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괴로웠으면...헬멧으로 얼굴 가리고, SNS 비활성화한 김도영 "햄스트링 2도 손상" [춘추 이슈]
1차 부상 때보다 심각한 햄스트링 2도 손상...장기 이탈 불가피
[스포츠춘추]
KIA 타이거즈의 슈퍼스타 김도영이 다시 햄스트링을 다쳤다. 올 시즌 두 번째, 그것도 처음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김도영은 5월 2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쓰러졌다. 올 시즌 개막전에서도 주루 도중 같은 부위를 다쳤는데, 복귀 한 달 만에 햄스트링 부상이 재발한 것이다.
KIA는 28일 공식 발표를 통해 "김도영 선수가 오늘 우측 햄스트링 부위에 대한 교차 검진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1차 검진과 동일하게 우측 햄스트링 손상 소견(2도)"라고 진단 결과를 공개했다. 개막전 당시 왼쪽 햄스트링 1단계 손상보다 더 심각한 상태다.
부상 순간 김도영의 고통스러운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줬다. 도루에 성공한 뒤 통증을 느낀 김도영은 곧바로 오른쪽 허벅지 뒤쪽을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 벤치로 향할 때는 헬멧으로 얼굴을 가리고 이동했다. 괴로운 표정을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듯했다.
김도영에게 햄스트링 부상은 처음이 아니다. 개막전에서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안타를 친 뒤 주루 과정에서 허벅지를 다쳤다. 당시 김도영은 자신의 SNS에 "부상은 온전히 내 잘못이다"라며 "한 경기만에 사라져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번엔 SNS 계정을 아예 비활성화하면서 깊은 좌절감을 드러냈다.
복귀 후 김도영의 활약은 눈부셨다. 27경기에서 타율 0.330, 7홈런, 26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 0.378, 장타율 0.630, OPS 1.008로 MVP 시즌급 스탯을 기록했다. 김도영이 돌아온 뒤 KIA 타선 전체가 살아났고, 팀 성적도 14승 12패로 조금씩 작년 챔피언의 위용을 찾아갔다.
하지만 몸 상태를 너무 자신한 게 화근이 됐다. 이범호 감독은 복귀 후 줄곧 김도영에게 도루 자제를 당부해 왔다. 이 감독은 "5월까지는 도루를 안 하게 하려고 한다"며 "6월부터 시작해도 충분히 30도루를 채울 선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도영은 23일 삼성전에서 시즌 첫 도루와 멀티 도루를 성공시키며 뛰는 야구를 재개했고,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햄스트링은 부상 재발 위험이 높은 부위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운동량이 많고 폭발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내야수에게 햄스트링 부상은 당장 올 시즌은 물론 커리어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30홈런-30도루와 정규리그 MVP로 슈퍼스타 반열에 오른 김도영이기에, 이번 부상은 개인은 물론 리그 전체에 큰 아쉬움을 남긴다.
현재 KIA의 부상자 명단은 포화 상태다. 베테랑 나성범, 김선빈이 부상으로 이탈해 있다.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도 허리 부상으로 빠져 있다. 마운드에서도 핵심 불펜 곽도규가 팔꿈치 인대 수술로 시즌 아웃됐다. 황동하는 교통사고로 전열에서 이탈한 상태이고, 이의리는 아직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부상자들의 작년 WAR 합계가 왠만한 팀 전체 WAR 합계를 능가할 정도다.
더 큰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김도영의 존재감을 대체할 선수는 KIA는 물론 어디에도 없다. 김도영은 타격, 주루, 수비는 물론 팀 전체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특별한 선수다. 김도영의 부재는 다른 선수들의 부재와는 차원이 다르다.
현재 KIA는 25승 26패로 8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팀의 위압감은 찾아볼 수 없다. 압도적 1강이라던 시즌 전 전문가 예상과 달리 좀처럼 치고 올라가지 못하면서 상위권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도영의 장기 이탈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
4주 후 재검진 결과에 따라 복귀 시점이 결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2도 손상의 경우 완전한 회복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첫 부상보다 더 조심스럽게 재활을 진행해야 한다. 복귀 후에도 재발 위험은 늘 따라다닐 것이고, 다이내믹한 플레이가 생명인 김도영에게는 제약이 될 수밖에 없다. KIA와 김도영 모두에게 예상보다 훨씬 긴 터널이 기다리고 있다.