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경기 남았는데 가을야구 진출 확률 0%? 2002년 롯데만도 못한 키움 [춘추 이슈분석]

시즌 3분의 1 소화 시점에 가을야구 확률 제로, 역대 최악 수준 기록 행진

2025-05-25     배지헌 기자
키움의 차세대 스타가 유력한 이주형(사진=키움)

 

[스포츠춘추]

정규시즌 144경기 중 90경기나 남은 상황에서 벌써 가을야구 진출 확률이 0%가 된 팀이 있다. 키움 히어로즈가 구단 역사는 물론 KBO리그 역사를 통틀어 유례없는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다른 9개 구단이 아니라 2002년 롯데, 1982년 삼미가 경쟁 상대처럼 보일 정도다.

피타고리안 승률을 이용해 일자별 KBO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을 제공하는 사이트 PSODDS.com에 따르면, 키움은 22일 기준으로 가을야구 진출 확률이 0.0%에 도달했다. 5월 11일 처음 1% 미만으로 떨어진 지 불과 11일 만이었다.

이는 키움 프랜차이즈 역사를 돌아봐도 최악이다. 첫 꼴찌 시즌이었던 2023년에는 8월 30일에야 가을야구 확률이 0%가 됐고,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작년에도 8월 17일이 돼서야 확률 제로에 도달했다. 그런데 올해는 겨우 54경기만 치른, 아직 90경기나 남은 시점에서 가을야구 가능성이 소멸한 것이다.

KBO리그 역사상 최악의 팀으로 기록되는 2002년 롯데 자이언츠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당시 롯데는 8구단 체제 133경기에서 35승 1무 97패, 승률 0.265로 7위 한화와 26경기 승차를 기록하며 사실상 2부 리그에 머물렀다. 그런 롯데도 가을야구 확률이 0%가 된 것은 6월 20일이었다. 키움은 그보다도 한 달이나 빨랐다.

25일 현재 키움의 성적은 14승 40패, 승률 0.259다. 9위 두산(22승 31패, 승률 0.417)과도 9경기 차이가 날 정도로 압도적인 꼴찌다. 참고로 1위 LG 트윈스와 9위 두산의 승차는 11경기 차로 두산-키움의 승차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두산이 지하 1층이라면, 키움은 지하 5층 쯤에 있는 셈이다.

키움 김건희와 박정훈 배터리(사진=키움)

공수주 가운데 무엇 하나 내세울 게 없다. 팀 타율 0.230, 출루율 0.302, 장타율 0.334로 모두 꼴찌다. 홈런은 37개로 6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득점은 193점으로 최소다. 타격 WAR(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은 -1.41로 10개 팀 중 유일한 음수를 기록하고 있다. 1982년 이후 역대 리그에서 팀 WAR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팀은 하나도 없었다.

투수력은 더욱 참혹하다. 평균자책이 6.02로 10개 팀 중 유일하게 6점대를 기록하고 있다. 9위 롯데가 4.65를 기록 중인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KBO리그 역사상 평균자책 6점대를 기록한 팀은 2014년 한화(6.35)와 1982년 삼미(6.23) 뿐이었는데, 키움이 세 번째로 이 불명예 클럽에 합류했다. 투수 WAR 역시 -4.46으로 올 시즌은 물론 리그 역사에서 유일한 음수다. 

수비까지 최악이다. 실책 44개로 10개 팀 중 최다, 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포지션 조정 포함)도 -3.191으로 리그 꼴찌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투수력이면 투수력. 어느 한 부분도 장점을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의 참담한 성적은 어느 정도 예고된 결과였다. 시즌 전 국내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전문가가 만장일치로 키움의 최하위를 점쳤다. 유튜브 채널 '키스톤 플레이'의 설문조사에서도 10명의 전문가 응답자가 키움을 꼴지로 예상했다.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까지 스타 선수 3명이 차례로 메이저리그로 떠난 가운데 이들을 대체할 후속 스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유망주를 드래프트해서 빠르게 1군에 데뷔시킨 뒤 스타로 키워 미국에 보내는 키움의 비즈니스 모델에 부합하는 선수가 최근 2~3년간 뽑은 선수 중에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전력 보강을 위한 외부 영입도 거의 없었다. 다른 팀에서 방출된 30대 선수들만 영입했을 뿐이다. 작년까지 좋은 활약을 펼쳤던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 엔마뉴엘 데 헤이수스와도 재계약하지 않았다. 후라도는 삼성과, 헤이수스는 KT와 각각 100만 달러(14억원)에 계약했는데, 이 정도는 왠만한 외국인 선수들은 다 받는 액수다.

키움은 일반적인 외국인 투수 2명-타자 1명 대신 외국인 타자 2명-투수 1명 구성을 선택했다. 외국인 선발 하나가 비는 자리는 작년 선발로 자리를 잡은 하영민과 신예 김윤하, 전준표 등이 버텨주고 신인 정현우가 잘 던지면 해볼 만하다는 계산이었다. 타선에서는 외국인 쌍포 야시엘 푸이그와 루벤 카데나스의 맹활약을 기대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정반대였다. 푸이그와 카데나스는 리그 외국인 타자 WAR 최하 1, 2위를 나눠먹고 있다. 유일한 외국인 투수 케니 로젠버그는 코디 폰세, 터커 데이비슨 같은 괴물 투수들과 비교하면 일반인처럼 보인다. 긴 이닝을 버텨주는 선발투수는 없고 매 경기 선발투수가 대량실점 후 조기 강판당한다. 자연히 불펜진의 부담이 커지면서 불펜까지 무너지는 악순환의 순환이다. 

키움의 베테랑 내야수 최주환(사진=키움)

일찌감치 크게 점수 차이가 벌어지는 상황이 워낙 잦다보니 타자들도 힘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젊은 선수들이 경기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승리를 경험하고 경쟁을 추구하는 분위기 속에서 잘하는 선배들을 보고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 키움은 분명 그랬다. 반면 지는 야구에 익숙해진 지금 키움의 분위기는 유망주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자신의 포스팅 수수료로 구단이 얻은 수익을 선수들을 위해 써달라고 당부했다. 이정후 포스팅으로 받은 252억원을 키움이 선수들을 위해 썼다는 신호는 잡히는 게 없다. 외부 선수를 데려온 것도 아니고, 선수단 처우가 특별히 좋아진 것도 없다. 그러다 보니 이정후 판 돈으로 구단주의 개인 분쟁을 해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정상적인 KBO리그 구단들은 이기고, 가을야구에 올라가서, 우승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지금 키움은 과연 이기는 것이 목적인 팀인지 의문이다. 3년째 끝없는 탱킹만 계속하며 팬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유망주를 키워서 포스팅 수수료를 얻고, 될 만한 선수는 팔아서 지명권을 받고, KBO리그 인기와 서울 연고지에 편승해 관중 수입을 올리는 게 목적은 아닌가. 

2002년 롯데 이후 23년 만에 나온 승률 2할대 팀. 5월이 지나기도 전에 가을야구 확률이 0%가 된 팀. 9개 구단이 아니라 1982 삼미, 2002 롯데, 2014 한화가 경쟁 상대인 팀. 키움은 지금 팬들의 애정과 인내심을 시험에 들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