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피트 로즈 사면" 발언에 MLB도 "영구제명 해제 검토" 맞장구...스포츠의 정치화? [춘추 MLB]

트럼프의 피트 로즈 사후 사면 발표, MLB 영구제명 해제 검토도 가속화

2025-03-03     배지헌 기자
피트 로즈가 세상을 떠났다(사진=신시내티 레즈 SNS)

 

[스포츠춘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박 스캔들로 메이저리그(MLB)에서 영구제명된 '안타왕' 피트 로즈에 대한 사후 사면을 발표하면서 스포츠 윤리와 정치 개입에 관한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이에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가 로즈의 영구제명 해제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금요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을 통해 "앞으로 몇 주 안에 피트 로즈에 대한 완전한 사면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로즈가 야구에 도박을 해서는 안 됐지만, 그는 오직 자신의 팀이 이기는 것에만 베팅했다"면서 "그는 결코 자신이나 상대 팀에 반대로 베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도박 행위를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으로 비판을 자초했다.

이번 사면 발표는 이미 1월 6일 의사당 폭동 가담자들에 대한 사면으로 거센 논란을 일으킨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논쟁적 인물에 대한 사면권을 행사하며 스포츠계에까지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에 대한 사면인지 명시하지 않았다. 로즈는 1990년 허위 세금 신고로 유죄를 인정하고 5개월간 복역한 바 있다.

로즈는 24년의 선수 경력 동안 MLB 역대 최다인 4,256개의 안타를 기록했으나, 1989년 8월 23일 신시내티 레즈의 감독 시절 자신의 팀 경기에 도박을 한 혐의로 MLB로부터 영구제명됐다. 당시 바트 지아마티 MLB 커미셔너는 "게임의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이 야구를 더럽히는 다양한 행위에 관여했으며, 이제 그 결과에 직면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로즈는 지난해 9월 83세로 사망했으며, 생전에 2004년 출간한 자서전 '나의 감옥, 울타리 없이'에서 레즈 경기에 베팅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영구제명에도 불구하고 로즈는 팬들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유지했으며,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부터 쿠퍼스타운 기념품 가게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사인회를 열며 활동했다.

그러나 2017년에는 한 여성이 1970년대 초 자신이 14~15세였을 때 로즈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면서 또 다른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30대였던 로즈는 그 여성이 16세였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사건으로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예정되어 있던 로즈의 '명예의 벽' 헌정식을 취소했다.

디 애슬레틱과 ESPN 등의 보도에 따르면,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현재 로즈의 가족이 제출한 영구제명 해제 청원을 검토 중이다. 로즈의 사망 전까지 변호를 맡았던 제프리 렌코프 변호사가 지난해 12월 17일 맨프레드 커미셔너와 MLB 대변인, 그리고 로즈의 딸 폰 로즈와 만남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로즈의 가족은 올해 1월 8일 공식적인 복권 청원서를 제출했다.

1991년 야구 명예의 전당은 MLB에서 영구제명된 인물은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할 수 없다는 규정을 제정했다. 이로 인해 로즈는 자신의 뛰어난 기록에도 불구하고 야구인으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에서 배제됐다.

맨프레드 커미셔너가 로즈의 영구제명을 취소한다 해도, 명예의 전당 입성까지는 여러 단계가 남아있다. 현재 명예의 전당 규정에 따르면, 로즈가 최대한 빨리 입성할 수 있는 시기는 2028년이다. 그의 주요 공헌이 1980년 이전이므로 '고전 시대' 범주에 속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 시대 선수들의 다음 고려 일정은 2027년 겨울로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