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회장이 트럼프 하수인이라니...인판티노 노골적 '친트' 행보에 국제 축구계 '부글부글' [춘추 이슈]

트럼프 중동 순방 동행하며 FIFA 총회 3시간 지연, 2026 공동개최국 캐나다·멕시코 배제한 채 미국만 특별대우

2025-05-18     배지헌 기자
트럼프의 하수인으로 비판받는 인판티노 회장(사진=SKY 스포츠 SNS)

 

[스포츠춘추]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정치 개입 논란이 세계축구연맹 내부 분열로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밀착 행보에 유럽축구연맹(UEFA)이 반발하고 나선 데 이어 캐나다와 멕시코 축구계까지 불만을 표출하면서다.

최근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제75차 FIFA 총회는 인판티노 회장의 지각으로 예정보다 3시간이나 늦게 시작되는 촌극을 빚었다. 항공기 추적 자료에 따르면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중동 순방에 동행한 뒤 카타르 전용기를 타고 나이지리아를 거쳐 파라과이로 향했으나 결국 정시 참석에 실패했다.

이날 총회 시작 전부터 불만은 고조된 상태였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지난주 인판티노 회장이 화요일 예정된 FIFA 평의회 대면 회의를 취소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방문에 동행했다고 보도했다. 이 결정에 여러 FIFA 평의회 위원들이 강한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결국 눌러뒀던 분노가 폭발했다. 인판티노 회장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UEFA 소속 8명의 FIFA 평의회 위원들은 회의 도중 단체 퇴장하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UEFA는 성명을 통해 "단순히 사적인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일정을 변경한 것"이라며 인판티노 회장을 정면 비판했다.

빅터 몬탈리아니 FIFA 부회장이자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회장은 "두 가지 잘못이 하나의 옳음을 만들지는 않는다"며 UEFA의 퇴장 행위를 비난했지만, 내부 갈등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판티노 회장의 트럼프 대통령 편애 행보는 2026년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의 반발까지 불러왔다. 인판티노 회장은 카타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카타르 국왕의 만남에 참석했을 뿐 아니라, 카타르 국왕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2022 월드컵 공을 전달하는 장면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 장면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으로의 인계식처럼 연출됐다. 하지만 정작 2026년 월드컵을 미국과 함께 개최하는 캐나다와 멕시코 대표는 한 명도 초청받지 못했다. FIFA가 뒤늦게 "공식 행사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외교적 결례로 받아들여진 상황이었다.

인판티노 회장의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착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서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개명하겠다'는 발언에 인판티노 회장이 크게 웃었던 장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웃 국가들과의 무역 전쟁이 월드컵을 더 흥미롭게 만들 것"이라는 농담에 어색하게 미소 지었던 장면은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디 애슬레틱은 파라과이 총회 참석자들의 말을 인용해 "FIFA 내부에선 캐나다와 멕시코 축구 관계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인판티노 회장은 백악관의 '월드컵 태스크포스' 설립, 월드컵 개최 도시 보안 비용 지원 약속 등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얻은 성과를 근거로 자신의 행보를 정당화하고 있다.

인판티노 회장은 총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미국에 환영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이 무색하게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월드컵 팬들은 경기를 보고 떠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토안보부 장관과 대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해 인판티노 회장의 입지를 더욱 좁혔다.

CONCACAF 회장인 몬탈리아니는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는 "카타르에서의 행사는 국가 간 문제로, 카타르와 미국이 초대하고 싶은 사람을 초대한 것"이라며 "멕시코는 환상적인 나라이고, 미국 대통령도 한때 '세계는 더 많은 캐나다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며 갈등 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FIFA의 위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6월 미국에서 개최될 예정인 확대 클럽월드컵은 티켓 판매 부진으로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맨체스터 시티, 인테르밀란, 파리생제르맹 등 빅클럽이 참가하는 경기조차 최저가가 30달러(약 4만2천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로스앤젤레스에선 최근 산불 진압에 참여한 응급대원들에게 3만 장의 무료 티켓을 배포하기도 했다.

한편, 알레한드로 도밍게스 남미축구연맹(CONMEBOL) 회장은 2030년 월드컵 100주년을 기념해 참가국을 48개에서 64개로 확대하자는 제안을 던졌다. 이에 인판티노 회장이 "좋은 아이디어"라며 화답했지만, CONCACAF 측은 "아직 48개 팀 체제도 검증되지 않았는데 시기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해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됐다.

이날 총회가 끝난 후 인판티노 회장은 2년 연속 기자회견을 열지 않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회장이 대답해야 할 모든 질문에 부회장들과 사무총장이 답변해야 했다. 국제축구계 최고 권력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친분을 과시하는 사이, 그가 이끄는 FIFA는 사분오열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