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사정 없는 다저스, 10년 인연 베테랑도 버렸다...테일러 방출, 김혜성 빅리그 잔류 [춘추 MLB]

베테랑 테일러 버리고 데뷔한지 2주 된 김혜성 남겨...냉정한 비즈니스의 세계

2025-05-19     배지헌 기자
크리스 테일러(사진=MLB.com)

 

[스포츠춘추]

다저스의 선택은 의리와 정이 아닌 '승리'였다. LA 다저스가 지난 9년간 팀의 주축이었지만 하락세가 뚜렷한 베테랑 크리스 테일러 대신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신예 김혜성을 선택했다.

다저스는 5월 19일(한국시간) 토미 에드먼을 부상자 명단에서 활성화하면서 4년 6,000만 달러(약 850억원)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은 테일러를 방출대기(DFA) 명단에 올리는 냉정한 결단을 내렸다. 

다저스는 지난주에도 유망주 달튼 러싱의 콜업을 위해 팀의 장수 프랜차이즈 포수였던 오스틴 반스를 방출하기도 했다. 두 베테랑 모두 팀과 오랜 시간 함께하며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공로자들이었지만, 실적이 우선인 메이저리그 '신흥 악의 제국'의 냉혹한 비즈니스 논리에서 과거 업적은 중요하지 않았다.

앤드루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 운영 사장은 "이번 주는 우리 모두에게 매우 감정적인 시간이었다"며 "반스와 테일러는 이 구단의 중요한 순간들 한가운데 있었고, 두 선수 모두 우리 구단의 문화와 현재 위치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고 립서비스를 전했다.

다저스의 이 같은 과감한 결단은 승리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구단 철학을 잘 보여준다. 프리드먼 사장은 "(이번 선택의) 결정적 계기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경쟁이 이례적으로 치열해진 상황"이라며 "2021년에 106승을 거두고도 지구 우승을 하지 못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정규시즌에서 우리의 주요 목표는 지구 우승이며, 이것이 궁극적인 목표인 월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하는 데 가장 확실한 경로"라고 설명했다.

테일러는 2016년 시애틀에서 트레이드로 영입된 이후 뛰어난 멀티포지션 능력을 앞세워 다저스의 두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2017년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MVP도 수상했다. 그러나 올 시즌 테일러는 28경기에서 타율 .200(35타수 7안타)으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고, 주로 수비 교체 요원으로만 활용되는 상황이었다.

반면, 김혜성은 에드먼의 부상으로 약 2주 전 빅리그로 콜업된 이후 폭발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14경기 동안 타율 .452(31타수 14안타), OPS 1.065의 맹타를 휘둘렀고, 2루와 중견수를 오가며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보여줬다. 동료 선수들은 물론 LA 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는 핵심 전력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당초 "에드먼이 복귀하면 김혜성은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김혜성의 활약은 구단의 결정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로버츠 감독도 "우리는 치열한 경쟁 속에 있다"며 "이기기 위해서는 지금 가장 좋은 선수들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지역 유력지 LA 타임스는 일찍이 "김혜성의 미소가 라커룸을 밝게 만들고, 타격 실력은 무력했던 라인업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스피드는 팀 공격을 완전히 바꿔놨다"며 "다저스는 테일러를 방출해서라도 김혜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는데, 결국 이 제안이 현실이 됐다.

다저스의 선택은 경제적으로 봐도 파격적인 결정이다. 테일러는 올해 1,300만 달러(약 184억원)를 보장받는 계약 중이었다. 다저스는 이 모든 금액을 떠안으면서도 테일러를 방출했다. 일반적인 구단에서라면 쉽게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지만, 메이저리그 최고의 자금력을 자랑하는 다저스이기에 남은 계약을 묻어버리는 과감한 결단이 가능했다.

메이저리그의 냉혹한 비즈니스 논리는 빅리그 생존에 성공한 김혜성에게도 예외일 리 없다. 성공적인 첫 2주를 넘어 앞으로도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지속적으로 가치를 증명해야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베테랑과의 인연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을 선택한 다저스의 판단이 옳았음을 계속해서 증명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좌완투수가 나오는 날 벤치에 앉는 패턴에서 벗어나는 것이 당면 과제다. 김혜성은 19일 열린 에인절스전에서도 상대 좌완 선발 기쿠치 유세이에 맞춰 벤치를 지켰다. 플래툰 선수에서 벗어나, 좌우투수를 모두 공략하는 능력을 증명하고 매일 선발 출전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는 게 김혜성의 다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