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파베이 레이스 신축구장 계획 백지화에 지역사회-정치권 반발 "구단 매각해!" [춘추 MLB]

허리케인 피해·자금 승인 지연으로 13억 달러 프로젝트 무산..."스턴버그 구단주 매각하라" 지역사회 반발

2025-03-14     배지헌 기자
탬파베이가 발표했던 신구장 예상도(사진=탬파베이 레이스)

 

[스포츠춘추]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가 13억 달러(약 1조 8천억원) 규모의 신축구장 계획을 전격 철회하면서 구단의 장기적 미래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탬파베이 구단은 13일(한국시간) 스튜어트 스턴버그 구단주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신중한 검토 끝에 새 구장과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이 어려운 결정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구단이 언급한 '예상치 못한 사건'은 지난해 10월 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 밀턴이다. 당시 허리케인으로 레이스의 홈구장인 트로피카나 필드의 지붕이 크게 훼손돼 2025시즌에는 경기를 치를 수 없게 됐다. 탬파베이는 올 시즌 양키스의 스프링캠프 구장인 조지 스타인브레너 필드에서 홈경기를 치러야 한다.

이번 결정은 구단이 지난해 7월 세인트피터스버그 시, 피넬라스 카운티와 체결했던 3만석 규모 신축구장 건설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다. 이 구장은 2028년 개장을 목표로 했으며, 65억 달러 규모의 도시 재개발 사업에 포함됐다.

그러나 구단 측은 허리케인으로 지연된 카운티의 자금 승인 투표로 개장 시기가 2029년으로 미뤄지고, 이로 인한 건설비용이 2~12% 증가해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구단의 설명에 지역사회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넬라스 카운티 위원 캐슬린 피터스는 "30일의 지연이 30년 프로젝트를 좌초시킬 이유가 없다"며 불만을 표했다.

특히 지역 정치권이 스턴버그 구단주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크리스 라트발라 카운티 위원은 "스턴버그가 구단을 매각하는 것이 탬파베이에 야구단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이것은 아마도 프로 스포츠에서 구단주가 받은 가장 좋은 구장 계약 중 하나였는데, 스턴버그에게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케네스 웰치 세인트피터스버그 시장도 "이 구단주 그룹과 일할 의향이 없다. 그 다리는 이미 불타버렸다"라며 작별을 선언했다. 웰치 시장은 "새로운 구단주가 등장한다면 야구를 지역에 유지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이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와 여러 구단주들이 스턴버그에게 구단 매각을 종용하고 있다고 보도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이 매체는 스턴버그가 매각할 경우를 대비해 잠재적 구매자들이 이미 줄을 서고 있다고 전했다.

맷 실버맨 구단 사장은 지역 라디오 방송에서 "팀은 매각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다른 구단주들이 우리 수익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탬파베이 지역은 인구 330만 명의 대도시권이지만, 레이스는 만성적인 관중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평균 관중은 16,515명으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28위에 그쳤다. 창단 이래 27년간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지만, 20년 가까이 새 구장을 찾는 노력을 해왔다.

MLB는 성명을 통해 "탬파베이 지역에 구단의 영구적인 터전을 마련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지역 유지 의지를 밝혔다. 현재로서는 탬파베이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수리된 트로피카나 필드로 복귀한 뒤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실버맨 사장은 3월 31일 세인트피터스버그 계약이 공식 종료된 후 탬파시와 새로운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제인 캐스터 탬파 시장은 "목표는 항상 팀을 탬파베이에 유지하는 것"이라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탬파베이 타임스에 따르면, 구단이 계약 파기를 발표한 지 단 1시간 만에 현지 민간투자회사가 구장 부지로 예정됐던 지역을 2억 6천만 달러에 매입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이 사실은 도시가 야구단 없이도 개발 계획을 진행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