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팀동료→메츠 계약→같은날 콜업, 브랜든 와델과 제러드 영의 특별한 인연 [춘추 MLB]

서울에서 꿈꿨던 빅리그 복귀가 현실로...메츠 팀메이트 된 와델과 영

2025-05-28     배지헌 기자
빅리그 복귀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제러드 영(사진=뉴욕 메츠)

 

[스포츠춘추]

한국에서 시작된 우정이 뉴욕에서 꿈의 무대 복귀로 이어졌다. MLB.com은 5월 28일 KBO리그 두산 베어스에서 함께 뛰었던 브랜든 와델과 제러드 영이 뉴욕 메츠에서 재회하며 "야구가 만든 아름다운 인연"을 써내려가고 있다고 조명했다. 두 선수는 지난해 여름 서울에서 팀메이트로 만나 올 겨울 나란히 메츠와 계약한 뒤, 같은 날 빅리그 콜업을 받는 극적인 순간까지 함께했다.

인연의 시작은 지난해 여름이었다.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를 웨이버 공시한 두산 베어스는 제러드 영과 총액 30만 달러(약 4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시카고 컵스 산하 트리플A에서 뛰고 있던 영이 KBO리그 도전을 결심한 순간이었다.

두산 팀내에서 몇 안 되는 영어권 선수였던 와델은 영에게 한국 생활의 모든 것을 알려줬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디서 식사를 해야 하는지, 거대한 서울을 어떻게 다녀야 하는지까지 세심하게 챙겨줬다.

와델은 "처음 한국에 갔을 때 아무것도 몰랐다. 모든 걸 처음부터 알아내야 했다"면서 "전에는 영과 서로 모르는 사이였지만, 그런 상황에선 금새 강한 유대감이 생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았던 두 선수의 가족들도 가까워졌다. 와델의 아내와 영의 여자친구는 남자들이 경기를 하는 동안 함께 쇼핑을 하고 서울 곳곳을 다니며 우정을 쌓았다. 캐나다 출신 조던 발라조빅과 잠실야구장을 공유하는 LG 트윈스 외국인 선수들까지 어울려 끈끈한 공동체를 이뤘다. 

두 선수는 모두 메이저리그 복귀라는 같은 목표를 품고 있었다. 2021년 이후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지 못했던 와델은 두산에서 3시즌 동안 23승 10패 평균자책 2.98을 기록했지만, 자신의 실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지 확신할 수 없었다. 영 역시 지난 시즌 두산에서 짧은 기간 강력한 인상을 남겼지만 빅리그 복귀는 여전히 멀게만 느껴졌다. 

지난 겨울, 두 선수에게 터닝 포인트가 다가왔다. 먼저 영이 1월 메츠와 메이저리그 스플릿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두산에서 38경기 홈런 10개를 때려내며 파워히터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영은 최대 100만 달러(약 13억원) 이상의 계약금을 받았다.

이어 2월 와델도 메츠와 마이너리그 계약에 합의했다. 두산에선 견갑하근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했지만, 메츠는 와델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와델의 합류 소식을 들은 영은 곧바로 연락을 취했고, 새 팀에서 아는 얼굴을 만나게 된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운명적인 순간은 지난주 25일(한국시간) 오전에 찾아왔다. 오전 9시30분, 와델은 팀 관계자로부터 영과 함께 빅리그에 콜업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 4월 애리조나 상대 빅리그 복귀전에서 4.1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쳐 기립박수를 받은 뒤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던 와델에게 두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문제는 함께 올라가기로 한 영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아 쉽게 만날 수 있었지만, 트리플A 시라큐스에서는 따로 살고 있어 직접 찾아갈 수도 없었다. 결국 와델의 아내가 영의 여자친구에게 긴급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고, 여자친구가 영의 아파트 문을 두드린 끝에야 깊이 잠들어 있던 영에게 콜업 소식이 전해졌다.유틸리티 플레이어이자 지명타자인 영에게는 2023년 시카고 컵스에서 방출된 이후 처음으로 빅리그에 복귀하는 순간이었다.

영은 콜업 당일 대타로 출전한 뒤, 다음날인 26일부터 3경기 연속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27일까진 5타수 무안타로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지만, 28일 시티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1회 역전 2점 홈런으로 시즌 첫 안타를 신고했다. 2023년 10월 1일 이후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영의 활약에 힘입어, 메츠는 6대 4로 승리했다. 

경기 후 영은 와델과의 우정에 대해 "야구에는 놀라운 인연을 만드는 이상한 힘이 있다"며 "이것도 꽤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으며 소감을 밝혔다. 와델도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돌아와서 우리가 추구했던, 노력했던 일들을 해낼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라고 감격을 표현했다.

지난해 여름 서울에서 함께 꿈꿨던 빅리그 복귀가 이제 현실이 됐다. 두산 베어스에서 만난 두 선수가 뉴욕 메츠에서 다시 한 팀이 되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시작된 특별한 우정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어떤 이야기를 써내려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