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세' 조코비치, 이탈리아오픈 기권...프랑스오픈 우승에 올인한다 [춘추 테니스]

"직면해야 할 새로운 현실"...올 시즌 5개 대회 중 4곳에서 첫 경기 탈락

2025-04-30     배지헌 기자
최근 하락세가 뚜렷한 조코비치(사진=호주오픈 SNS)

 

[스포츠춘추]

"이제는 토너먼트에서 멀리 가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한 두 경기를 이기는 것만 목표로 한다."

남자 테니스의 '황제' 노박 조코비치(38·세르비아)가 스스로 인정한 '새로운 현실'이다. 그랜드슬램 최다 우승(24회) 기록 보유자이자 통산 99개 ATP 투어 타이틀을 획득한 선수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 힘든 고백이다.

조코비치는 지난 26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ATP 마스터스 1000 마드리드 오픈 2회전에서 세계랭킹 44위 마테오 아르날디(25·이탈리아)에게 0-2(3-6, 4-6)로 패했다. 올해 들어 벌써 네 번째 대회 첫 경기 탈락이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단 한 번도 대회 첫 경기에서 패한 적이 없었다.

30일에는 다음 대회인 이탈리아오픈 불참까지 선언했다. 이로써 조코비치는 프랑스오픈(5월 말 개막) 전까지 정식 경기를 치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과거 6차례나 우승했던 이탈리아오픈을 건너뛰며 프랑스오픈에 모든 것을 걸기로 한 셈이다.

조코비치는 마드리드 오픈 패배 후 기자회견에서 "20년이 넘는 프로 테니스 선수 생활 동안 완전히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다"며 "이제는 대회 초반에 계속해서 탈락하는 상황에 정신적으로 적응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코비치의 컨디션 난조는 올해 들어 이상하리만큼 두드러진다. 최근 5개 대회 중 4곳에서 첫 경기에 패배했다. 윔블던 7회, 호주오픈 10회 우승에 빛나는 '빅 타이틀 사냥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이번 시즌 유일하게 선전했던 마이애미 오픈(결승 진출)을 제외하면 인디언웰스, 몬테카를로, 마드리드 등 큰 대회에서 연달아 초반 탈락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 번도 첫 경기에서 패하지 않았던 선수가 올해는 완전히 딴 사람으로 변한 모습이다.

조코비치는 "내 스트로크, 몸, 움직임 모두 달라졌다. 이것이 내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라며 "새로운 환경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아르날디와의 경기에서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수비력과 리턴 능력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세컨드 서브 득점률이 40%에 그쳤고, 브레이크 포인트를 한 번도 살리지 못했다. 역대 최고의 리턴 능력을 가진 선수로서는 충격적인 기록이다.

조코비치는 "나는 프랑스오픈에 주요 우승 후보 중 한 명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그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5월 말 개막하는 프랑스오픈은 그가 세 차례 우승한 메이저 대회지만, 이번엔 상위 4번 시드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조기에 상위 랭커와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로, 네 번째 프랑스오픈 타이틀 획득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 보이는 상황이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늘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온 선수다. 프랑스오픈에서는 2022년 이후 패배가 없다. 당시 그를 물리친 선수는 14회 우승자 라파엘 나달(스페인)이었다. 조코비치가 '테니스 황제'의 명성에 걸맞은 마지막 부활을 이뤄낼 수 있을지, 아니면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의 쓸쓸한 하락세를 지켜봐야 할지,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