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진 FIFA 회장, 트럼프 수행하느라 회의 지각...사우디 노동자 인권 문제까지 '사면초가' [춘추 이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방문 일정에 동행...회의 참석자들 장시간 대기
[스포츠춘추]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수행을 핑계로 파라과이 FIFA 총회에 지각해 빈축을 사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2034 월드컵 노동자 인권 문제까지 불거지며 사면초가에 몰렸다.
5월 15일(한국시간)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FIFA 총회가 인판티노 회장의 도착 지연으로 예정 시간보다 3시간 늦게 개최됐다고 폭로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하기 위해 주요 일정을 뒤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카타르 국왕을 만나는 자리에 함께했다. 그는 카타르 전용기를 타고 이동했으며, 급유를 위해 나이지리아에 잠시 착륙했지만 결국 회의 시작 시간에 맞추지 못했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의 축구협회 대표들이 수 시간 동안 회의장에서 대기해야 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전날 파라과이 정부 관계자들이 주최한 만찬 행사에도 불참했다.
더 큰 문제는 인판티노 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바로 다음 날, 두 인권단체가 2034 사우디 월드컵 이주노동자 사망 문제에 대한 충격적인 보고서를 공개했다는 점이다. 페어스퀘어와 휴먼라이츠워치(HRW)는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FIFA가 이주노동자 보호에 "완전히 태만한 책임(utterly negligent)"을 보이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인도,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48명의 사망 사례를 분석한 결과, 사우디아라비아는 건설 현장 안전 문제에 대해 겉으로만 신경 쓰는 척할 뿐 실질적인 사고 조사는 회피하고 있으며, 유가족들에 대한 배상금 지급도 불필요하게 지연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HRW의 마이클 페이지 중동 담당 부국장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끔찍한 작업장 사고들은 FIFA 2034 월드컵과 사우디의 '기가 프로젝트'에 관여하려는 기업, 축구 팬, 스포츠 단체들에게 심각한 경고 신호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페어스퀘어의 닉 맥기한 공동 설립자는 "FIFA의 위험 대응은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말하는 것도 관대한 표현"이라며 "그들은 명백한 위험 신호들을 무시한 채 사우디아라비아의 월드컵 입찰에 역대 최고 점수를 부여했다. 이는 완전한 직무 태만"이라고 맹비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34 월드컵을 위해 11개의 새 경기장(아직 8개는 착공도 안 됨)과 134개 훈련시설, 18만5천개의 호텔 객실, 팬존, 컨퍼런스 센터, 리야드-제다 간 철도를 건설해야 한다. 여기에 사막 속 미래도시 네옴 프로젝트까지 고려하면 세계 최대 규모의 건설 현장이 될 전망이다.
두 인권단체는 FIFA에 사우디 정부가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것을 촉구했다. 온도 기반 열 보호 조치 도입, 고용주의 의무적 근로자 생명보험 가입, 비정부기구와 언론의 건설 현장 방문 허용, 이주노동자 데이터 수집 및 공유 등 네 가지 기본적인 조치를 제안했다.
FIFA는 이에 대해 인권 보호 약속을 이행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가 2018년 이후 노동법을 개혁해왔다고 해명했지만, 인권단체들은 이에 대해 설득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한편, 여성 축구선수 106명이 최근 FIFA에 사우디 석유회사 아람코와의 파트너십을 종료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및 LGBTQ+ 권리 기록과 기후 행동을 이유로 이 파트너십이 여성 축구를 "약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사우디 월드컵 노동자 인권 문제와 여성 축구선수들의 항의, 그리고 공식 일정보다 미국 대통령 수행을 우선시한 행보까지, 인판티노 회장은 여러 방면에서 비판을 받으며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