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용료 면제" 약속해놓고...NC, 마산 2군야구장 사용료로 매년 8500만원 납부
사용료 연 8500만원 받고도 시설 관리 소홀...지난해 8월에야 무료로 사용계약
[스포츠춘추]
창원시가 NC 다이노스에 준 민폐는 1군 구장 창원NC파크만의 문제가 아니다. 2군 구장 마산야구장에서도 NC는 고액 사용료를 창원시에 수년간 지불하면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창원시는 애초 구단 유치 당시 야구장 무료 사용을 약속해놓고, 신구장 건설 때가 되자 "구 마산야구장 얘기였다"고 말을 바꿨는데, 실제로는 그 마산야구장에서도 수억원의 이용료를 받아 챙겼다.
스포츠춘추 취재 결과 NC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마산야구장 사용료로 연 8500만원을 창원시에 지불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8월에야 5년 무상 계약으로 전환됐지만, 당초 약속했던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창원시와 KBO가 2010년 10월 맺은 9구단 유치 업무협약의 핵심은 '구장 사용료 면제'였다. 다른 프로야구 구단들이 연고지에 수백억원의 구장 사용료를 지불하는 상황에서 이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창원시는 여기에 더해 "1200억원을 들여 새 구장을 짓고, 네이밍 마케팅을 통한 수익도 구단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야구 관계자는 "원래 KBO는 창원을 9구단 연고지로 고려하지 않았다. 울산이나 수원처럼 인구도 많고 접근성이 좋아 많은 관중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다른 후보 도시들이 있었다"면서 "창원시의 파격적인 제안이 아니었다면 창원에 야구단을 창단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창원시는 구단을 유치한 뒤 말을 바꿨다. 2019년 창원NC파크가 완공되자 "사용료 면제 약속은 새 구장이 아니라 기존 마산구장에 대한 것이었다"며 새로운 해석을 내놨다. 결국 NC는 새 구장 건설비로 분담한 100억원에 추가로 230억원을 더해 25년간 330억원의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취재 결과 NC는 25년치 330억원 사용료를 이미 완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무료로 해주겠다'던 마산야구장을 NC는 무료로 사용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NC는 2019년부터 2군 구장으로 마산구장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매년 8500만원의 사용료를 지불해왔다. 2군 구장 사용료로 5년간 수억원을 받은 창원시는 작년 8월에야 5년 무상 사용으로 계약을 변경했다.
창원시는 사용료는 꼬박꼬박 받으면서도 구장 관리에는 그만큼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현재 마산구장은 관중석이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녹물이 바닥에 말라버린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고, 파손된 구조물들이 널브러져 있다. 전광판은 기본 기능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스피드건도 나오지 않고, 경기 중 수시로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는 불안정한 상태다. 최근 조명 교체 전까지는 야간 경기도 제대로 치르기 어려웠다. 마산야구장 방문 경험이 있는 다른 구단 2군 코치는 "전광판은 수리가 아니라 완전 교체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야구계 관계자는 “NC가 전광판과 조명 교체를 5년 전부터 계속 요청하고 소방안전 설비 교체도 매년 요청했지만, 창원시의 행정 절차 때문에 제때 처리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창원시설공단이 관리 주체임에도 마산야구장 유지보수에 책정된 예산은 없다. NC가 시설 개선을 요청하면 창원시 체육진흥과→예산 담당과→시의회라는 치밀한 단계별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기에 담당 공무원이 인사이동하면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비효율적 시스템이다.
창원시의 시설 관리가 어떤 수준인지는 2022년 5월 사건에서 잘 드러났다. 당시 NC와 롯데 2군과의 퓨처스리그 경기 도중 좌측 외야 펜스가 강풍에 무너져 내리며 경기가 취소되는 사건이 있었다. KBO 리그 사상 1, 2군 통틀어 처음 벌어진 충격적인 사고였다. 해당 펜스는 시즌 뒤 구단에서 자체적으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열악한 환경은 유망주 육성에도 악영향을 준다. 다른 구단들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극명하다. LG는 이천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돔 연습장(가로세로 80m, 높이 26m)과 2면 야구장을 갖춘 챔피언스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두산도 550억원을 투입해 베어스파크를 신축 수준으로 리모델링했고, 한국에서 가장 큰 수중치료기까지 도입했다.
반면 NC는 연간 8500만원을 내고서도 무엇 하나 정상인 게 없는 구장에서 미래의 주력 선수들을 키워야 하는 처지다. 한 야구 관계자는 "다른 구단들이 2군 시설에 수백억원을 투자해 선수 육성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안, NC는 기본적인 시설 관리조차 안 되는 곳에서 훈련해야 한다"며 "이런 환경에서 좋은 선수가 나올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2군 구장의 열악한 시설 문제는 지난 3월 창원NC파크 관중 사망사고 때도 여실히 드러났다. 대체구장을 찾는 과정에서 마산야구장도 대안으로 검토됐지만 시설 상태가 워낙 열악해 사용 불가 판정을 받았다. 당시 구장을 둘러본 관계자는 “관중석 나무 부위가 파손돼서 관중을 받기엔 위험한 상태였다”고 했다. 결국 NC는 울산광역시의 도움으로 겨우 임시 홈구장을 구할 수 있었다. 이런 연고지에서 그동안 참고 견딘 NC가 팀명을 ‘보살’로 바꿔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