB 역사상 첫 ABS 챌린지 성공

2025-02-21     배지헌 기자
메이저리그 경기 사상 최초의 ABS 판정(사진=MLB.com 중계화면)

 

[스포츠춘추]

기계적 정확성과 인간적 요소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메이저리그의 실험이 시작됐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로봇 심판 시스템 도입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2월 21일(한국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LA 다저스의 시범경기에서 자동 볼-스트라이크 시스템(ABS) 챌린지가 처음으로 실전에 적용됐다. 이 시스템은 모든 볼과 스트라이크를 기계가 판정하는 '완전 ABS'와 기존 인간 심판 판정 사이의 절충안이다.

챌린지의 첫 주인공은 컵스의 우완 투수 코디 포티트였다. 1회 다저스의 맥스 먼시를 상대로 던진 153km/h 속구가 무릎 높이를 통과했지만, 토니 란다조 주심은 볼을 선언했다. 포티트는 즉시 머리를 두드리는 제스처로 챌린지를 요청했고, 경기장 전광판에는 해당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음이 표시됐다. 볼카운트는 1-1에서 0-2로 바뀌었고, 이후 먼시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먼시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공이 통과할 때 나는 바로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했는데 심판은 볼을 선언했다. 앞을 보니 포티트가 머리를 두드리고 있길래 '아, 내가 첫 번째가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ABS 챌린지 시스템은 타자, 투수, 포수만이 요청할 수 있으며, 각 팀당 최대 2번까지 사용 가능하다. 챌린지가 성공하면 해당 팀은 챌린지 기회를 유지한다. 모든 공은 여전히 인간 심판이 판정하며, MLB 사무국에 따르면 챌린지 과정에 평균 17초가 소요된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다. 경기를 전혀 지연시키지 않고 속도도 빠르다. 챌린지보다는 심판이 경기장 마이크를 작동시키려고 애쓰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라고 먼시는 말했다.

이번 시범경기는 마이너리그에서의 실험을 거쳐 MLB 경기에서 해당 기술이 처음 사용된 사례다. 이 시스템은 이르면 2026년에 정규시즌에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포티트와 먼시 모두 이 시스템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 포티트는 지난해 뉴욕 양키스 산하 트리플A에서, 먼시는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을 때 재활 과정에서 이 시스템을 경험했다.

"트리플A에서 봤을 때 유일한 문제는 기술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어떤 공들은 보드에 표시된 위치가 실제와 완전히 달랐다. 포수도 '공 위치가 실제와 다르다'라고 할 정도였다. 기술은 100% 완벽하지 않지만, 아이디어 자체는 정말 멋지다"라고 먼시는 덧붙였다.

이날 경기에서 두 번째 챌린지는 8회에 발생했다. 컵스의 포수 파블로 알리엔도가 프랭키 스칼조 주니어의 공이 존의 상단을 스친 것으로 판단해 챌린지를 요청했지만, 해당 공이 스트라이크 기준보다 4cm 위에 있었음이 확인되며 기각됐다.

"꽤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몇 번의 챌린지가 가장 적절한지는 계속 고민해 봐야 한다. 특히 중요한 승부처에서는 정확한 판정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말했다.

이날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MLB는 13개 스프링캠프 구장(공유 시설 포함 19개 홈팀)에서 ABS 챌린지 시스템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약 60%의 시범경기에서 ABS가 사용되며, 모든 팀이 한 차례 이상 경험할 기회를 갖게 된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시범경기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