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트래포드 역사 속으로...맨유, 역대급 10만석 신축 경기장 건설 확정 "세계 최고 시설 목표" [춘추 EPL]

115년 역사 올드 트래포드 대체할 25억 9천만 달러(약 3조 6천억원) 규모 프로젝트 공식 발표

2025-03-12     배지헌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공개한 새 경기장 예상도(사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스포츠춘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115년 역사의 올드 트래포드를 대체할 10만석 규모의 새 경기장 건설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맨유는 3월 11일 런던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20억 파운드(약 25억 9천만 달러, 3조 6천억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를 확정했다.

맨유의 공동 소유주 짐 래트클리프는 "세계 최고의 축구 경기장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이 결정은 12개월간의 타당성 조사와 5만 명의 팬 설문조사 결과(신축 찬성 52%, 리모델링 찬성 31%)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맨유는 두 가지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했다: 기존 올드 트래포드를 단계적으로 개조해 8만 7천석으로 확장하는 방안과 인근에 10만석 규모의 새 경기장을 건설하는 방안이다.

'디 애슬레틱'의 필립 버킹엄 기자는 "새 경기장 건설이 가장 복잡하지 않고 빠른 해결책"이라고 분석했다. 올드 트래포드 인근 40만㎡(100에이커) 부지에 건설하면 현재 7만 4,310석 수용 규모를 줄이지 않고도 홈경기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 임시 이전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현 올드 트래포드는 바비 찰턴 경 스탠드 뒤로 지나가는 철도 선로로 인해 확장에 제약이 있지만, 새 경기장은 이러한 제약 없이 설계할 수 있다. 맨유의 전설적 감독 알렉스 퍼거슨 경도 "미래에 걸맞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건설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며 신축을 공개 지지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공개한 새 경기장 예상도(사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새 경기장은 맨유의 수익 증대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현재 맨유는 2023-24시즌 1억 3,700만 파운드(약 2,500억원)의 경기일 수익으로 프리미어리그 클럽 중 최고 수준이지만, 기업용 좌석과 1만 3천개 추가 좌석으로 매 시즌 수백만 파운드의 추가 수익이 예상된다.

이 프로젝트는 경기장을 넘어 트래포드 지역 전체의 재생 사업으로 확장된다. 올드 트래포드 재생 태스크포스에 따르면, 이 사업은 영국 경제에 73억 파운드(약 9.7조원)의 추가 가치를 창출하고 9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맨유 최고경영자 오마르 베라다는 "클럽의 장기적 목표는 세계 최고의 축구팀이 세계 최고의 경기장에서 경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발 계획에는 1만 7천 가구의 신규 주택과 연간 180만 명의 방문객을 수용할 상업·소매·엔터테인먼트 시설도 포함된다.

맨체스터 출신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설립한 포스터+파트너스가 맡은 설계는 혁신적인 요소가 돋보인다. 클럽 배지의 레드 데빌 삼지창에서 영감을 받은 세 개의 탑이 거대한 캐노피를 지지하는 구조다. 이 우산형 지붕은 관중을 비와 눈으로부터 보호하고 트라팔가 광장의 두 배 크기의 공공 광장을 덮는다.

완공되면 10만석 규모로 바르셀로나의 캄프 누(10만 5천석)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축구 경기장이 된다. 영국 축구계에서는 1985년 웸블리 경기장 수용 인원이 축소된 이후 처음으로 10만석 규모의 경기장이 생기게 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공개한 새 경기장 예상도(사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래트클리프는 "납세자의 돈을 요청하지 않고 경기장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베라다 CEO는 "상장회사로서 자금 조달에 대해 너무 많은 추측을 할 수 없다"면서도 "매우 매력적인 투자 기회로, 자금 조달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명명권 판매가 유력한 수입원이 될 수 있다. 맨유는 상업 파트너에게 경기장 이름 권리를 판매할 경우 연간 약 1,500만 파운드(약 270억원)의 수익이 예상된다. 베라다는 '올드 트래포드' 이름의 유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이미 많은 대형 브랜드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부 대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래트클리프는 맨유가 현재 3억 파운드의 미지급 이적료와 연간 3,500만 파운드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맨유는 경기장 건설 부지를 이미 소유하고 있어 부지 구입 비용은 절감할 수 있다.

맨유는 이 대형 프로젝트를 향후 5년 내에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래트클리프는 "모듈식 설계를 활용하면 10년보다는 5년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이론적으로 2030-31시즌에는 새 경기장으로 이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새 경기장 구상에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서포터스 트러스트(MUST)는 "놀랍고 흥미로운 디자인"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티켓 가격 인상과 구단의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2023-24시즌 티켓 가격이 11년 만에 5% 인상된 데 이어, 래트클리프는 다음 시즌에도 소폭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팬 단체 '1958'은 시즌 중반에 일부 경기 티켓이 66파운드(약 12만원)까지 인상되고 어린이나 노인 할인이 폐지된 것에 항의해 지난 12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