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부패 척결 10년, 인권단체 평가는 낙제점..."인판티노 체제, 오히려 더 부패했다" [춘추 이슈]
학자·인권단체 35곳 성명서..."트럼프-사우디 밀착·다양성 부족" 8가지 실패 지적
[스포츠춘추]
국제축구연맹(FIFA)의 대대적인 부패 척결 수사가 시작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현재의 FIFA가 오히려 당시보다 더 부패했다는 강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 디 애슬레틱 등 외신에 따르면 5월 28일(한국시간) 런던 소재 인권단체 페어스퀘어가 주도해 학자와 시민단체, 팬클럽 등 35개 기관이 참여한 공동성명서가 발표됐다. 성명서는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 체제에서 추진된 개혁이 완전히 실패했다며 현재 FIFA가 "10년 전보다 더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FIFA 부패 척결의 신호탄은 2015년 5월 27일 터졌다. FIFA 총회를 하루 앞둔 새벽, 취리히의 고급 호텔 바우어 아우 락에서 7명의 FIFA 고위 임원들이 일제히 체포됐다. 미국 법무부가 주도한 이 수사는 축구계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부패를 드러내며 17년간 FIFA를 이끌어온 제프 블라터 회장의 사임을 불러왔다.
블라터가 물러난 뒤 2016년 2월 새 회장으로 선출된 인판티노는 FIFA의 전면적인 쇄신을 약속했다. 하지만 성명서는 이 같은 개혁이 "FIFA에 책임감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 시대를 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성명서는 인판티노 체제의 구체적인 실패 사례로 8가지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인판티노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등 논란 많은 세계 지도자들과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점, 고위직 인사의 다양성 부족, 2034년 월드컵 개최권을 인권탄압국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준 결정 등이 포함됐다.
성명서 작성을 이끈 페어스퀘어의 닉 맥기한 공동대표는 "이번 성명서는 인판티노 회장 하에서 추진된 개혁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보여준다"며 "FIFA의 망가진 거버넌스 시스템에 대한 전문가들의 광범위한 반대와 좌절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성명서에는 영국 30여 개 축구클럽을 대표하는 시민단체 페어게임, 노르웨이 서포터연합,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 노동권 침해를 고발해 화제가 된 전 카타르 조직위 관계자 압둘라 이브하이스 등이 서명했다.
특히 2017년 FIFA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직에서 8개월 만에 쫓겨난 포르투갈 출신 학자 미구엘 포이아레스 마두로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성명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마두로는 당시 러시아 스포츠장관의 FIFA 집행위 재선출을 막았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그는 "페어스퀘어와 여러 신뢰할 만한 전문가들이 낸 중요한 성명"이라며 "FIFA 개혁에 대한 평가는 정확하다. 스포츠 거버넌스의 진정한 개혁은 언제 이뤄질 것인가"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대해 FIFA는 성명서의 구체적 비판에는 직접 답변을 피하면서도, 2015년 이후 이뤄진 변화를 강조하는 입장을 내놨다.
FIFA는 2015년 스캔들을 "조직의 전환점"이라고 규정하며 "악성 조직에서 전 세계 축구 발전에 집중하는 존경받고 신뢰받는 글로벌 스포츠 기관으로 바뀔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FIFA는 변화의 근거로 2015년 FIFA 수사를 주도했던 팸 본디 미국 법무장관과 캐시 파텔 FBI 국장이 최근 마이애미에 있는 FIFA 새 사무소를 방문해 올여름 클럽 월드컵과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법무부가 축구 관련 부패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2억100만 달러(약 2800억원)를 FIFA 재단에 돌려준 것도 변화의 증거라고 강조했다. FIFA는 "현재 FIFA는 완전히 새로운 조직으로, 800명 넘는 직원의 압도적 다수가 2016년 이후 새로 뽑힌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