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420만원이 불러온 K리그 국제 망신...광주FC·축구협회 '부실행정' 논란 [춘추 이슈]

행정실수로 FIFA 선수등록 금지 징계, 또 행정실수로 구단에 전달 안돼

2025-05-17     배지헌 기자
광주 FC(사진=프로축구연맹)

 

[스포츠춘추]

단돈 420만원을 미납해서 시작된 광주FC의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 사태가 국제적 망신으로 번질 위기에 처했다. 부실한 행정 시스템과 소통 체계의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난 가운데, 대한축구협회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축협이 축협했다'는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사태의 발단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주는 알바니아 출신 공격수 아사니를 영입하면서 발생한 3000달러(약 420만원)의 연대기여금을 FIFA에 납부해야 했다. 연대기여금은 선수를 영입할 때 이적료 일부를 해당 선수가 12~23세 사이 뛰었던 구단에 분배하는 제도로, FIFA는 2022년 11월부터 '클리어링 하우스' 방식으로 직접 각 구단에 분배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여기서부터 동네 조기축구회 수준의 일처리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광주는 연대기여금 3000달러를 송금했으나, 계좌 오류로 인해 송금이 취소되고 돈이 다시 구단 계좌로 반환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방치했다. 이로 인해 FIFA가 지난해 12월 17일부로 광주에 선수 등록 금지 징계를 내렸지만, 이 사실이 대한축구협회의 소통 부재로 구단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징계 통보는 정상적으로 AFC를 거쳐 대한축구협회에 전달됐으나, 축구협회는 이 중요한 정보를 휴직 중인 광주 담당자 메일로만 전송했을 뿐 구단에 제대로 전달됐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이에 광주 구단은 선수 징계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징계를 몰랐던 광주는 FIFA 징계 기간 중임에도 지난 1월 1일부터 3월 27일까지 겨울 이적시장에서 약 10명의 선수를 새롭게 영입했다. 이들은 모두 한국프로축구연맹을 거쳐 축구협회에 정상적으로 등록됐고, K리그1 13경기와 코리아컵 2경기는 물론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경기까지 출전했다. 광주는 문제가 공론화된 이후에도 해당 선수들의 경기 출전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대한축구협회는 16일에야 공식 입장문을 통해 "고의성이 없는 행정 실수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며 "지금까지 진행된 경기에 출전한 광주 소속 해당 선수들을 '무자격 선수'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광주가 받을 수 있는 몰수패 가능성은 일단 사라졌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에 대해 '관대한 처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축구협회는 "해당 선수들을 무자격 선수로 규정해 지난 경기 결과들을 번복하기보다는 지금까지 치러진 경기 결과를 인정해 귀책 사유가 없는 선수들의 출전 자격을 보장하고 대회와 리그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자신들의 책임으로 인해 발생한 사태를 규정대로 엄격하게 처리하기보다는 대충 넘어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국내에서의 결정이 국제 무대에서도 통용될지 여부다. 일본 산프레체 히로시마가 올 시즌 ACL2에서 무자격 선수 출전으로 8강에서 6대 1로 승리한 경기 결과가 0대 3 몰수패로 뒤집힌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광주의 ACLE 16강 상대였던 일본의 비셀 고베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AFC가 별도의 징계를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우려가 제기된다.

만약 축구협회가 국내 대회 경기 결과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는데도 AFC가 광주의 ACLE 경기에 대해 몰수패를 선언한다면, 축구협회의 판단과 국제 기구의 결정이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광주는 연대기여금과 제재금을 최근 완납했지만, FIFA가 기존 선수 등록 금지 징계만 해제할지, 아니면 추가 제재를 내릴지도 주목된다. 축구협회는 "FIFA와 AFC 관계자들에게 관련 사실에 대한 질의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고의성 없는 행정 실수'임을 강조하고, 적극적인 추가 소명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축구협회는 "행정 절차상의 미숙함으로 K리그 현장에 혼란이 야기된 부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같은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연맹 및 구단 등 유관기관과의 의사소통 절차와 업무 프로세스를 체계화하겠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단순한 업무 처리와 기본적인 소통조차 제대로 못하는 아마추어적 행정 수준이 주는 부끄러움은 온전히 팬들의 몫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