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미국, 트랜스젠더 선수 비자 발급 금지...2028 LA올림픽 앞두고 논란 [춘추 이슈]

트럼프 행정명령 후속 조치..."미국은 남녀 두 성만 인정"

2025-02-27     배지헌 기자
트럼프의 행정명령 서명에 환호하는 백인여성 운동선수들.

 

[스포츠춘추]

미국 정부가 트랜스젠더 운동선수들에 대한 입국 비자를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해 국제 스포츠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2028년 LA 올림픽을 앞두고 나온 결정이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현지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최근 전 세계 영사관과 대사관에 미국에서 열리는 스포츠 대회에 참가하려는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비자 신청을 거부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특히 출생 시 지정된 성별을 '허위로 기재'했다고 간주된 경우에는 영구적으로 미국 입국이 금지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5일 서명한 행정명령의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여성 스포츠에서 남성을 배제하기'라는 제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 스포츠 참가를 금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미국 정부는 이제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만 인정한다"며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했던 다양성 정책(DEI)을 폐기하는 명령에 서명했다. 또한 정부 발급 신분증에는 생물학적 성별만 표기하도록 지시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이 입수한 외교 문서에 따르면,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원자가 여행 목적이나 성별을 허위로 표기한 것으로 의심될 경우, 이러한 허위 표기가 비자 발급 부적격 판정을 뒷받침할 만큼 중대한지 고려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러한 부적격 판정은 영구적인 입국 금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조치는 특히 2028년 LA 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행정명령 서명 당시 "국무장관에게 IOC가 젠더 정체성이나 테스토스테론 감소가 아닌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여성 스포츠 참가 자격을 결정하도록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트럼프는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가 IOC에 미국은 트랜스젠더 광기를 전적으로 거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이 이 터무니없는 주제와 관련된 올림픽의 모든 것을 바꾸길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국토안보부 장관 크리스티 노엠에게도 "여성 운동선수로 위장해 미국에 부정 입국하려는 남성의 모든 비자 신청을 거부하라"고 지시했다.

올림픽에서 트랜스젠더 선수가 출전한 것은 2021년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뉴질랜드 역도선수 로렐 허버드가 처음이다. 지금까지 트랜스젠더 올림픽 선수는 소수였지만, 이번 조치로 2028년 LA 올림픽 참가를 희망하는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미국 입국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비영리 인권단체 '람다 리걸'의 칼 찰스 선임 변호사는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인구의 1.6%에 불과한 트랜스젠더를 분명한 표적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조치"라고 비판했다. 미 국무부는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아직 이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