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손흥민 결장' 토트넘 대파하고 우승 확정..."위르겐 클롭 없이 해냈다!" [춘추 EPL]
아르네 슬롯 감독, 부임 첫 시즌 만에 '불가능한 임무' 완수
[스포츠춘추]
리버풀이 토트넘 홋스퍼를 5대 1로 격파하며 2024-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이로써 리버풀은 통산 20번째 리그 우승을 달성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영국 최다 우승 팀 자리를 공동으로 차지하게 됐다.
4월 28일(한국시간) 안필드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리버풀은 루이스 디아스, 알렉시스 맥알리스터, 코디 각포, 모하메드 살라의 득점과 토트넘 수비수 데스티니 우도기의 자책골로 대승을 거두며 4경기를 남겨놓고 우승을 확정했다.
이번 우승은 지난해 위르겐 클롭 감독의 퇴임 이후 '불가능한 미션'을 떠안게 된 아르네 슬롯 감독이 부임 첫 시즌에 이뤄낸 쾌거다. 슬롯 감독은 리버풀 역사상 조 페이건(1983-84시즌), 케니 댈글리시(1985-86시즌)에 이어 데뷔 시즌에 우승을 차지한 세 번째 감독이 됐다. 또한 2016-17시즌 첼시의 안토니오 콘테 이후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에 우승한 첫 감독이 됐다.
이날 우승은 정확히 343일 전 위르겐 클롭 감독이 안필드 센터서클에 서서 감정에 북받친 은퇴 연설을 했던 날과 맞닿아 있다. 당시 클롭은 "이것은 끝이 아닌 시작처럼 느껴진다. 변화는 좋은 것이다. 올바른 자세로 나아간다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다. 올바른 기반은 100% 마련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들렸던 이 말이 이제는 예언과도 같은 말이 됐다. 슬롯 감독은 작년 여름 페예노르트에서 이적한 후 모든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줬다. 슬롯에겐 재능 있는 선수단을 물려받은 행운도 따랐지만, 전술적 이해력과 뛰어난 선수 관리 능력으로 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단 평가다.
리버풀은 지난 11월부터 프리미어리그 1위 자리를 지켜왔고, 26경기 연속 무패 행진으로 다른 팀들을 압도했다. 34경기에서 단 2패만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우승을 예약했다. 이번 우승으로 리버풀은 맨체스터 시티의 프리미어리그 4연속 우승 기록도 저지했다. 펩 과르디올라가 이끄는 맨시티는 지난 4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리버풀의 압도적인 경기력에 밀렸다.
리버풀 팬들에게는 오랫동안 염원해온 순간이다. 리버풀이 자국 최고 리그에서 홈 관중 앞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90년 이후 35년 만이다. 클롭 감독 시절인 2019-20시즌 30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했을 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무관중 경기로 진행돼 팬들과 함께 축하할 수 없었다.
이날 안필드는 경기 수 시간 전부터 축제 분위기로 가득 찼다. 팬들은 봄 햇살 아래 프리미어리그 트로피 모형을 들고 선수들의 버스를 기다렸다. 팀 버스가 도착했을 때는 붉은색 연기 폭죽 속에서 등장해 팬들의 함성을 이끌어냈다.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한 리버풀 팬 앤-마리 바튼은 지난 우승 때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혼자 샴페인을 마셔야 했던 것을 회상했다. "그때는 말 없는 인형 스쿠비와 둘 뿐이었어요."
아일랜드 리머릭에서 온 팻 키건은 1971년 FA컵 결승에서 리버풀이 아스널에 패한 이후 팬이 되었다고 했다. "아일랜드에서는 유나이티드나 리버풀 중 하나인데, 우리는 리버풀이다. 오늘 여기에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을 의미한다. 유나이티드와 같은 20번의 타이틀을 기록하게 되어 기쁘다."
경기 초반 토트넘은 잠시 리버풀에 위기를 안겼다. 제임스 매디슨의 코너킥을 전 리버풀 공격수 도미닉 솔랑케가 헤딩골로 연결해 12분 만에 선제골을 넣었다. 그러나 불과 4분 만에 리버풀은 동점을 만들었다. 살라와 도미니크 소보슬라이가 연결해 디아스에게 골을 선사했다. 처음에는 오프사이드 깃발이 올라갔지만, VAR 확인 결과 디아스의 위치가 정상이었고, 안필드에는 기쁨의 물결이 퍼져나갔다.
24분에는 맥알리스터가 20야드 밖에서 강력한 슈팅으로 역전골을 넣었고, 34분에는 각포가 코너킥 상황에서 정확한 마무리로 3대 1을 만들었다. 전반전을 마치며 리버풀은 이미 경기를 장악했다.
후반전은 리버풀의 일방적인 흐름이었다. 살라는 63분에 네 번째 골을 넣은 후 코프 스탠드 앞에서 팬의 휴대폰을 받아 셀카를 찍는 세레머니를 펼쳤다. 이 골로 살라는 프리미어리그 역대 득점 순위에서 세르히오 아궤로를 제치고 5위(185골)에 올랐다. 69분에는 우도기의 자책골로 5대 1을 만들면서 안필드 전체에 "챔피언"이라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한편 이날 손흥민은 부상으로 결장했다. 앙헬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5월 2일 보도/글림트와의 유로파리그 준결승을 앞두고 손흥민뿐만 아니라 크리스티안 로메로, 미키 판더펜, 데얀 쿨루셉스키 등 주요 선수들을 벤치에서 쉬게 했다.
모하메드 살라는 경기 후 "팬들 앞에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것은 정말 특별하다. 오늘, 그리고 매 경기에서 우리가 보여준 것처럼 이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감격을 표했다. 그는 또 5년 전 우승과 비교해 "이번이 100% 더 좋다! 사디오(마네), 위르겐, 호베르투(피르미누) 없이 해냈다. 모든 이들과 함께, 팬들과 함께하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팀 주장 버질 반 다이크는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이 우승은 특별하다. 당연하게 여길 수 없는 것이다. 경기 전 한 주 동안 많은 감정이 교차했지만, 우리는 해냈고 진정으로 잉글랜드의 챔피언이 될 자격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클럽이며,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슬롯 감독은 이날 승리 후 클롭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위르겐이 떠날 때 그는 '기반이 잘 마련되어 있다'고 말했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에게 감사드린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리버풀은 남은 4경기에서 더 많은 기록에 도전하게 된다. 특히 5월 26일 시즌 마지막 경기 이후에는 우승 퍼레이드가 예정되어 있어 리버풀 시내는 한동안 축제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것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클롭의 말처럼, 리버풀의 새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첫 단추를 화려하게 끼운 슬롯 감독과 리버풀은 이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넘어 영국 최다 우승팀이 되기 위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