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유니폼 입은 팬 봤다" 커리어 첫 완봉승, 페디는 KBO리그 시절을 잊지 않았다 [춘추 MLB]
친정 워싱턴 상대 9이닝 8K 무실점, 커리어 첫 완봉승 달성
[스포츠춘추]
KBO리그가 배출한 빅리거 에릭 페디(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친정팀 워싱턴을 상대로 메이저리그 데뷔 10년 만에 첫 완봉승의 감격을 누렸다. 경기 후 인터뷰에선 "관중석에서 NC 유니폼을 입은 팬을 봤다"며 한국에서의 추억을 떠올렸다.
페디는 5월 10일(한국시간)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경기에서 9이닝 6피안타 무실점 8탈삼진 역투로 팀의 10대 0 대승을 이끌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첫 완봉승이자, 이전까지 자신의 최다 이닝 기록인 8.1이닝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다. 109구를 던지며 단 한 개의 볼넷도 허용하지 않은 완벽한 제구력으로 워싱턴 타선을 제압했다.
세인트루이스로서는 2022년 8월 22일 조던 몽고메리가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1피안타 완봉승을 거둔 이후 정확히 992일 만에 나온 값진 완봉 기록이다.
페디는 1회 선두타자 CJ 에이브럼스에게 2루타를 허용했지만, 이후로는 특별한 위기 없이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마지막 9회에도 제임스 우드의 선두타자 안타로 위기를 맞았지만, 내더니얼 로우를 병살타로, 케이버트 루이즈를 뜬공으로 잡아내며 자신의 손으로 경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이날 페디의 완봉승은 친정팀 워싱턴을 상대로 만든 기록이라 의미를 더했다. 페디는 워싱턴의 2014년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 유망주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시즌 동안 워싱턴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빅리그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고, 결국 2022시즌이 끝난 뒤 워싱턴과 작별하고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계약했다.
NC 유니폼을 입은 페디는 유망주 시절의 잠재력을 되찾았다. 2023시즌 30경기에 등판해 180.1이닝을 소화하며 20승 6패 평균자책 2.00의 압도적인 성적을 남겼다. 탈삼진 209개를 기록해 KBO리그 역대 외국인 투수 최초로 '200K 클럽'에 가입했고, 정규시즌 MVP와 투수 골든글러브, 최동원상까지 휩쓸며 KBO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이름을 아로새겼다.
이러한 활약을 발판으로 페디는 메이저리그 재입성에 성공했다. 2024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750만 달러(약 105억원)에 계약했고, 21경기에서 7승 4패 평균자책 3.11의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여름 트레이드 시장에서 세인트루이스로 이적해 올 시즌까지 주축 선발투수로 활약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애플TV+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페디는 한국에서의 선수 생활이 전환점이 됐냐는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100%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어 "경기 전 불펜 근처에서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은 팬을 봤다. 그건 내가 얼마나 먼 여정을 거쳐왔는지 되새기게 하는 소중한 순간이었고,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며 감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